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만 봐도 시원스러운 이 책은 A4 용지보다 옆으로 살짝 넓은 큰 책입니다. 덕분에 세계 각지에 있는 경이로운 나무 사진들을 보며 눈호강할 수 있고요.
역사학자이자 나무애호가인 저자 토마스 파켄엄은 영국과 아일랜드에 있는 살아있는 개성이 강한 나무들을 찾아 답사하고 그 중 60그루를 소개한 책 <특별한 나무들과 만남>(1996)에 이어 전세계의 경이로운 나무 60그루에 대해서 썼네요.
89개의 공항을 거쳐서 지구 18개국에 있는 나무들을 찾아간 결과물인데, 북미와 유럽에 편중되어 있고 아시아는 일본, 스리랑카, 터키 겨우 귀퉁이에 있는 세 나라만 방문했다는 것때문에 호평은 못하겠네요.
(한국처럼 13,870그루를 보호수로 지정해놓고 관리하는 나라를 빼먹다뇨. --;)
요즘같은 시대에 정확한 위치를 구글맵에 저장할 수 있게 알려줬더라면 좋았을텐데, 소개된 나무가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안내하지 않아서 일일이 검색하며 찾았는데, 1/3는 검색이 제대로 안되더군요.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가장 오래된 나무는 울릉도 도동리에 위치한 수령 약 2,000년의 '도동리 향나무'이고, 한반도 남쪽에서는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에 있는 수령 약 1,400년의 '두위봉 주목'이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본 거목은 양평군 용문산에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호) 였는데요. 서울 수도권 계시는 분들 꼭 가서 보셔요. 특히 가을이면 더 멋집니다. 국림산림과학원의 라이다 스캔조사 결과로는 수령이 약 1,018년으로 추정되서 서기 1007년 고려 목종시기에 싹이 텄다고 합니다.
나중에 우리나라의 오래되고 개성있는 나무들을 찾아다니는 답사를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동네마다 수백년 이상된 당산목같은 거목들이 많은데, 이런 책이 한 권도 없다니 말이죠. 지역자원인문연구소 명의로 오마이뉴스에 <한국의 보호수> 시리즈를 302호까지 연재된 시리즈가 있던데, 아쉽게도 책으로 엮어나오지 못했네요.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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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쪽
자이언트 세쿼이아가 번식하려면 산불이 꼭 필요하다. 산불은 경쟁자인 소나무와 전나무의 어린 후손들을 몽땅 태워 버린다. 그 나무들은 껍질이 얇고 인화성 물질인 송진을 지녀서 아주 잘 탄다. 그러면 자이언트 세쿼이아 가지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열매가 씨앗을 퉁겨 내고, 씨앗은 잿더미에 파고들어 뿌리를 내린다.
74쪽
오래된 나무의 크기는 수령과 전혀 상관이 없음이 밝혀졌다. 대신 나무의 장수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 같았다. 가장 오래된 브리슬콘 소나무는 더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열악한 환경을 선택했다. 겨울에는 눈보라에 시달리거나 폭설에 파묻혔고 봄여름에는 뙤약볕에 바짝 말라 버렸다. 눈 녹은 물 외에는 마실 것도 없었고 생장이 가능한 시기는 1년이라야 고작 몇 주에 불과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나무의 시계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수준으로 느려졌다.
180쪽
이 나무와 관목들 대다수가 마다가스카르에서만 자란다. 실제로 1만 종이 넘는 마다가스카르 전체 식물상의 약 80%가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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