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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타 사토시/김경화 역] 즐거운 자전거 생활(2010)

독서일기/자전거

by 태즈매니언 2014. 7. 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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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매일 왕복 24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는 한 회사원이 쓴 글이다. 파워블로거의 글이 책으로 만들어진 거라 잘 읽히고 현학적인 부분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통인프라나 법제도가 다 같은 건 아니지만 대체로 유사해서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11쪽


자전거의 매력은 원래 자신의 다리의 힘 외에는 어떤 동력도 사용하지 않은 채 사람이 걷는 것의 5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것은 도쿄 시내의 모든 교통수단들 중에서 월등히 빠른 것이다. 


좁은 차 안에서 쾨쾨한 에어컨 냄새를 받으며 도로 정체 속에 있거나, 만원전철에 시달려 파김치가 되는 것보다 자전거가 훨씬 쾌적하다. 건강과 환경에도 더없이 좋다. 그리고 자전거를 탈 때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은 반드시 여러 분의 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나 더, 어디를 가든 '도어 투 도어'가 가능한 자전거는 차를 기다리거나 할 필요도 없고 공짜이다.


22쪽


지하철 안에서도, 사무실 안도 에어컨이 들어오면 여름, 난방이 들어오면 겨울, 이런 온도의 높고 낮음만이 느낄 수 있는 계절감이었다. 이러한 인공 설비 안에는 사람이 만든 바람과 사람이 만든 온도뿐이라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컴퓨터에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몇 줄의 숫자들만 점멸하고 있고, 모르는 사람에게 하루에도 수십 통의 메일을 보내는 그런 가상 세계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감각은 컴퓨터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사무실 안에서 컨트롤되는 온도오 플라스틱으로 된 관상식물, 그리고 공기정화기 같은 물건들은 원래 옛날에는 없었던 것들이다.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닐 정도로 덥다. 그리고 겨울에는 밖에 나가서 달리는 것이 싫을 정도로 춥다. 덕분에 봄, 가을에는 '아,정말 좋은 계절이 됐구나. 바람도 기분 좋을걸'하고 고마워 할 수 있다. 가을에는 가을바람을 느끼고, 봄에는 새싹의 향기를 맡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구에 사는 의미일 것이다. 


48쪽


자전거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 운동이 상당히 유효한 에어로빅이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넓적다리의 근육들은 사람의 근육 중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이 근육을 계속 움직여서 산소를 소비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육체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다. 덕분에 폐기능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대부분의 운동에는 반드시 따르는 '충격'이라는 부담이 자전거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뼈와 근육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94쪽


원래 자전거는 세워 놓아야 하는 물건이다. 자전거 한 대가 차지하는 공간은 자동차 주차 공간의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계속 방치되고 있는 자전거의 절반 이상은 사실 도난자전거이다. '아무거나 타고 가지 뭐'하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역 앞에 이렇게나 많이 버려 놓고 간 것이다.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겨우 회수되서 경찰서에 등록된 번호를 탐색한 다음 원래의 주인에게 연락이 닿기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린다. 하지만 한 달이나 자전거 없이 살 수 없었던 주인은 이미 새 자전거를 사고 난 뒤이다. 그 사람에게는 자전거가 생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에게 물건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가장 먼저 우산하고 자전거가 너무 싸다는 것이 문제에요. 값이 너무 싸다보니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에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든요."


당연한 것이겠지만 물건 값이 싸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원래 그 물건이 가져야 할 기능과 쾌적함을 무시한 채 싸기만 하고 질은 떨어지는 물건이 시장을 독점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질 나쁜 물건이 좋은 물건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107쪽


워래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경차량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차도를 달려야 한다. 하지만 고속성장시기에 자동차가 갑자기 너무 많이 늘어서 1970년대 일본의 교통행정당국은 자전거가 인도로 다녀도 된다는 조건을 만들게 되었다. 덕분에 자전거는 인도와 차도를 모두 다닐 수 있는 아주 자유로운 교통수단이 되었지만, 동시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가 된 것이다.


선진국들 중에서 자전거를 공공연히 인도에서 달리도록 하고 있는 나라는 오로지 일본밖에 없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이러한 일본의 현실을 본다면 인도에 자전거를 다니게 한다고 안타깝게 볼 게 뻔하다. 


그리고 일본에서만 여성용 자전거라는 독자적인 자전거가 발달하였는데, 이것도 이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인도를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속력을 낼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애초에 '속도'라는 개념을 완전히 무시한 자전거가 많은 수요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자전거의 인도 주행을 인정함으로 인해서 자동차와 일어나는 자전거 사고는 실제로 많이 줄었다. 하지만 덕분에 속력을 낼 수 없는 자전거는 그 기능성이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일본에서 한번에 자전거로 이동하는 거리는 서구에 비해 현격히 짧다. 


110쪽


버스를 어떻게 피할까? 실제로 버스는 아주 거치적거리는 대상이다. 왜냐하면 버스의 속도가 대개 자전거보다 조금 느리거나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도쿄 버스의 평균 속도는 11km이다. 그러므로 노선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서 자전거는 본의아니게 버스와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길이 막히기라도 하면 오히려 손쉽게 통과할 수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넓은 도로에서 길이 뻥 뚫려 있을 때에는 주행 중에는 버스에게 추월당하기 위해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다시 추월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버스 차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정류장에 선 버스를 추월하는 것은 위험하다. 버스를 추월하려고 버스의 왼쪽으로 돌아가려고(오른쪽은 보행자의 승차를 방해하기 때문에 안된다.) 했다가 뒤에서 큰 트럭이라도 오게되면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버스와 운명을 같이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버스가 서면 자전거는 버스 뒤에 그냥 멈춰있고, 버스가 출발하면 그제야 자전거가 출발할 수 있다면 자전거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안된다. 


