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99화 : 부화의 날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5. 3. 23. 20:45

본문

<아무튼, 농막>
199화 : 부화의 날
종란을 부화기에 놓고 10일째에 검란을 해보니 10구 모두 발생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부화에 걸리는 기간이 21일이라 제주 출장 전에 부화될거라고 생각했는데, 택배로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예정일보다 만 하루가 지나서 파각을 시작한 덕분에 고대했던 부화의 순간을 직접 못보고 아내가 보내준 사진과 영상들로만 봤네요.

 

짹짹거리며 부리 주변부터 차근차근 파각을 하며 알에서 나오는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짹짹거리며 계속 부리로 안에서부터 두드리다가 힘이 빠지면 쉬고 하는 걸 한나절 동안 해야 겨우 몸이 빠져나올까 말까 하다니.

 

줄탁동시를 해줘야 하나 고민되었지만, 가장 먼저 파각하는 튼튼한 우량계들이니 스스로의 힘으로 나오리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세 마리가 먼저 나왔네요. 부화기 안에서 깃털을 충분히 말린 다음에, 아내가 준비해둔 육추기로 병아리들을 옮겨줬습니다. 흔히 보는 하이라인 브라운 산란계가 아니라 털색상이 좀 어둡네요.
 
닭을 별로 안좋아하는 아내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문이 많았는데 첫날부터 병아리들끼리 짹짹거리며 본능적으로 쪼기를 한다고 걱정하네요. 집요하게 쪼아대는 녀석이 있어서 자꾸 괴롭히지 못하게 아내가 육추기 안으로 손을 넣어서 밀치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리고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나보니 한 마리가 죽어있다고 했습니다. 이런건 안보게 했어야 했는데. 돌연사의 원인이 뭔지 알 수도 없고 직접 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답답하더군요.
아침에 추가로 넷째가 태어나고는 만 하루 동안 부화기 없다가 오늘 제가 집에 와서 보니 작게 파각이 시작되고서는 멈춰있는 종란이 두 개 있네요.

 

약추가 될 위험과 알을 못깨고 죽을 가능성을 비교해도 답이 안나오길래 그냥 제가 알껍질을 깨줬습니다. 저 알 속에 병아리 몸이 이렇게 욱여진 상태라니. 약간 징그러운 느낌도 있었고요.

 

 

그렇게 10구의 종란 중 23일이 다 갈 때까지 여섯 마리의 병아리가 부화해서 다섯 마리가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남은 종란 네 알 중 두 알은 발생이 안된 무정란이었고, 한 알은 발생 중반에 중단, 마지막 한 알은 병아리의 형태를 다 갖췄는데 파각에 실패한 사산추더라구요. 10구 중 8구가 수정이 되었으니 분양은 잘 받았는데 부화율은 아쉽습니다.

 

먼저 태어난 세 마리는 물도 마시고 냉장고의 무정란 한 알을 삶아서 노른자를 줬더니 쪼아먹기도 합니다. 자꾸 서로 부리로 쪼으며 서열을 정하고 발톱을 쪼면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걸 보니 생존 본능이 이런건가 싶네요.
 
갓 태어난 아리가 엄청난 양의 초록색 물똥을 두 번씩이나 싸는 걸 보니 <칼의 노래>에서 첫 아들 면의 탄생을 ‘푸른 똥’으로 기억하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200화로 계속)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