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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라카우어/이순영 역] 야생 속으로(1996)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23. 11. 2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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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 <Into The wild>(2007)로 먼저 봤는데, 1990-92년 크리스 맥캔들리스의 방랑 모험부터 죽음까지를 취재한 이가 에베레스트 산 등반대 조난사건을 재구성한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통해 알게된 산악인 겸 작가인 존 크라카우어였더군요. 그는 1993년의 탐사보도 기사를 보충해서 1996년에 이 책을 펴냈습니다.
맥킨들리스가 남긴 엽서와 노트에 남은 생각과 그를 만난 여러 사람들의 기억들, 수백 년 동안 야생의 자연에 매료되어 알래스카에서 자급자족 생활에 도전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을 꼼꼼하게 취재해서 정리해준 크라카우어 덕분에 <도시인의 월든>에 이어 초월주의, 견유주의, 생존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외곬수인 부분이 있어서 나이들면 시골 단독주택에 은둔해 살면서 편벽해질 가능성이 있어서요.
기본적으로 크라카우어의 전작처럼 공들인 탐사보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맥캔들리스와 비슷하게 강인한 아버지와의 불화, 무모한 아웃도어 활동을 통한 위험을 겪었던 크라카우어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독단적인 성향의 이상주의자 청년에게 중년의 아재가 던지는 위로와 조언으로도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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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쪽
요컨대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들은 병적으로 극단에 치우치는 나쁜 습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병적으로 극단에 몰입하면 탁월한 통찰력을 얻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상처를 의미 있는 예술작품이나 사상으로 바꿀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오래 지탱하기 힘든 생활방식이다.
시어도어 로작, <기적을 찾아서>
238쪽
어려운 등반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특히 어려운 단독 등반을 시작할 때는 등을 끌어당기는 심연을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 그것에 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허공에서 울리는 유혹의 노래가 사람을 초조하게 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기가 망설여지고 움직임이 서툴어지며 마음이 급해진다. 하지만 등반을 계속하다 보면 위험을 마주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죽음과 가까이 사귀게 되며, 손과 발과 머리를 믿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자제력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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