124쪽


법률상으로는 자전거에는 반드시 벨을 달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 벨을 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차도로 다니면 벨을 울릴 일이 없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한 가지더, 벨 자체가 불쾌하다는 사람이 많기 대문이다. 보행자 입장에서 볼 때 길을 가고 있는데 뒤에서 찌리링 찌리링하고 벨을 울리는 것은 '비켜 비켜!'라는 소리오 ㅏ같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그런 의도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그리고 보행자에게 비켜 달라고 할 때는 '실례하겠습니다.'하고 말을 하기로 하자. 이렇게 하면 자전거 운전자에 대한 인상이 바뀔 것이다. 어쨌든 자전거를 탈 때 입은 놀고 있으니까.


125쪽


휴대전화가 걸려온다. 벨이 울리면 서둘러 보도로 올라가서 자전거를 일단 정차한 다음 전화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전화 받을 시간은 충분하다. 한 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면서 전화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언어도단이다. 차도는 어디까지나 위험 지대이다.


126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페달을 밟는 것은 정말 아주 위험하다. 자전거 생활의 단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독서량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 상당히 긴 시간동안 아무런 정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MP3이다. 자동차로 달릴 때 도로에서 가장 먼저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이 눈이고 그 다음이 귀일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방의 정보를 재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때에는 오히려 귀의역할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쪽 귀를 모두 막는 이어폰을 사용해야 하는 MP3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143쪽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란 한달에 한번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이 모여서 차도를 점거하는 일종의 퍼레이드이다. 도쿄에서는 시부야에 있는 NHK 앞에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발생'한다. 매회 참가자는 대개 30~50명. 오모테산도나 메이지신궁 앞을 약 1시간 정도 무리를 지어 달린다. 대표는 없다. '자동차에 점거당한 도로를 되찾자'라는 것이 모임의 취지이다. 


175쪽


ADFC(전독일 자전거클럽)에서 근무하는 자전거 활용 로비스트 마르크 메라씨의 이야기

"자전거 도로가 있든 없든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항상 배려해야 하는 것이 현대 교통의 철칙입니다. 왜나하면 자동차는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정의를 위해 이롭지 않은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독일은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자동차를 만든 나라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아주 많이 배출합니다. 결국은 독일은 지금까지 100년간 자동차 배기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해왔던 것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에 대량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장치를 수출까지 하면서요. 


1989년 본 주정부는 도심의 자동차는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로만 주행할 수 있다는 '템포 30'를 법률로 정했다. 독일에서는 시속 30km라고 하면 모두 30km로만 다닌다. 


225쪽


1991년 네덜란드의 자전거 마스터 플랜


- 2010년까지 자전거의 주행거리를 30퍼센트 늘린다(개개인의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자동차의 이용거리가 줄어든다

- 도심부에서 5km 이내의 이동은 자동차보다 자전거로 빨리 갈 수 있도록 한다

(결국 시내 중심부에서 자동차가 다니기 힘들게 한다는 정책)

- 자전거 통근 인구를 50% 증가시킨다

- 모든 기업에 대해 자전거 통근을 유도하는 계획을 수립하게 한다

(자전거통근자를 위한 설비, 자전거 통근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 자전거 이용자의 사망사고를 50%줄인다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자동차와의 사고이므로 자전거가 다니는 길에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도록 제한)

- 시내에서 자동차의 속도는 2008년까지 3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한다

- 관리인과 도난방지 시스템을 설치한 자전거 주차장을 시내 여러 곳에 설치한다.



246쪽


환경과 건강을 위한 자전거이지만, 자전거가 공기정화기는 아니다. 자전거 자체가 환경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던 사람이 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현재 자전거 도로라고 해서 만든 도로의 상당수는 인도의 절반을 자랄 차도쪽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길로는 자전거가 마음껏 달릴 수 없다. 인도를 두 부분으로 자르면 원래 인도로 있었던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행자는 어쩔 수 없이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게 된다.그런데 이 길은 '자전거 도로'라는 이유로 마음껏 속도를 내면서 자전거가 다닌다. 결과적으로 자전거와 보행자 사고가 나게 된다. 배기가스는 줄지 않고 사고만 느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위해 만든 도로인지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는 반드시 차도를 줄여서 만들어야 한다. 2차선 도로는 바깥쪽 두 번째 차선을 자전거 도로로 만드록, 1차선 도로는 1차선을 전부 자전거 도로로 만들어서 자동차는 일방통행으로 다니게 해야 한다. 


258쪽


자전거의 동력은 사람의 힘이다. 사람 한 명은 대개 3분의 1마력으로 환산된다. 자동차를 100마력 정도로 본다고 하면, 사람 한 명을 이동시키는 데 자동차에 비해 300분의 1의 힘밖에 안드는 것이 바로 자전거인 셈이다. 2톤이나 하는 차체를 움직이는데 화석연료를 연소시켜야 하고 한번 연소된 연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전거에 필요한 에너지인 쌀이나 빵은 재생산이 가능하고 이산화탄소도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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