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식물학자와 희귀한 나무 묘목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육종가가,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쓴 책인데, 남극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100종의 나무들에 대한 설명과 삽화를 한 페이지씩 배치했네요.
무신론자에게 불필요한 성경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초본인 바나나는 들어가 있는데 관목들 위주라 블루베리 같은 교목은 거의 빠져있고, 포도나무같은 친숙한 유실수가 빠져있는 건 흠입니다.
1415년 아쟁쿠르전투에서 영국 장궁병이 쓰던 유효사거리 250m의 롱보우의 소재가 주목나무였다는 점, 낮은 울타리와 토피어리용으로 애용되는 회양목이 수고 8m까지 자란다는 점, 복숭아나무는 수명이 25년 이내라는 점, AD73년 마사다전투 당시 유대인 방어자들이 먹었던 대추야자의 씨를 1932년 발견해서 심었더니 싹이 텄다는 점, 참나무과 털가시나무와 공생하는 균류가 블랙 트러플이라는 점, 고대 로마시대부터 코르크 참나무 껍질과 송진을 이용해서 암포라를 밀봉했다는 점, 커피나무의 수분을 돕는 곤충들도 사람들처럼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 종이를 만드는 펄프는 대부분 자작나무로 만든다는 점 등이 특히 신기했습니다.
인류가 요즘은 금속과 플라스틱을 많이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나무의 온갖 부분들을 다 활용했기 때문에 각 수종에 따른 나무 산출물의 특징들을 세세하게 잘 알고 있었을텐데 그런 지식들이 이젠 대부분 잊혀져가네요.
제 공주 밭의 반 이상을 과수 구역으로 정해서 나무를 심었는데,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수고를 감안하면 식재거리보다 너무 밀식한 것 같아서 내년 봄에는 성장도 불량하고 농약없이는 열매를 맛보기 힘든 나무들을 몇 그루 뽑아내려고요.
높게 자라면 수확은 어렵겠지만, 과수원에서 기둥에 매달아서 수확하기 좋은 수형으로 뒤틀려자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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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쪽
티크 목재는 견고함 덕분에 귀하게 취급받아왔다. 가공하지 않은 목재도 결이 촘촘하고 반질반질하며 부식에 강하다. 티크로 만든 배는 오래전부터 목선을 파괴하는 연체동물로 악명이 높았던 배좀벌레의 공격에도 끄떡없다.
(중략)
중국에서는 티크를 '철목'이라 부르며 흙 속에 몇 년을 묻어두면 그 성질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처리한 티크는 파괴되지 않는 범섬을 만드는 데 쓰였고, 그 강도는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64쪽
고무나무는 곤충과 초식 동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고무를 만들어낸다. 그 독성과 점착성으로 라텍스는 곤충을 꼼짝 못 하게 붙잡거나 입을 막을 수 있다. 인공 재배한 고무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면 성장이 제한되거나 지체되어 야생 개체에 비해 수명이 짧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 나무의 라텍스 생산량은 점점 줄어들어 농장의 고무나무는 대부분 25~30년에 잘려나간다.
152쪽
외관상 비슷해 보이는 악기들이 대수선을 받아야 하는 크레모나의 골동품에 훨씬 못 미치는 이유는 300년 동안 엄청난 수수께끼였다.
(중략)
좀 더 그럴듯한 가설은 스트라디바리의 생존 기간과 비슷한 1640~1750년에 벌목된 캄페스트레단풍이 오늘날보다 훨씬 서늘한 온도에서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이 장인들이 소빙하기로 불리는 시기에 악기를 제작했다는 뜻이다. 이 시기의 나무들은 더 천천히 성장해 나이테가 좁아졌고 결국 이후에 재배된 캄페스트레단풍에 비해 목질이 조밀해졌다고 한다.
164쪽
아라우카리아는 진짜 소나무가 아니라 고대 구과 식물에 속한다.
(중략)
쥐라기와 백악기에 널리 번성했던 이 화석 나무들이 지금은 남반구에서 고립된 개체군으로 분포한다.
184쪽
참오동나무는 성장이 무척 빨라 공해와 토양 오염이 심각한 텍사스주에서 정화 식물로 활용한다. 다른 나무보다 이산화탄소를 10배나 더 흡수하고 엄청난 양의 산소를 배출할 수 있다. 묘목을 심으면 겨우 8년 만에 40살 먹은 참나무만큼 크게 성장하고 단 1년간 최대 5m를 자란다.
(딸이 태어나면 심어서 결혼할 때 베어 혼수용 가구를 만들어썼다는 이유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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