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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릿 매팅리/콜린 박, 지소철] 아르마다(2013)

독서일기/유럽

by 태즈매니언 2014. 11. 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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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빼어난 역사책.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전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아르마다라는 소재를 통해 1587년에서 1589년에 있었던 서유럽의 중심부를 당시의 역사적 비중에 따라 균형있게 서술한 점에서 저자 '개릿 매팅리'가 들인 공을 느낄 수 있었다. 무려 50년 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래된 역사서인 이 책의 한글 개정판이 몇년 전에 다시 나올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 말에는 있지도 않은 항해용어들 때문에 번역이 아주 힘들었을텐데도 공들여 번역한 옮긴이 콜린 박과 지소철씨에게도 찬사를.



피서렝게이에서의 처형으로 시작하는 제1장이 아주 적절했고, 단순한 전쟁 연대기에 그치지 않고, 유럽이 근대로 나아가는 단초가 된 것이 1588년의 잉글랜드 함대와 아르마다의 전투였음을 되짚어주는 에필로그가 특히 일품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30년 전쟁- 오늘의 유럽을 낳은 최초의 영토전쟁'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아르마다>를 통해서 근대 유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세 앙리의 전쟁'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알았고. 아르마다의 제독이었던 '메디나 시도니아'에 대한 저자의 재평가도 큰 소득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서 유럽공동체의 실현을 향해 인류 역사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현재 EU의 모습과, 로마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대표해서 벌였던 1588년의 해전, 1618~1638년의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통해서 '종교의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던 근대 유럽(자기네 유럽 안에서만 인정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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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쪽


가톨릭 연합이나 프로테스탄트 연합은 필요한 일체성을 지니지 못했고 필요한 힘을 결집시키지 못했다. 사상 체계는 범위가 보통 자기 한정적이지만, 사람이나 민족보다 멸하지 어렵다. 그러므로 온갖 종류의 전쟁 중에서 사상 체계에 대한 전면전의 성격을 띠는 성전은 승리를 거두기가 가장 어렵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에스파냐와 영국의 전쟁은 결정적이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니까 그 구체적인 교훈조차도 헛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은 나중에 30년이나 더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성전이 서로 다른 의견을 화해시키기에는 빈약한 방법이며, 둘 이상의 사상 체계가 서로 치명상을 주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573쪽


에스파냐의 우세가 한 세대 이상 더 지속되긴 했지만 그때부터 에스파냐의 전성기는 지나가 버렸다. 특히 프랑스는 블루아에서 앙리가 기즈를 암살하는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오스트리아 가계(합스부르크)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로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유럽의 자치권이 합스부르크 가에게 위협받는 동안 그 자치권을 지키는 최고 보증인이 되었다. 만약 그라블린에서 영국의 승리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온 소식으로 그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더라면, 앙리는 가톨릭동맹의ㅏ 굴레를 벗어던질 용기를 결코 짜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유럽의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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