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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기와무/최현영 역] 테스카틀리포카(2021)

독서일기/일본소설

by 태즈매니언 2024. 12.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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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님들 덕분에 알게된 또래 작가의 2021년작 범죄 누아르 소설인데 멕시코의 마약카르텔, 인도네시아, 일본이 주요 무대로 등장할 정도로 스케일이 정말 큽니다.
 
설정 중에 삼합회 등 국제적으로도 이름난 거물 폭력조직들이 컨소시엄으로 만든 범죄SPC의 사업모델로는 건 당 매출액으로 나오는 숫자에 0을 두 개는 더 붙여야 하지 않을까 갸웃했고, 굳이 덱만 18층인 초거대 크루즈선까지 비즈니스에 동원해야 했는지 사업모델로 납득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미세먼지 등에서 청정한 원산지가 과연 고객들에게 그렇게까지 어필이 되는 상품 차별화 조건인지도요. 주요 고객들은 외국산보다 신토불이를 더 선호할 것 같은데 --;
 
설정이 일부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매료된 이유는 일본을 배경으로 했을 때 충분한 개연성이니, 아마 10년 쯤 지나면 '지방으로부터의 세계화'가 충분히 진척된 한국에서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이야기'인데, 세속적인 서구식 민주주의국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혈통, 공동사냥 성인식, 아즈텍 설화와 같은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야기로 무장한 무리들에게 지배당하고 사냥당하는 상황이 생길거라는 불길한 예언처럼 느껴졌습니다.
 
피해자 서사에 몰입해서 피해의식과 해줘에 익숙해지고, SNS에서 섬세하고 개념찬 자아를 바쁘게 전시하면서 나약해진 개인들이 도덕쟁탈전을 벌이며, 성실한 보통사람들을 물어뜯는 모습들을 요즘 많이 봅니다. 저도 걸리면 뼈도 못추릴 것 같아 말 한 마디 얹기가 꺼려지는데, 다들 공동체의 일에 무관심해지고 먼저 나서지 않으려는 무기력한 분위기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조직에 포획된 도시공동체같고요.
 
작품의 엉성한 결말은 별로였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을 뜯어먹고 사는 맹수들이 쉽게 사냥하도록, 양떼들을 뭉치게하는 법과 도덕이라는 무기를 내려놔버리게 만드는 이들은, 바로 세상에 맹수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말하는 몽상가들이 아닐까요? TV시리즈 <워킹 데드>에서 철사를 감은 나무방망이 루시를 들고 다니는 '니건'과 같은 존재를 막는 건 서로 개저씨, 급식충, 스탑럴커라고 손가락질받는 사람이 결속한 집단일텐데 말이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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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쪽
 
복수로 가는 지름길은 적의 적이 되는 것이었다.
 
178족
 
자본주의야말로 현대의 마법진이었다. 그 주술(자본주의)의 토대에서 칠흑같은 저승에 잠들어있던 온갖 욕망이 현실의 빛으로 다양한 모습을 드러냈다. 본래 나타나서는 안 될 것까지.
 
320쪽
 
가족이 살아있든 죽었든 아무 관계가 없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산 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힘에 대한 찬가와 같은 것이다. 그 건너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힘에 대한 찬가는 언어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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