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슈의 패션대기업들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패션업계에 회의를 느껴 퇴사 후 옷과 관련된 다양한 공부를 하신 분의 책입니다.
읽어보니 1부와 2부는 복식문화사 대중교양서이고, 3부와 4부는 패션디자이너의 직업에세이 스타일이라 한 권의 책에 담아낸게 어색하네요.
참고도서를 보니 정말 공을 많이 들이셨던데, 1~2부와 3~4부를 각각 별도의 단행본으로 내거나, 좀 더 대중들이 관심가질 내용인 3~4부를 중심으로 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1~2부의 내용은 옷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조금 찾아보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으니까요.
저자의 표현대로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자기 배려이자, 내가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시각 언어'입니다. 별달리 가진게 없는 사람도 자신을 더 낫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집이나 자동차는 너무 비싸고, 가구나 예술 작품은 옮기기 힘들죠.
저는 패션업계의 어두운 실상에 대해 경험자로서 솔직하게 인정하는 3부 <패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옷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오래 버티기 힘든 업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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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쪽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청바지를 바라본다. 멋스러운 주름? 그거 누군가가 손으로 만든 것이다. 100도가 넘는 고온의 철판 위에서. 무릎에 아슬아슬하게 생긴 데미지 효과? 그것도 누군가가 손으로 그라인드해놓은 것이다. 먼지 마셔가면서. 허벅지와 엉덩이의 은은한 물 빠짐? 샌드블라스트 건으로 누군가가 탈색한 것이다. 규폐증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백화점에서 17만 8천 원에 팔리던, 내가 디자인한 그 청바지. 수십 명의 손을 거치는 워싱 가격은 6천 원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나는 자본가의 충실하고도 잘 훈련된 개처럼 거기서 또 가격은 깎아달라 떼쓰고, 공정은 추가해달라고 우기고 있었다. 마진율이 높다고 내 월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때는 그것이 디자이너의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196쪽
동물 보호단체 페타(PETA)에 자료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모피 의류의 80퍼센트는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한다. 동물들은 비좁은 철창에서 나고 자라 오직 죽음을 맞이할 때만 그곳을 나올 수 있다. 각 동물의 수명이나 성장 시기와 상관없이 '효율'을 고려해 도축하는 시기는 보통 생후 6개월이라고 한다. 또한 6개월의 시간 동안 상품이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발톱을 뽑고, 모피 양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살을 찌우는, 지옥과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209쪽
79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 한 해 동안 생산하는 옷은 약 1,000억 벌이고 그중 330억 벌이 같은 해 폐기된다. 팔지 못한 재고, 한 철 입고 버리는 옷 등이 이에 해당한다.
211쪽
의류 수거함을 통해 수거한 옷 중 빈티지 의류로 유통하고 재사용하는 것은 단 5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인도, 방글라데시, 케냐, 가나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한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에 이어 중고 의류 수출 5위에 이른다.
215쪽
통계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이는 항공과 해운 산업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이다.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물 사용량, 토양 오염, 쓰레기 발생 등의 측면에서 패션 산업은 환경 오염 원인 중 2위에 해당한다.
256쪽
요즘 아이들은 럭셔리라는 단어에 압도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삶과 스타일을 가꾸는 수단 중 하나로 대하는 듯했다. 자기 삶을 중심에 놓고 물건을 선택하려는 자세를 보니 대견하고 예뻐 보였다. 그리고 안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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