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도 3년이나 지났고,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책들을 분야별로 몇 권씩은 읽었다고 생각해서 굳이 읽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보니 이렇게 목차를 짠 책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바뀌더군요.
저는 이 책을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있는 분들은 물론 어떻게 하면 가용한 자원과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잘 내리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고싶은 소위 '자기계발'에 꽂힌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허섭스럽게 약팔이하는 사기꾼들 책 보지마시고, 이 한 권으로 두 가지를 얻어가시면 됩니다.
제가 보는 소위 '일잘러'들은 우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를 갖추고 해결해야하는 전체 문제를 지도처럼 도해합니다. 그리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도와 자신과 동료, 조직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되는지,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과 비용, 기술 등의 가용성을 고려하여 이 거대한 이슈를 수십 수백 개의 작은 문제로 쪼개고 개별 문제별로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하고 이에 따라 행동합니다.
목차를 보시면 빌게이츠는 전세계에 연간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510억 이산화탄소환산톤(이하 '톤'이라 함)가 발생하는 분야를 묶어 배출량 순서로 내림차순으로 살펴보고, 이들 각 분야에서도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대비 대체비용과 탄소감축양이 큰 순서로 방안들을 소개합니다.
자기 재산만이 아닌 워렌 버핏 등 다른 기부자들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빌&멜린다 재단의 대표로서 전세계에서 오는 무수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기업들의 투자요청을 받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이런 기준으로 판단했겠죠.
자가용 비행기로 탄소를 뿌리며 날아다니는 갑부이긴 하지만 이렇게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빌 게이츠의 진면목을 직접 쓴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교통분야에서는 전기차 전환 이외에 장거리화물수송, 선박, 하공교통수단을 대체할 방안에 대한 마땅한 제안이 없고 분량도 적었는데요.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있는지 궁금하더군요.
빌 게이츠는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넓은 면적 등의 제약조건들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SMR에 큰 기대를 걸고 있더군요. 2008년에 직접 SMR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우리나라 SK도 투자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을 가진 분야이니 우리도 선택해서 집중투자할만한 분야 같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재생에너지 빈국이고 토지가격이 높은데다 송배선망 구축비용이나 주민반발로 인한 갈등도 크니까요.
다만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지정학 같은 국제정치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 평균기온 상승에서 큰 이득을 얻고 있는 러시아나, 안그래도 깡패짓으로 타국의 제조업을 압살하고 있는 중공을 보면 이렇게 다같이 합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추구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네요. 후세대들을 생각하면 지금 해야하는 일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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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쪽
'몇 톤의 온실가스'라는 글을 볼 때마다 그 숫자가 세계 연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산화탄소 환산톤)인 510억 톤의 몇 퍼센트인지를 계산하라.
139쪽
석탄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와 동일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발전단지는 다섯 배에서 최대 50 배 더 많은 땅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풍력발전단지는 태양광단지보다 열 배 더 많은 땅을 필요로 한다.
150쪽
석회암에 열을 가하면 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화학반응을 우회할 방법은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멘트는 1대1의 비율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즉, 1톤의 시멘트를 만들면 1톤의 이산화탄소도 얻게 된다.
203쪽
현재 1파운드당 성능이 가장 좋은 리튬이온배터리는 휘발유보다 35배다 더 적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다시 말해 1갤런의 휘발유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휘발류보다 35배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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