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역사소설 두 권을 대충 읽고 던져버린 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
충청도의 시골 농가주택을 사서 고친 다음 세컨하우스로 서울에서 오가며 사는 경험을 담은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의 저자 김미리님이라니 믿음이 가더군요.
하재영님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2020) 이후로 이렇게 매료된 집에 대한 에세이는 처음이네요. 아무튼 시리즈는 원래 이렇게 문장을 매력있게 잘 쓰시는 분들만 선택받을 수 있는 시리즈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 작은 문고판으로 담기 어려운 커다랗고, 개인의 내밀한 경험들이 많이 담길 수밖에 없는 주제로 책을 써주셔서 감사하네요.
지방출신으로 상경해서 이사를 열 번 넘게 다녀본 집돌이라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이 예민함을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서 집만큼은 이완된 상태로 완전한 편안함을 추구하고 싶다.
몰라서, 가끔은 알고도 도리가 없어 나쁜 선택지를 골랐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는 나에게 더 좋은 집, 더 좋은 삶을 주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와 한 방을 쓰다 보면 그 존재만으로도 서로를 침해하는 때가 생긴다. 어쩌다 방을 독차지한 시간에도 룸메이트의 부재와 귀환을 의식한다. 누군가는 모르는 나만의 시간이나 사소한 비밀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때마다 배우고 느꼈다. 외로울 수 없다는 건 진짜 외로운 거구나.
집에 대한 내 감정은 결핍이었다가, 갈망이었다가, 절망이었다가, 포기였다가, 기쁨이었다가, 집착이었다가, 감사였다가, 사랑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마침내 도착한 사랑이라는 종착점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그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 마음을 몇 만 글자로 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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