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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2007)

독서일기/기후변화

by 태즈매니언 2014. 2. 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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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도서실에 정혜진씨의 책이 한권 있어서 집어들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이 분이 쓰신 변호사시험 기록형 교재 QT의 도움을 받았던 생각이 나서.

2007년에 나온 책이니 꽤 지난 책이지만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잘 쓴 책이었다. 이 책의 메시지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은 약간 비극이긴 하네. 

저자가 나처럼 자전거를 좋아하고, 자전거 사고로 앞니가 부러진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동질감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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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쪽

이 외에도 보고타에는 더 심층적인 의제가 있다. 바로 사회적 평등이다. 디아즈는 "대중교통에는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사장과 청소부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만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지배하는 세상은 즐거움과 편리함과 해방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살기 싫은 도시, 사회적 불평등, 환경오염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자동차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대기를 깨끗하게 하고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149쪽

독일인 미하엘 하르트만이라는 사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나 보다. 자동차들이 자기만이 아니라 휠체어를 탄 사람들과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의 길까지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속이 상한 그는 인도에 주차된 차들 위로 걷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은 공적 공간을 점령한 차들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는 다른 사람들은 상상력을 사로잡았고, 자동차 위로 걷기가 확산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인도에 세워진 차들 위로 걸어가며 앞창에 자신이 그렇게 했음을 알리는 전단을 남겼다. 전단 내용은 이랬다. "당신의 차를 밟고 지나갔습니다. 그 밑으로 기어서 가기가 싫어서요."

그 운동이 확산되다 보니 어떤 운전자들은 차 위를 걷는 사람을 법원에 제소하기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 독일 법원은 자동차가 인도에 주차되어 있다면, 그리고 '자동차 보행자'가 그 차를 손상할 의도가 없다면 자동차 위로 걷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한다. 거 참, 창의적인 운동가에 창의적인 법원이다. 

190쪽

부상은 없었지만 그 사고는 상당한 심리적 좌절감은 안겨 주었다. 개선의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앟는 이 자동차 공화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전거를 계속 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였다. 자전거를 탐으로써 나는 예전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고 교통체증 '기여도'도 줄였는데, 세금은 여전히 자동차 도로를 확장하는 데 더 많이 쓰이고 있고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인프라는 개선되지 않았다. 착한 일 한두번 하고 인정을 못받아 삐친 아이처럼 나는 내가 사는 도시에 화가 났다.

한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그런데도 자전거가 자꾸 눈에 밟혔다. 자가용과 멀어지는 것이 내 목적이지 '자출'하는게 내 목적이 아닌데도 말이다. 

(중략)

그런 내가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고, 사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타고 싶어 한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자전거에는 뭔가 중독성이 있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내 몸을 움직여서 어떤 목적지에 닿는다는 것, 그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차를 타고 갈 때에는 안 보이는 것들이 자전거의 속도에서는 보였다. 다른 교통수단이 제공하지 못하는 마음의 평화 같은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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