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94화 : 취미농부는 도시의 넝마주이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5. 2. 2. 20:38

본문

<아무튼, 농막>
194화 : 취미농부는 도시의 넝마주이
오늘까지 해야할 일이 있어서 월요병 예방차 사무실로 나갔습니다. 어제 전복파스타 해먹고 남은 소스로 볶음밥을 만들어서 도시락으로 싸왔는데 호젓한 연구실에서 도시락 먹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직접 챙겨온 전복내장 볶음밥과 무장아찌 도시락
할 일이 있어서 얼른 일을 마쳤습니다. 평소에 점심식사를 하거나 산책하러 다니면서 보니 직장 근처의 비어있는 부지에 각목, 투바이포 목재, 벌채한 잡목 둥치 등이 버려져있는게 눈에 들어왔거든요.
차 뒷좌석을 앞으로 접어놓고 넝마주이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긴 연휴의 끄트머리인 휴일에 평소 봐뒀던 장소들에서 하나씩 주웠습니다.
 
성당 근처에 버려져 썩어가는 각목들
 
멀쩡한 대형 화분, 200원짜리 적벽돌 1.5개, 닭장 물통받침으로 제격인 투수성 시멘트 보도블럭, 적어도 몇 천원은 했을 저가 토분에 불멍할 장작, 말리도 샌딩하면 쓸만해보이는 목재들까지 넉넉하게 주웠습니다.
 
오늘의 수확물
밭에 갔더니 김선생님과 동네 친구분들께서 즐겁게 술자리 갖고 계시네요. 저보고 조금만 더 일찍 오지 그랬냐며 아쉬워하십니다. 아침에 논두렁을 삽으로 퍼서 미꾸라지를 한 바께스 잡아서 추어튀김 해드셨다네요. 남은 건 나중에 추어탕 끓여서 드신다고 합니다.
 
겨울잠을 자다가 난데없이 잡힌 미꾸라지들
일단 트렁크에 실어간 주워온 물건들을 내리고, 땔감용 나무들은 적당한 길이로 절단해서 쓸만한 각목과 함께 온실 안에서 말리게 쌓아뒀습니다. 이래서 전원생활에서는 널찍한 창고공간이 필요하다니까요. ㅎㅎ
첫 해에 심어서 3년 동안 자라온 사과나무 한 그루를 뽑았습니다. 알프스오토메나 루비에스처럼 야생에 가까우서 병충해에 강하고, 수분수가 필요없는 미니사과 품종을 심을까도 고민했는데 기후변화로 농약없이 사과를 수확하기 힘들 것 같아 사과는 사먹으려구요.
계속 파내려가니 큰 돌이 있어서 이 참에 돌도 꺼내줍니다. 날이 따뜻해서 땅이 녹았지만 그래도 삽날이 잘 안들어가서 힘드네요.
 
3년생 사과나무를 파낸 자리에 이런 큰 돌이.
그리고 작년 봄 농막 입구쪽에 트렐리스를 세우고 심었던 머루 포도 두 그루도 체인톱으로 잘라냈습니다. 비료를 넉넉하게 주고 솎아주기를 했는데도 포도알이 블루베리보다 작고 단맛이 제대로 안들더라구요. 작년 수확물로 담금주 담근게 유일한 소득이었네요.
 
퇴비를 듬뿍주고 솎아줬는데도 블루베리알보다 작게 열렸던 머루포도나무
머루포도 두 그루 절단. 여긴 호박구덩이로 쓸래요.
집에 와서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러 갔는데, 전에는 살펴보지도 않았을 고철코너를 두리번거려보니 쓸만한게 눈에 들어오네요. 누가 버리고 한 빨래 건조대는 스테인리스 소재에 멀쩡해서 방울토마토 지주대로 쓰면 좋을 것 같고, 화분 케이지도 넓게 퍼져서 자라는 아스파라거스 줄기를 잡아주는데 쓰면 좋을 것 같더군요.
 
단지내 분리수거장에서 득템한 멀쩡한 농사도구들
회사 상사께서 닭모이용으로 주신 유통기한 지난 견과류들이 많아서 새모이통도 만들려고 했는데 메쉬채반에 담아두면 비맞아도 물기가 빠져나가서 좋을 것 같고, 스텐 빠에아팬은 물그릇으로 쓰려구요.
 
오늘의 2차 수확물
비록 땅을 사고 농막을 짓는데 목돈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렇게 저만의 공간이 있으니 도시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보면 어떻게 쓸지 생각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195화로 계속)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