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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원] 학교라는 괴물(2014)

독서일기/교육

by 태즈매니언 2014. 12. 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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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같은 생활을 했던 고교시절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으면서 나중에도 절대로 이 시절을 좋았던 추억으로 되새김질 하지 않으리라고 이를 갈았었다.


대학에 가서 해방노예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방종과 나태에도 빠져서 금세 입시교육 시절을 잊어버렸다. 기껏해야 이한씨의 <학교를 넘어서>나 <탈학교의 상상력> 정도가 교육에 대해서 읽은 기억에 남는 책일 정도로.


현재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권재원 선생님이 쓰신 이 <학교라는 괴물>은 학교란 곳이 내가 졸업하고서도 근 이십년 가까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해줬다.


객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초중등 교사에 대한 대우는 후한 편이 맞다. 그렇기에 교직에 입문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고 이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걷는 이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 지원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지도 못하고, 열의를 가진 선생님도 낙담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상황들이 저자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열된다. 칼럼을 모은 글이지만 여느 칼럼집과 달리 단행본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교사에게 각종 공문서 작성만을 강요하는 교육청과 이를 통해 학생들을 제대로 못가르치면서도 행정능력만으로 자리를 유지하는 교사들, 선생님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을 모두 포기하며 근무평점 가점을 긁어모아야 승진할 수 있는 교감과 교장이라는 자리.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최대한 멀어지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교육시스템의 현실과 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총론만 읊고 있는 무능하고 게으른 비판가들에게 현장에서 제시하는 목소리까지 담겨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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