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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이수경 역]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2018)

독서일기/정치학

by 태즈매니언 2024. 8. 1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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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역사의 종말>을 출간하면서 인류발전의 종착역이 시장경제와 결합된 자유주의라고 선언한 이유로 지금까지 까이고 있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선생이 2018년에 낸 책입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가 인간의 우월욕망과 나르시시즘과 결합된 정체성 정치에 포획되어 포퓰리즘에 빠지거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의 서사를 제공하는 러시아나 중국, 이란 등에 비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분석했네요.

약 300페이지 남짓 중에서 앞의 절반은 서양정치사상사의 흐름을 통해서 어떻게 근대 민주주의가 소집단들이 경쟁하는 정체성의 정치로 흘러왔는지를 정리했는데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재미가 없었고, 나머지 절반은 2024년 시점에 보면 이미 현상으로 드러난 모습들에 대한 사후 설명처럼 보이는데 이 책이 2018년에 나온 걸 감안하면 현실을 보고 사후에 정리했다고 비판할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난한 것은 곧 다른 동료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과 같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모욕을 당하는 것은 궁핍한 것보다 고통스럽죠. 내가 아무 잘못도 안한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자꾸만 뒤로 미끄러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더욱더요.

프랜시스 후쿠야마 선생은 현실의 정체성 정치가 사회를 자꾸만 더 작고 이기적인 집단들로 분열시키며 소통을 어렵게 하지만, 개별집단들을 공공정책을 통해 신뢰와 시민의식으로 개별 국가가 국민 정체성을 함양하여 이민자등을 국가 정체성에 동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일단 후쿠야마 선생의 진단은 경제가 성공적으로 번영해서 최소한 정체성 집단들을 달랠 보상들 새로 지급할 수 있는 국가들에서 그나마 가능할 것 같고, 과거의 로마시민권처럼 '시민권' 자체가 이민자들이 얻고자 열망하는 가치가 있는 소수의 선진국가들에서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미국처럼요.

그리고 국가 공동체가 공통의 적 혹은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서 극복해야한다고 설정한 위기가 있어야 시민들에게 봉사와 의무를 요구할 수 있을테니 미국과 유럽, 한국과 일본에게 있어서 전체주의 대륙국가의 위협에 대한 대응 서사는 쭉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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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쪽

개인들은 종종 경제적 곤경을 물질적 결핍이 아니라 정체성 상실이라는 의미로 느낀다. 열심히 일한 사람은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마땅한데 그런 인정은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소외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부당하게 혜택을 누른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같은 소득과 지위의 밀접한 연결성은 민족주의나 종교 성향의 보수세력이 경제 계급에 기초한 전통적인 좌파보다 많은 유권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끌어당긴 이유를 일정 부분 설명해준다. 민족주의자들은 상대적인 경제적 입지의 상실을 정체성 및 지위의 상실과 자연스럽게 연결할 줄 안다.

169쪽

심리적 치유 모델에서는 개인의 행복이 각자의 자존감에 달려 있으며 자존감이란 공적인 인정이 가져오는 결과물이다. 정부는 국민을 향해 사용하는 수사와 그들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쉽게 공적인 인정을 나눠줄 수 있다. 따라서 현대 자유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어쩌면 불가피히게 모든 국민 개개인의 자존감을 고양할 책임을 맡기 시작했다.

191쪽

오늘날 진보 좌파에게는 산업 자동화가 야기하는 대량 실업 문제를 해결할, 또는 기술 발전으로 흑인과 백인,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모든 미국인이 겪을 소득 격차 문제를 해결할 전략이 없다. 유럽의 좌파 정당들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200쪽

정체성 정치는 그 특성상 똑같은 현상의 출현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정체성 집단들이 서로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원을 둘러싼 싸움과 달리 정체성 인정 욕구는 대개 협상이 불가능하다. 인종, 민족성, 성별에 따른 사회적 인정에 대한 권리는 고정된 생물학적 특성을 토대로 하며, 그런 권리는 여타의 재화와 거래할 수도 없고 약화시킬 수도 없다.

272쪽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시민의 권리(특히 투표권)를 보호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시민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가 공동체 감각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국가에 대한 봉사를 보편적 의무로 정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로써 시민의 자격에는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다. 국가에 대한 봉사는 군대 복무 또는 민간 부문 봉사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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