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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욱희] 너의 삶에 담긴 지구(2023)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5. 5. 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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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1세대 환경공학자로서 40년을 환경공학, 생태학 번역과 저술, 환경 NGO활동 등을 해온 저자가 어린 손녀딸에게 들려주는 환경과 기후변화, 그리고 손녀가 살아갈 한국사회에 대한 바람과 조언을 대화체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구성입니다.

저는 저출생과 인구감소가 최고의 친환경 정책이고, 모기와 바퀴벌레도 존중해주는 생태주의 힙스터는 거의 없을거라 생각해서 거창한 목표와 당위를 강조하지 않는 저자의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전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데, 아내가 그런 저를 보고 기겁을 하더라구요. 우리나라 수돗물의 수질과 물맛은 정말 좋은데 말이죠. 저처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이 5%밖에 되지 않는다니 아쉽긴 하지만 오랜만에 저같은 분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제가 가습기 살균제를 써본 적이 없다보니 이 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참사였는지를 설명해주시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저자가 석사 졸업 후 KIST 연구원으로 일하시던 시절에 막 울산의 중화학공업이 시작되었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전 책임연구원으로 화력발전소와 원전의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하셨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시절 서울대-KAIST-미국 박사를 하셨고 계속 영역이 확대되어온 환경공학을 하셨는데 왜 귀국 후 한전에 가셨고, 10년 정도 일하시고는 NGO 겸 독립연구자 활동을 하신 이유가 궁금했는데, 본인의 커리어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의 안하셔서 아쉬웠습니다. 그런 자전적인 내용을 담아주셨으면 책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1999년에 새만금사업 환경영향 민관공동조사단 시민환경단체 추천 학자 들 중에서 유일하게 새만금 사업에 찬성하셨다는데, 아직까지도 목적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뒷부분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한국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비평들이 많은데, 책의 주제를 감안하면 이 부분은 좀 줄이는게 나았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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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쪽

나는 카슨과 <침묵의 봄>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저마다의 환경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참 많이 달라진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어. 갑작스럽게 진행된 DDT 사용 금지 조치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 심각한 말라리아 발병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적어도 수백만 명, 어쩌면 수천만 명의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으니까.

43쪽

(손녀) 나무 심는 일을 강조하셨다고요? 그 일이 왜 그렇게까지 중요할까요?
(할아버지) 나무는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리고 나무를 심는 것은 결국 시간을 믿는 일이기 때문에 그래. 그리고 자연환경을 관리하겠다는 한 사회의 의지를 가장 선명하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기도 하고 말이야.

118쪽

한 사람이 1일 2L를 마시는 걸 기준으로, 수돗물의 탄소 발생량은 (페트병)생수의 0.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를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은 한 번쯤 되새겨야 할 수치겠지.

142쪽

이 참사(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1994년부터 2011년 사이, 그 15년 동안 벌어진 사고였으니 그리 오래된 과거의 일도 아니었어.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정부의 공식 추산으로는 사망자 1,100명, 피해자 3,472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사망자와 피해자가 각각 2만 명과 95만 명 정도에 이르렀다는 추산도 있어. 단순히 피해자 규모만 살펴보더라도 이는 세계적 규모의 참사라고 부를 만해. 환경적인 측면에서 태풍이나 홍수, 가뭄과 지진 등 자연재해를 제외한 단일 사건 사고로는 2만 5천 명 정도가 목숨을 잃은 1986년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2만 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던 198년 인도 보팔에서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 정도를 언급하는데, 1994년부터 2011년 사이에 빚어진 우리나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이에 비견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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