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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페이크/김희정 역] 파리에서 살아보기(2011)

독서일기/유럽

by 태즈매니언 2018. 7. 9.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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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볼 때 가장 아쉬운 게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페북에서도 외국에서 살고 계시는 분들의 경험담들을 좀 더 눈여겨 보게 된다. 일본의 몇몇 도시들을 제외하고 내가 출장과 여행을 합쳐서 머무른 기간이 가장 길었던 외국 도시가 파리다보니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파리에서도 살기 좋은 동네라는 16구에서 6년 동안 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호주 여성 제인 페이크의 경험담이다. 그녀는 파리에서 생활하는 동안 르 꼬르동 블루에서 개설한 과정을 수료했고, 호주의 신문에 구르메에 관해 기고했기에 아무래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벌써 10년 전의 경험들이니 지금은 바뀐 것도 꽤 있을테고.



파리에서 흥미진진한 소식들과 다양한 현지 식문화를 전해주시는 김투몽님의 언급처럼 프랑스는 전형적인 고맥락 사회라서 뉴욕에서도 살았던 호주사람 제인 페이크도 파리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더라. 마치 일본사회에 적응하는 다른 동아시아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전혀 문화가 다른 한국인이 파리지앵의 생활에 녹아드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대신 아는만큼 보이는 즐거움도 크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 한 달 살기라도 해보고 싶다. 그럴러면 다 까먹은 불어부터 복습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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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전형적인 오스망 스타일은 1850년에서 1920년 사이에 지어진 6, 7층 높이의 건물로 3층과 6층은 화려한 주물 난간으로 장식된 발코니가 쭉 이어져 있다. 3층과 4층은 부자들을 위한 층으로 천장도 높고 창문도 더 크다. 그 중에서도 3층은 가장 좋은 층으로 간주된다. 시끄러운 거리에서는 떨어져 있고, 계단을 많이 오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1층은 가게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고 가게 주인들은 주로 2층에 산다. 꼭대기 다락방은 하녀의 방이다.


141쪽


(프랑스 비스트로에서) 그 지역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고 싶으면 저녁 여덟 시 반이나 아홉시 쯤으로 예약하자. 그러면 테라스에 앉아 키르(Kir)를 한 잔 하면서 긴장을 풀 시간도 충분해진다. 키르는 카시스 크림에 백포도주를 더해 만든 프랑스의 인기 있는 칵테일로, 블랙베리나 복숭아로 만들기도 한다.


170쪽


"스카프는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신구입니다."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우리 앞에 서 있는 프랑스 여성이 말한다." 전혀 개성이 없는 옷에 스카프를 더하면 멋과 개성과 섬세함과 입체감을 더할 수 있지요. 프랑스 여자들 특유의 'je ne sais quoi'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 스카프를 살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색 두 가지를 고른다. 이 두 색은 자신의 피부색, 머리색과 잘 어울려야 한다. 스카프는 항상 얼굴 가까이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 이번 시즌에 스카프를 하나 밖에 살 여유가 없다면, Carre를 고른다. 여러 방법으로 두를 수 있기 때문에 스카프 중 가장 다목적이다.


180쪽


미식가를 길러 내는 어려운 작업은 어려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어린이가 의무교육을 마칠 즈음에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치즈 중 상당수를 구분하고 즐길 줄 알 뿐만 아니라 음식 재료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된다. (두 시간의 점심시간 동안 제공되는) 학교급식은 영양을 공급하고 아이들이 안목과 미각을 기르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은 중요하기 때문에 서둘러 먹지 말아야 한다.'는 뿌리 깊은 믿음을 각인시키는 가정교육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진다.


268쪽


바게트는 사자마자 먹어야 한다.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은 양질의 바게트는 여섯 시간만 지나도 나무 막대처럼 딱딱해진다. (중략) 무더운 8월에는 이 마술 지팡이도 두 시간이면 힘을 잃고 질긴 가죽 벨트처럼 변해 버린다.


298쪽


다음 세대를 길러 내는 문제에는 공동체 전체가 관심을 보이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려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부모나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생판 모르는 사람도 좋은 의도만 있다면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높은 기준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어느 여름날 우아한 할머니 한 분이 길을 가던 나를 멈춰세웠다. 위험할 정도로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조그만 반려견을 끌고 가던 할머니는 내가 아이들에게 젤리 샌들을 신겼다고 꾸짖었다. "그런 신발은 해변에서나 신는 거예요, 젊은이. 파리의 거리에는 안 맞아요.!"


332쪽


프랑스 사람들은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살 줄 알고, 모든 것의 근원에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진 파리지앵이 많아서 시골과의 연계가 강하게 살아 있다. 식에 대해 엄청난 열정을 지닌 이 도시의 시장은 각 지방에서 난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art de vivre'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장터에 가서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생선 가게 주인에게 조리법을 배우고, 핏방울이 튄 앞치마를 입은 정육점 주인과 농담을 나눈다. 손님들은 단골 가게 주인과 강한 관계를 맺고, 가게 주인은 손님 식생활의 상담사 역할을 한다.


389쪽


파리지앵의 80% 이상이 파리 시내의 5배 정도 면적의 파리 교외에 산다. 


410쪽


몽마흐뜨 박물관은 17세기에 지어진 몽마흐뜨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중략) 박물관에서는 파리의 마지막 포도원이 내려다보인다. 예전에 몽마흐뜨에는 포도원과 풍차가 많이 있었다. 18세기 파리 시민들은 일요일이면 이리로 몰려와 시골 공기를 마시며 갈레뜨를 먹고, 도시 세금이 붙지 않는 값싼 이 지역 포도주를 마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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