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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 청계암탉들을 위한 두 번째 닭장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4. 6. 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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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175화 : 청계암탉들을 위한 두 번째 닭장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서울 인왕산 자락에서 살던 두 달된 중닭 여덟마리가 내려오는 바람에 닭장에 합사를 했지요. 활달한 꼬마들이 입주해서 북적북적하고, 머리수가 있어서인지 덩치 큰 청계들이 오히려 위축되는 분위기라 다행히 어린 닭들이 쪼이다가 죽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역동물이다보니 아무래도 고시원처럼 서로 불편해하는게 보이고 더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청계들이 합사 이후로 달걀을 하나도 안주네요.
백봉오골계 닭장에 청계를 합사시키고서 근 1년 동안 백봉이들이 차례로 한 마리씩 죽어나가다 결국 마지막 한 마리가 죽은게 이번 6월이라 이번에 닭을 들였으니 청계들은 분리해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제가 서 있을 수 있는 닭장이 청소나 모이와 물 넣어줄 때 편하긴한데 고정식으로 지었더니 닭장에 똥과 모이, 잔반들만 쌓이고 풀은 제가 챙겨줘야 먹을 수 있는게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두 번째 닭장은 제가 쪼그려 앉아서 움직일 수 있는 1m 가량의 높이에 필요하면 살짝 들거나 질질 끌어서 움직여줄 수 있는 이동식 닭장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난주에 병아리아빠 강승국 전무님께서 목재를 잡아주셔서 뼈대는 만들었는데 이번 주엔 저녁약속들이 많아서 평일 반차를 못 썼네요. 그런데 일기예보로 토요일 오후부터 쭉 장마라 오늘 오후까지는 완성해야 하는 화급한 상황입니다.
필요한 자재인 폴리카보이네이트 1T 단판 8m와 용융아연도금 철망 3m, 닭물통과 모이통은 미리 주문해뒀고, 작년에 트렐리스 만들고 남아서 농막 밑에 놔뒀던 방부목과 분리수거장에서 주워온 목재들도 다 준비는 된 상황입니다.(제 20만 원 순삭)
다행히 오늘 새벽 네 시 반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곧바로 옷 챙겨입고 나오니 도착한 새벽 5시쯤부터는 이미 날이 밝고 선선해서 일하기 최고네요.

 

횟대 겸 잠자리 공간과 알둥지에서 달걀을 꺼낼 쪽문을 먼저 달아주고, 각목으로 모이통과 물통을 넣고 뺄 때 쓸 문짝을 만들어줍니다. 천장과 옆면 중 5/8는 폴리카보네이트 단판으로 막아서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공간으로 하고, 3/8의 옆면은 철망으로 환기가 되도록 했습니다. 바닥은 땅바닥이라서 청계들이 풀을 뜯어먹거나 지렁이, 곤충들을 잡아먹을 수 있죠.

 
 
마지막으로는 쥐나 족제비, 고양이들이 노출된 닭장 바닥으로 들어와서 청계를 해치지 않도록 코팅철망을 이용해서 20cm 가량의 치마공간을 만들고 돌로 눌러줬습니다.
 
지금 쓰는 사료통은 닭들이 헤집어서 낭비되는 사료가 너무 많아서 옆면이 막힌 컵형 사료통을, 주걱이 달린 니플 물통은 먼지가 너무 잘 날려서 물이 금세 오염되길래 십자형 니플 물통을 사봤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방수피스못이 떨어져서 철물점에 사러 나가기도 하고 더워서 집에서 챙겨온 새참 먹으며 쉬기도 하다보니 완성한 시간이 오후 4시더군요.

 

청계 두 마리를 붙잡아서 새 닭장으로 옮겨주고 나서, 짧은 피스못 등 필요한 철물을 나눠주신 김선생님께 드릴 첫 복분자도 따고 난 직후에 빗방울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다행히 누수 하자는 없어 보였습니다.
 
누님들 이사 기념으로 중닭들이 사는 닭장의 치킨런도 청소해주고 흙목욕장에 보드라운 새흙을 한 수레 보충해줬더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네요. 빗발도 굵어져서 뭘 더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출발하려고 보니 저녁 5시. 꼬박 12시간의 작업이었는데 힘들지도 않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176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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