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트렌드에 신속하게 올라타서 제목과 표지만 잘 뽑은 함량미달의 책들이 많아서 이런 류는 거르는 편인데, 그래도 정평이 있는 한빛미디어에서 낸 책이라 한 번 봤습니다.
앞의 150페이지 가량은 20분 짜리 슬라이드 발표 한 편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을 본인께서 GPT한테 물어본 질문과 답변들까지 책에 붙여넣어서 읽다가 덮을 뻔 했습니다. 컴퓨터 초보 대상 강좌도 아니고. --;
그런데 나머지 그 이후 절반을 보니 왜 책으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책 표지와 달리 이 책은 챗 GPT로 법률상담 비용을 아끼려는 법률가가 아닌 사람보다 법률가들에게 필요한 책이네요. GPT를 이용하면 법률/판례 리서치나 법률문서 작성의 기초 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실제 Q&A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내용증명이나 지급명령서 작성처럼 간단한 것부터 판결문 분석, 고소장/소장/답변서 작성 등을 어떻게 지시하는지와 그 결과물들을 보시면 안써보신 분들은 놀라실 겁니다. 물론 써보다보면 판결문의 맥락이나 미묘한 의미를 제대로 못잡아내는 경우도 많긴 합니다. GPT가 만들어낸 없는 판례를 서면에 인용했다가 망신 당한 변호사들도 여럿 걸렸고요.
하지만, 전 GPT-4o와 deepL을 구독하기 시작하면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기 힘들만큼 일하는 게 효율화되었다고 느끼는데, 아마 매일 서면을 작성해야하는 실무 법조인들이라면, 일단 '틀'을 금방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라도 참고해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자기가 '틀'을 만들어보는 트레이닝이 필요한 주니어들에게는 말리고 싶고, 이렇게 GPT가 만들어준 '틀'을 상대방 소송대리인의 서면처럼 분석해보거나,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서로 리뷰해주는 의견을 듣는 건 필요할 것 같네요.
병원에서 온갖 의료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제는 개업 변호사들의 사무실 고정 유지비 항목이 추가되고 비용이 올라가겠구나 싶습니다.
구독료만 내면 사회생활 경험과 세부적인 맥락을 읽는 눈치가 없긴 하지만, 24시간 아무때나 부려먹을 수 있는 전용 로클럭이 생기는데 과연 이걸 포기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지. 앞으로 저같은 장롱면허는 자격증으로 지대추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 같네요.
(어쩌면 자격사들이 더 지대추구에 매달리는 압력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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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태평양 등은 자체 인공지능 번역 모델을 개발하였고, 김앤장은 포렌식 서비스 강화에도 중점을 주고 AI 기술을 활용한 e-discovery(전자증거제시) 문서 검토, AI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음성 기록 검토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 전문가라는 페르소나를 설정하면 챗GPT는 그 페르소나에 맞게 사용자가 설정한 분야에 대한 더 전문적인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청중을 명확히 설정한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에는 답변의 내용과 어조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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