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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이덕임 역] 의지력의 재발견(2011)

독서일기/심리뇌과학

by 태즈매니언 2024. 12. 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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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가 함께 쓴 책인데, <소모되는 남자>에서 워낙 인상깊었던 바우마이스터 선생님이셔서 쌈마이 자기계발 팔이들이 툭하면 울궈먹는 의지력이나 자기절제에 대한 학문적 설명을 들어보고자 읽게 되었습니다. 2011년에 나온 책이라 최신 연구내용들을 원하시면 적절치는 않을듯 싶습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동료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하다보니 난삽해보이고, 마지막장에서 책에서 소개했던 다양한 연구들의 핵심 결론들을 요약하고 있으니 그 부분만 읽어도 되는데, 밋밋한 잠언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규칙적으로 잘자고 잘 먹으면서 깔끔함을 유지하고, 의지력을 스트레스를 줄만한 일을 예방하는데 미리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조언, 높은 의지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으로 달성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가능하면 루틴에 따라 행동하면서 일상적인 일로 의지력을 소모하지 말고, 가급적 일을 미루지 말라.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니 너무 많은, 혹은 상충하거나 불명확한 목표를 추구하느라 고갈되지 않도록 잘 배분하고, 여분을 남겨두며 가끔은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라는 라는 정도네요.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구체적인 심리학 실험들은 각자 상충되는 가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서 이렇게 요약하는 것은 저자들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저는 한국사회에서 소위 '번아웃'이라고 부르는 육체 및 심리적인 상태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의지력 고갈' 상태와 거의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이어트는 쉽사리 의지력을 소모할 대상이 아니여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요요로 인해 더 살찌기 쉬운 몸을 만들 뿐이니 그냥 장기적인 식단과 생활습관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온통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라는 메시지가 대세인 시대에 그 주장은 틀렸고, 아시아의 전통적인 훈육과 에이미 추아식 타이거맘들처럼 자기절제를 가르쳐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갔고요.
또, 종교는 자기절제의 핵심적인 두 가지 메커니즘인 의지력과 모니터링 기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저같은 무신론자가 믿는 척만 해봐야 전혀 소용이 없고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니 아쉽습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알고 계시겠지만 상사에게 부정적이거나 복잡한 업무보고를 할 때는 꼭 오후 식사시간 직후에 갑시다.
요즘 정치뉴스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고전 명작 PC게임인 <Heroes of Might and Magic 3>를 오마주한 중국산 스마트폰 게임을 며칠 동안 열심히 했는데요. 다음 전투를 하기 위해 과금유도 팝업을 보 고, 30초간 똑같은 광고화면을 보기를 반복하는 도파민 중독에 빠져있었죠. 그러다가 어제 저녁에 문득, 그냥 앱을 지우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때문에 의지력을 모두 소진하지는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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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쪽
사람들은 의지력을 많이 쓰면 쓸수록 그에 따른 유혹에 더 쉽게 굴복했다. 원하긴 하지만 "정말 그러면 안 돼"라는 식의 갈등을 동반하는 새로운 욕구에 직면할 때, 한 번 욕구를 억제한 사람은 다음 욕구에 더 쉽게 굴복했다. 연달에 유혹에 노출될 때 특히 그러했다.
73쪽
황체기라고 일컫는 생리 전 주기 동안, 여성의 몸은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난소에 보내거나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그와 관련한 활동에 소모한다.
(중략)
미국처럼 날씬함에 대한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 사회의 평범한 여성들은 한 달 중 며칠 되지 않는 이 기간에 필요한 포도당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기 일쑤다.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몸은 필요한 만큼 스스로 에너지를 나누어 쓰는데, 이때 재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나면 의지력을 위한 포도당은 얼마 남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남자와 비교할 때 여성이 지가 절제 붕괴에 시달리는 일은 덜 하지만, 연구 결과는 황체기 동안 여성의 자기 절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거듭 보여준다.
(중략)
많은 여성은 이 기간에 삶의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느낀다. 황체기 동안에는 부정적인 사건이 긍정적인 사건보다 더 많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139쪽
하지만 극적인 변화를 보인 한 집단이 있었다. 멋진 여성 사진을 본 젊은 남자들이 미래의 더 큰 보상 대신 즉각적인 보상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중략)
이런 결과는 어쩌면 과거의 진화 과정이나 인간 정신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을까 싶다. 현대의 DNA 분석 결과, 과거 대부분의 남자는 자손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생식 가능성은 평균적으로 여성에 비해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217쪽
알코올은 대부분의 사람이 믿는 것처럼 우리의 파괴적이고 멍청한 충동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단순히 절제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술은 두 가지 방향에서 자기 절제를 감퇴시킨다. 즉 혈당을 낮추고, 자아 인식을 감소시킨다. 그러므로 술은 주로 자기 내부에서 한편으로는 갈망하고 한편으로는 저항하는 갈등에서 비롯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부적절한 상대와의 잠자리, 도를 넘어선 낭비, 폭력 시비, 폭음 등의 행동을 예로 들 수 있다.
287쪽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내적 느낌이나 배고픔이 아니라 외적 계획에 따라 먹도록 훈련받는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배고픈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더 정확히 말해, 다이어트는 배고픔이라는 감정을 무시하고 배고플 때 먹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먹기 시작하라는 신호를 무시하면서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사실 시작과 중단 신호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 언제 먹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 체계가 무너지고 만다. 특히 일정한 양을 정확하게 먹어야 하는 다이어트를 할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한 번 규칙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을 이끌어줄 지침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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