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역주행 고려사 고려거란전쟁편(2024)

제가 돈주고 산 책은 아니지만 고려거란전쟁을 다룬 책이라 빌려왔는데, 올해 출간된 이 책은 전체 내용의 90% 가량이 며칠 전 읽은 길승수작가님께서 2023년에 낸 <고려거란전쟁>을 표현만 좀 바꾼 수준이네요.

기껏 다른 내용이라봤자 <고려거란전쟁>에서는 다루지 않는 고려건국 초기의 왕위계승부분과 종전 이후의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한 315~318페이지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1~2권으로 분권되어 나온 책과는 비교를 못했고요.)

같은 문장과 유머도 그대로 등장하고 심지어 길승수님의 책에 있는 삽화와 지도를 조금 바꿔그렸고, 참고문헌까지 베꼈네요. 한자를 한글로 풀어쓰는 등 아예 똑같다는 지적을 피해가려고 일부러 손을 댄 흔적이 더 악의적으로 보입니다.

박종민씨는 현재 구독자가 20만 명인 채널 <역주행-한국사, 세계사>채널을 운영하고 있던군요. 유튭에서 지식소매상 역할로 사서와 역사연구자들의 성과물을 애니메이션을 활용해서 전달력있게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소득을 얻는거야 독창적인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영상 스크립트의 90% 가량이 다른 작가가 겨우 1년 전에 낸 책 내용인데, 자기도 컨텐츠를 만들어서 수입을 얻는 사람이면서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습니다.

박종민씨 본인이 역사 전공자도 아니면서 <고려사절요>, <고려사>나 <요사>를 직접 찾아서 읽어보고 참고문헌으로 인용한게 맞는지 의심스럽고요. 이 책의 출판을 기획하고 편집한 출판사 편집자는 과연 원전 사서 외에 단 세 권 참고서적 중 제목도 같은 주제인 <고려거란전쟁>(길승수,2023)과 거의 판박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지 의심스럽네요.

KBS드라마 <고려거란전쟁> 방영시에 영상으로 조회수 쏠쏠하게 올렸을텐데, 다른 작가의 책을 베껴서 만든 스크립트를 자기 이름을 걸고 책으로 내는 배짱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