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저자 벤 윌슨의 전작 <메트로폴리스>를 먼저 읽으려고 했었는데, 나무에 대한 책을 연달에 두 권 읽고 나니 도시 속 자연에 대한 이 책에 손이 끌리더군요.
저자는 400페이지 남짓의 분량으로 역사적으로 도시가 농업, 숲, 자연과 완전히 단절된 것은 최근의 잠깐 동안이었고 도시의 재자연화는 거스를 수없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환경공학적으로도 지속가능하고 유지비용이 적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영국이 산업화 이후 런던에 현대적인 도시공원을 조성한 사례를 본 따서 현대적인 대도시들은 '자연이 정리되고 단순화된 곳으로 야생 생물의 자발성과 지저분함이 억제되도록 인간이 지배하는' 관리된 자연공간을 두고 있지요. 하지만 이 외에도 방치된 변두리 땅이나 인프라시설의 틈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인간과 함께 도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전세계 수십 개의 대도시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유럽식 휴먼스케일 대도시, 미국식의 광대하고 조방적인 자동차 중심의 대도시, 홍콩이나 서울 등 매우 집약적이고 용적률이 높은 공동주택과 빌딩들이 빽빽한 대도시, 상대적으로 자연발생적이고 변두리 자연이 남아있는 개발도상국의 대도시로 나눠서 각 유형별로 달리 봐야하지 않나 싶은데, 유형별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지는 않네요.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90% 이상의 한국인들은 저자가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는 자연을 억누르고 인간의 기준에 따라 아름답게 꾸민 도시공원과 가로 조경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되네요.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시공원, 강남구에서 매년 보도에 심는 튤립구근들처럼요.
만약에 회전교차로의 교통섬이나 아파트 단지 조경을 그 지역 잡초들이 수북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방치하면 난리칠 분들이 많을 겁니다. 터키의 대도시에서 평화롭게 쉬는 인식표를 단 들개와 길고양이들, 에어컨 실외기 공간에 집을 짓는 비둘기떼, 밤에 공원 산책 중이면 눈에 띌 너구리나 쥐, 한여름에 몰려드는 나방, 더 창궐할 바퀴벌레, 교미를 위해 더 우렁차게 울어댈 중국매미,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는 까마귀, 전신주에 집을 더 많이 짓는 까치, 더 많은 멧돼지 출몰 뉴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황소개구리 소음과 날벌레, 독사가 아닌 유혈목이나 구렁이를 볼 확률의 증가를 과연 선호할까요? 저는 저자와 비슷한 취향이지만,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들 곤충이나 동물들이 바이러스나 전염병의 숙주가 될 위험성이 더 커지는데 말이죠.
비록 저자는 전세계의 많은 녹지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지만, 저는 그런 전환은 한계가 있고 사람들은 뉴욕의 난지 하늘공원인 프레시 킬스나 리쓰린 코엔같은 일본의 유명한 공원들,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캔싱턴 가든같은 친숙한 도시공원을 앞으로도 더 선호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미래 대도시는 아마 현재의 싱가폴과 가깝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저자가 말하는 '어반 정글'은 오히려 2025년 기준으로 가구수가 20가구 미만인 60~80대가 거주자들의 대부분인 농어촌마을에서 먼저 출현하게 될 것 같고요.
저자는 후반부 200페이지 정도를 할애해서 기존의 현대 토목공학과 수문학에 대해 비판적이고 생태주의적인 공학기술로 전환하여 대도시를 운영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의 가부에 대해서 판단하긴 어렵지만 엄밀한 근거를 제시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도시의 식생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것과 이수과천복합터널 같은 거대한 지하 배수로를 파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뭐가 나을까요?
다만 개인적으로 현대식 하수도시스템에서 강과 바다로 배출하는 분뇨와 오니를 전근대의 영양소 교환의 선순환체계로 넣는 것은 좋아보이는데, 이미 자원재활용시설을 통해서 퇴비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ChatGPT한테 물어보니 이미 폐열발전, 시멘트 부재료, 퇴비, 매립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답변해주네요.
저자가 예찬하는 옥상 채소재배같은 도시농업과 양봉도 생산성이나 사람들의 위생에 대한 선호 등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창고나 폐쇄형 온실에서의 스마트팜 엽채류 재배 위주가 더 선호되지 않을까 싶고요.
어반 정글화의 큰 흐름은 맞다고 보지만 대도시의 특성과 도시주민들의 선호에 따라 경로는 다양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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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생물 다양성은 인구 규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작은 마을에는 평균 530~560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인구가 최대 40만 명 정도인 도시에는 약 1,000종의 식물이 산다. 그리고 도시 인구가 100만 명을 넘으면 식물종 수가 1,300개 이상으로 급증한다.
따라서 도시 정원은 수천 개의 독특한 소규모 서식지로 이뤄진 집합적인 도시 서식지라 할 수 있다.
(중략)
전 세계 도시의 변두리 녹지는 그곳 생태계가 성숙하면서 갈수록 다양하고 인상적인 동물과 새, 곤충의 매력적인 서 식지가 되고 있는데 그 생물 중에는 집약적 농업과 기후 변화 때문에 멸종 위깅 처한 것들이 많다.
도시 생태학자 마리아 이그나티에바는 이를 가리켜 도시공원의 조경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그림 같은 풍경"에서 "정원같은 느낌"으로 , 그리고 다시 "생물 다양성"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는 공원이 단순히 휴양과 경치 감상을 위한 장소에서 벗어나 생태학적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뜻이다.
방치는 그 의도가 온건하더라도 생태학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악몽까지 야기할 수 있다.
(중략)
자발적인 성장에 통제권을 양도하자 '공포의 생태'라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는 압도적으로 한쪽 성별에 국한된 위협이다. 이 지역은 살인(피해자가 주로 여성)과 강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울참하게 퍼진 식생은 폭력 범죄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질서 붕괴와 지역 사회의 방치를 더욱 폭넓게 상징하는 위협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미시적인 수준에서는 모든 개입이 도움이 된다. 뜰, 정원, 정돈되지 않은 뒷골목에 저절로 자란 식물(우리의 오랜 친구 잡초), 화분, 옥상과 벽면의 작은 화단, 소규모 습지, 집 옆의 생태 수로, 다공성 포장도로 등이 모두 도움이 되며 이것을 다 합치면 특히 밀집된 도심에서의 물 침투량과 유지량이 대폭 증가한다.
1912년 단치히에서 최초로 전국 시민 농장 의회인 클라인가르텐 콩그레스가 개최되어 도시 시민 농장에 대한 법적 정치적 보호를 요구했다.
(중략)
(동독지역의) 시민 농장은 식량 생산이 주식에 집중되는 시기에 절실히 필요했던 신선 식품을 제공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채소밭과 오두막은 비좁은 아파트와 감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분무식 수경재배나 일반 수경재배를 하는 Z팜은 기존 농장보다 물을 10분의 1 정도 사용하고 살충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수확량은 최대 70배나 많다.
전형적인 도시 종인 비둘기와 참새는 지난 1만 1,000년 동안 인간이 남긴 음식을 공유하면서 진화해 왔다. 한 참새 무리는 오랫동안 히드로 공항 제2터미널 안에서 포장된 음식과 패스트푸드 찌꺼기를 먹으며 완전히 실내 생활을 했다. 그들은 가소성 덕분에 도시 정글에 살기 적합하다. 한편 어떤 런던 비둘기들은 날아다니는 수고를 덜기 위해 둥지에서 먹이가 있는 곳까지 지하철로 통근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해머스미스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래드브로크 그로브에서 하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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