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기도 하신 문학과 종교학을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는 연구를 하시는 현직 교수님의 10년 동안의 400평 주말 텃밭 농사 에세이입니다. 이런 책들은 엄청 많은데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은 찾아보고 싶더니 제 ‘촉’이 맞았더라구요.
1973년생이셔서 저보다 6살 많으신데어린 시절 농사일과 가축 기르기를 직접 경험해보신 분이셔서 저보다 경작행위 자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훨씬 높으십니다. 제 고향과 바로 옆 지자체인 승주군 출신이셔서 더 반가웠네요. 저랑 많은 부분에서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새를 정말 좋아하시고, 너무 좋아하셔서 차마 닭을 못키우시는 걸 보니 제가 새를 적당히만 좋아하는게 다행이다 싶습니다.
농삿일에 대한 디테일한 팁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처럼 1주일에 하루 정도, 편도 한 시간의 시간을 내서 경기남부의 밭과 농막을 찾는 주말농부의 현실적인 바탕 아래서의 이상적인 모습과 함께, 이런 주말 농부 생활에서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담고 있네요.
400여평의 밭에서 나오는 그 많은 수확물들을 다 어떻게 소화하시는지에 대한 내용만 추가 되었더라면 완벽했겠다 싶을 정도로요.
농사팁이야 워낙 잘 짓는 분들이 많으셔서 의미없다고 생각했지만, 한 5년 이상 주말농부 생활을 해보고 <주말엔 여섯 평 농막으로 갑니다>의 시즌2를 써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립니다.
전 올 3월에 복분자 나무를 좀 뽑아내고 왕산딸기를 세 그루쯤 심어야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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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결국 농사의 현자들이 제시한 자연 재배 대신 주말 농부의 처지에서 가능한 나만의 농법을 찾아야만 했다. 시행착오 끝에 나의 상황에 맞는 농법을 찾았다. 살충제, 제초제와 같은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비닐과 유기질 퇴비, 그리고 영양보조제러서 약간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혼합농법이다.
39쪽
보기에는 좋지만 나비는 농부의 적이다. 특히 배추흰나비는 배추나 케일과 같은 십자화가 채소 도둑이다.
40쪽
직박구리와 물까치는 베리 나무 곁에 지키고 있다가 익는 족족 따먹어버린다. 맛있는 베리는 단 하나도 남겨주지 않는다. 고라니도 마찬가지이다.
58쪽
그렇다. 나의 복숭아나무가 3년 동안 무농약 무퇴비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주인이 농약을 하고 거름을 했던 효과가 지속된 덕이다. 이제 그 약효가 다한 것이다.
93쪽
밭에서 모은 잡초와 낙엽 등으로 부엽토를 만등고 그 위에 주기적으로 유황을 소량 살포하면 피트모스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경험상 나 같은 소규모 블루베리 재배자에게는 그게 생태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 노동량의 면 등에서 여러모로 더 나았다.
139쪽
(고구마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현관문 안쪽이 가장 확싱한 보관 장소이다.
210쪽
만약 닭을 치고, 너른 연못에 물고기를 기르고, 양서류와 곤충류를 잡아 동물성 단백질을 확보한다면 상당량의 자연 친화적인 식량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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