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판매상품으로서 당연히 마케팅 포인트를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그 포인트가 독자가 구매할 때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면 책을 덮고 났을 때 좋은 기분이 들 수가 없죠. 물론 가끔은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더 좋은 책들이 있지만요.
저는 최고의 목수라고 해서 가구나 공예로 봐야하는 목공 인테리어를 하는 장인에 가까운 목수를 연상했는데, 맨해튼 파크애비뉴 근방의 최고급 아파트(최소한 백억 원 이상)의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목수출신의 경험많은 현장소장의 이야기에 가깝네요.
물론 제대로 목공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인테리어 실무를 하면서 40년의 현장 경험을 쌓은 배터랑 현장소장님의 에세이에서 배운 것들도 있었지만, 뉴욕 맨해튼이다보니 뭔가 더 대단해보일 뿐 한국의 40년 경력 반장님들이나 세계각국의 인테리어 소장님들 모두 저자못지 않은 분들일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그리고 '완벽'이나 '훌륭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하기엔 갑부들의 맨해튼 아파트는 기껏 일년에 몇 개월 머무르는 공간으로서 실제 거주의 편리함보다는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부와 취향을 과시하는 전시실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이런 공간을 만드는 걸 '완벽'이나 '훌륭한 것'이라고 해야할지.
제한된 공사기간과 까다로운 건축규정들 때문에 정신없는 돌관작업의 현실과, 목수들이 감탄할 정도로 좋은 결과물이 나왔는데도 억만장자가 마음에 안든다고 곧바로 철거되서 없어지는 사례들을 보니 덧없다 싶네요.
물론 이런 것도 목수출신 인테리어 현장소장이 보는 '완벽'의 개념과 관계가 있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책의 주제에서 벗어난 개인사들이 많이 나와서 목차와 내용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회고록으로 쓰려다가 에세이로 방향을 바꿔서인듯 합니다.
오히려 책의 서두에 나오는 저자가 극찬한 저자분 어머님의 인생과 목수로 일하며 그어머님의 가르침을 실천했던 경험에 집중해서 회고록으로 썼으면 '완벽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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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보면, 완성품을 소유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람들은 공간이 서로 상충되면 안 된다는 걸 잘 모른다. 이런 요소를 '전환(transition)'이라고 하는데, 전환 공간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려고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지 모른다. 전환은 정말 중요하다.
집중력을 높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집중력은 지불하는 행위다. 가치 있는 대상에 집중력을 투자하고, 심리적 에너지를 지불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정해져 있다.
(중략)
진지하게 하는 말이지만, 미국의 갓난아기 절반은 부모가 자신들보다 휴대폰을 더 사랑한다고 여기며 성장할 것 같다.
내가 짓는 건물은 대부분 10년 정도 가는데, 새 주인에게 넘어가면 유행이 지났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중략)
억만장자가 또 한 번 손을 까딱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낸 사람이 도로 불려 와서 공사 결과를 제 손으로 무너뜨려야 한다. 그런 일을 겪고도 마음의 상처를 온전히 회복한 사람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일했던 몇몇 건축가는 솔직하게 자기가 하는 일을 건축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상류층을 위해 고급주택을 건설하는 데는 안식처, 지속 가능성, 가치, 자재 적합성과 같은 개념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100% 정확한 것이야말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목표다. 이 교훈은 독하게 마음먹어야만 실천할 수 있으며, 최상의 결과를 보장한다. 교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완벽함을 도모하라는 것인데 뭐가 문제겠는가?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교훈이 있다. 실패, 무너짐, 약점, 오류를 함부로 조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없겠지만, 살다 보면 이런 것을 순간마다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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