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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기조/이재우 역] 한국의 행동원리(2021)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25. 2. 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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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위치한 출판사 마르코폴로에서 또 한 권의 귀한 책을 내주셨네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교토대 오구라 기조 교수님이 2010년대에 한국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서 일본에서 2021년에 나온 책입니다. 1959년생이시니 이젠 은퇴하셨을 것 같네요.

오구라 기조 선생님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일본이 '도덕지향성 국가'로 변모하면서 동조선이 되어가는 현실에 개탄하며 '일본의 우경화'가 아니라 '일본의 한국화'가 정확한 워딩이라는 표현을 하셨군요. ㅋㅋ 뒤로 갈수록 저명한 지한파이신 저자께서 이미 한국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승만의 극일사관, 박정희 정권의 문약에 대한 혐오와 상무정신, 6공화국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사와 양반에 대한 긍정적 재발견과 소위 자본주의 맹아론 등이 잡탕찌개가 된 한국인의 역사관에서 묻어나오는 말과 행동들에 대해 왜 지한파 일본인인 자신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는지 되짚어보는 부분을 읽으며, 일본인들이 한국을 보며 혐오하는 부분이 2009~2012년 잠깐을 빼면 자민당의 1955년 체제가 쭉 유지되어온 일본의 컴플렉스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무언가를 지나치게 싫어하는 지점이 그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주네요.

미국 오바마 정부의 노력에 힘입은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존중되었다면, 중국 시진핑 정권의 패악질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공감하며 국가 연합으로 다가갈 수도 있었다고 보는데, 지극히 조선스러운 인물인 윤미향의 사적 이익추구, 일본에 대한 국가면제를 부인한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로 인해 무산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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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쪽

한국에서는 학교와 언론과 가정에서 집요하게 국가의 존재를 강조한다. 징병제를 통해 남성은 국가에 군사적 봉사를 해야 하는 점이 크다. 어렸을 때부터 애국심을 항상 선한 요소로 주입받는다. 개인이 글로벌한 가치와 매개체가 없이 마주하지 않고, 국가가 항상 매개체로서 존재한다. 그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이다.

102쪽

동아시아에는 자국의 책임을 생각하지 않는 정신을 갖고 자국의 일을 결정하는, 일종의 사고의 부재라 할만한 현상이 팽배해 있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무슨 일이든 다른 나라의 탓으로 돌려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가 나쁘다"고 우기면 아버지 같은 강한 나라가 개입해서 자국에 좋은 일을 해줄 것이라는 유아 같은 사고를 말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제일 그러한 멘탈리티에서 멀었고 조선이 제일 가까웠다. 하지만 전후에는 일본 또한 급속히 유아화되었으며 특히 최근에는 "무엇이든 저놈이 나쁘다"고 말하면 강한 아버지 같은 권력자가 개입해서 일본을 위해 나서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일본의 한반도화이다.

109쪽

한국 국민은 삶 자체를 살기보다 반대로 정의니 경제니 하는 개념이나 이념에 따라 사는 역전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나라의 생명은 정의와 경제이며 국민은 그 생명을 위한 수단이라는 역전현상이다.
(중략)
한국이 제대로 된 국가라는 전제로 보니까 제대로 된 국가로서 행동하지 않는 한국을 상대로 화를 내거나 멸시하고 만다.
하지만 애당초 한국이란 제대로 된 국가일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112쪽

한국은 항상 혁신을 추구하며 운동하는 단체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중추에는 그러한 사고가 매우 강하다. "정의와 혁신을 추구하여 운동하는 단체야말로 국가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고에서 보면 "정의와 혁신을 추구하지 않고 운동하지 않는 단체"인 일본 따위는 제대로 된 정상 국가가 아니다.
(중략)
일본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상인 국가가 아니다. 정상국가라면 근본적인 법체계든, 문화나 사회적 합의라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바꿀 수 없다면 일본은 한국과 다른 의미로 '정상국가'가 아닌 '수구와 불변으로 응고된 단체'일 뿐이다. 한국이 "너무 움직여서 국가가 아니"라면, 일본은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국가가 아닌" 것이다.

131쪽

일본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라" 혹은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져라"고 말하는 것은 궁극의 "일본의존"을 표현한다. 상대에게 전면적으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심정은 - 자극적인 표현이라 죄송하지만 -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품는 감정 자체인 것이다. "남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남은 나와 철저히 다른 존재지만, 어떻게든 타협해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자각하는 것밖에 진정한 민주사회를 구축할 길은 없다.

149쪽

일본인은 한국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고, 한국인은 일본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본의 평화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습니다. 양국의 근간에 관계된 이해가 없는 채로 단지 대중문화 교류만을 해봤자 성숙한 한일 관계의 성립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좁은 의미의 문화"가 아니라 앞으로는 양국의 체제나 관념이라는 "넓은 의미의 문화"의 이해가 중요해졌다는 말의 의미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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