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느낌이라 신나는 주말입니다. 열흘 후면 병아리가 부화될 예정이니 실내에서 키우는 육추기간을 생각하더라도 슬슬 실버 레이스드 오핑턴 닭들이 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작년에 분리사육용으로 만든 닭장이 있긴 한데 여러 마리가 계속 지내기에는 너무 비좁을 것 같아서 이 곳은 알둥지나 눈과 비를 피하는 실내 공간으로 두고, 넓은 치킨런 공간은 따로 붙여주려고 합니다.
족제비 침입도 막고 적벽돌 재고 소진도 할 겸 작업을 시작합니다.
우선 족제비같은 천적한테서 안전하도록 닭장 아래를 파서 2단으로 벽돌을 깔아 줍니다. 혹시 해체해야 할 수도 있으니 몰탈은 사용하지 않고요. 목재를 대놓고 파도 줄맞추기가 쉽지 않네요. 엉덩이방석이 있어도 쪼그려앉아서 하는 작업은 역시 힘들어요.
실 띄우기가 귀찮아서 투바이포를 대고 했는데 목재가 휘어있는 터라 오차가 생기네요.적벽돌 2단에 구멍은 자갈을 채웠으니 닭장 무게로 누르면 족제비는 방지될 것 같습니다.여기에 크림프 철망 스커트를 큰 돌로 눌러놨으니 안전할거라 믿어봅니다.
닭장 바닥공사로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은 밭에서 뜯은 어린 봄동잎을 넣은 인스턴트 칼제비로 해결했습니다.
면사랑에서 만든 <남해멸치 칼제비> 생면과 생수제비라서 식당에서 먹는 맛이 나네요.
제 밭에 가시없는 복분자(블랙베리)나무가 9그루 있는데 작년에 수확해보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서 좀 줄이려고 당근에 4년된 결실주 복분자 그루당 2만 원씩에 판다고 올렸더니 계속 문의가 오네요. 작년에 수확한 사진과 생과, 잼, 담금주 만든 사진들을 함께 올려서인 것 같습니다.
경칩은 지났는데 아직 겨울잠을 자다가 깜짝 놀란 개구리
두 그루씩 세 분께 팔아서 12만원을 벌었네요. 한 분은 근처에서 작년부터 농막을 하신다고 해서 농막생활 팁도 전수하고 갓 낳은 삼색란도 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네요. 닭을 키우고 농사지어서 선물만 했지 돈을 벌어본 건 처음입니다. ㅎㅎ
4년된 복분자나무는 두 그루씩 세 분께 팔았습니다. 두 그루면 한 가족이 생과로 먹기 충분합니다. 저도 그래서 세 그루만 남기려구요.
현금으로 받으니 농업소득 실감이 확나네요.
게다가 제 밭 복분자를 3그루로 줄이면서, 그만큼 다른 나무를 심을 공간을 확보했고요. 대봉감나무가 자랄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사먹기 힘든 왕산딸기 나무 묘목을 세 그루쯤 사서 심으려고 합니다.
몇 달만에 밭일을 하니 땀이 계속 나고 온몸이 쑤시네요. 마침 농막으로 기다렸던 택배가 오면서 날짜를 맞춘 것처럼 셀프선물들이 드래곤볼처럼 완비가 되었습니다.
만듬새는 허접해보이지만 십만원도 안하는 중국산 화목아궁이, 어제 당근에서 3만원 주고 산 접이식 욕조와 무쇠 가마솥, 급식소용 특대형 국자가 있으니 꿈꾸던 걸 해볼 수 있네요.
아궁이의 만듬새는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가끔 쓰는 거니 뭐.불질할 도구가 하나 더 생겼네요.
바로 야외 욕조! 온실에서 말린 장작들로 불을 피우고 가마솥에 물을 가득 담아서 펄펄 끓입니다. 욕조에 들어가면 장작을 추가할 수 없으니 충분히 뜨거운 온도로 올리다보니 물을 여러 솥 끓여야 하네요.
저렴한 아궁이라 그런지 장작 소비가 엄청 많습니다.저 급식소 국자의 리치를 잘 계산해야 합니다. 물을 가득 담으니 한 팔로 옮기기 버겁네요.
준비가 되고 챙겨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욕조로 입수! 추가 장작도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쌓아놓고, 물호스도 손에 잡히는 곳에 놓습니다. 급식소용 특대형 국자를 산 이유는 가마솥에서 바로 뜨거운 물을 셀프로 추가해서 온도를 유지하려고 한 거였고요.
두 시간 정도 달과 별을 보면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하루 일의 피로가 풀립니다. 저렴한 제품이지만 덮개도 있어서 물이 식는 속도도 늦춰주고요.
어 좋네요. 두 손만 올릴 수 있는 구멍도 있어서 느긋하게 스마트폰 만지는 중.
제가 갖고 싶은 야외욕조는 네덜란드의 벨테브레에서 만든 우아하고 편리한 4인 욕조지만, 이건 거의 천만 원짜리인데, 제가 만든 원시적인 1인 욕조는 가마솥까지 20만 원 밖에 안들었어요.
갖고 싶은 건 네덜란드 벨테브레社에서 만든 이 4인용 야외욕조인데, 농막에 놓을 물건도 아니고 배송비 포함 960만 원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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