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200화 : 또 하나의 닭장
아내가 차려준 휴일 아침은 올해 첫물 루꼴라가 듬뿍 들어간 부라타치즈 샐러드! 루꼴라 향이 엄청 알싸해서 절로 행복해지네요.
한 달 쯤 전에 실버 레이스드 오핑턴 종란을 분양받기로 마음 먹고서 닭장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만든 2호 닭장은 미니메추라기를 키우면 모를까 너무 좁아서 닭 학대가 되겠더라구요. 높이가 1.2m 남짓이라 닭장 안에 들어갈 때마다 오리걸음을 해야해서 저도 힘들고요.
그렇다고 하이라인 산란계와 청계들이 살고 있는 닭장에 중병아리를 합사시키면, 예전에 괴롭힘을 못 견디고 다 죽은 블랙 카퍼 마란 아리들처럼 될테니 제대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또 투바이포 목재를 사서 목공을 시작합니다. 건물이 아니라서 기초를 만들 수 없으니 땅을 좀 파서 잡석을 깔고 그 위에 남는 적벽돌을 한 장씩 쭉 이어서 물빠짐이 되도록 하부공사를 합니다. 바닥의 목재가 최대한 썩지 않도록 하면서 족제비 등 천적의 땅굴 칩입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지요.
당근에서 나눔으로 나온 원목 2층 침대를 닭장 재료용으로 쓰려고 얻어왔습니다. 코나로 실어오기 빠듯하네요.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나온 합판 두 장도 챙겼고요.
3.66m의 투바이포 네 개로 간단하게 정사각형 모양으로 짭니다. 투바이포를 반으로 자른 1.83m짜리를 기둥으로 쓸테니, 높이는 대략 2미터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기존 세컨 닭장을 붙여서 활용하려고 합니다. 지붕이 있으니 비바람이 심할 때 대피공간으로 쓰면 될듯요. 예전에 당근으로 나눔받았던 원목 문살 창문 2개도 붙여서 문짝으로 쓰려고요.
알리에서 주문한 2.5cm 격자의 1.2T 용융아연도금 철망 30m 한 롤도 마침 도착했습니다. 여름철 뙤약볕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그늘 및 비가림 공간은 필요할 것 같아서 좀 비싸지만 방수가 되는 태고 합판도 세 장 샀습니다. 재료비만 해도 60만 원이 넘는 닭장입니다.
바닥을 만들었으니 같은 모양으로 천장을 만들고, 철물로 틀을 짭니다. 고상작업은 위험해서 천장을 만든 다음에 나중에 기둥을 세운 다음에 아내랑 같이 들어서 올리려고요.
이렇게 하면 투바이포 목재 4개가 더 들어가긴 하지만, 사다리에 올라가서 혼잣 철물로 목재를 고정을 시키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게다가 천장에 올라가서 타카로 철망을 고정하는 작업도 위험하다 싶어서 피하고 싶었습니다.
틀을 짠 다음에는 철망을 필요한 치수만큼 니퍼로 잘라서 대고, 알리표 충전식 손타카로 자른 철망을 1010 디귿자 타카심으로 고정시켜줍니다. 손타카를 처음 써봐서 타카심 넣는 방향을 몰라 헤맸는데 김선생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지난주에 바닥과 천장을 만들고나서 보니 천장이 생각보다 거대하고, 태고합판이 한 장 들어가서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지붕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어제와 오늘은 투바이포 기둥과 출입문, 침대 원목을 활용한 일부 벽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지붕 올리는 건 아내와 저 둘이서 못하고 결국 김선생님 도움까지 받았네요.
이제 다음주에 평철물을 더 사와서 기둥을 보강하고, 타카로 철망을 고정해주면 실버 레이스드 오핑턴 오남매를 위한 닭장은 완성될 것 같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오남매들을 위해 달걀 한 개를 삶아 노른자만 비벼서 넣어줬더니 어제보다 훨씬 잘 먹네요.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는 병아리들이 제일 귀여운 시기라 계속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201화로 계속)
201화 : 봄날의 닭과 병아리들 (0) | 2025.03.28 |
---|---|
199화 : 부화의 날 (0) | 2025.03.23 |
198화 : 첫 농사 수입금과 농부의 자축 (1) | 2025.03.08 |
197화 : 농한기의 끝에 맞은 휴일 (0) | 2025.03.02 |
196화 : 실버 레이스드 오핑턴 달걀 10구 (0) | 2025.02.2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