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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지배받는 지배자(2015)

독서일기/교육

by 태즈매니언 2015. 10. 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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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사회학자의 책이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5년의 시차 동안 행해진 110명에 대한 인터뷰를 모아 엮은 이 책은 전혀 새롭지 않다. 도발적이지도 않고.

 

난 이 책에서 사용된 사회학적인 용어들과 이론들은 'middleman minority'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그런 용어들을 쓰지 않아도 일반독자들도 맥락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니. 이런 표현들을 다 걷어내고 남는 분량을 보다 많은 인터뷰 내용을 옮기는데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문화인류학적 민속지로 작성되었다면 나았을거라는 이야기다. 뭐 문화인류학자의 직무유기 때문이니 사회학자를 탓하는 건 이정도로 하자.

 

이 책은 꼭 필요했는데 누구도 쓰지 않았던 책이다. 미국 유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전반적인 가이드북으로써도 유용할듯 싶다. 심지어 미국 유학 경험자인 저자 자신도 이 책을 쓰면서 미국 유학의 유용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이터들을 많이 찾게 되었다고 술회했을 정도니.

 

나는 미국 유학 경험이 없고 다분히 로컬 지향인 업역을 맡고 있지만 지금 직장의 많은 분들은 미국 유학파이고 글로벌하게 평가가 가능한 공학기반의 인재들이다. 학부재학시절의 나는 국내 일반대학원은 돈을 주면서 다니라고 해도 갈 생각이 없었고(지금은 장학금 한푼 못받으면서 다니고 있다. 젠장 --;), 내가 한국어로 축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지식들을 영어버전으로 중학교 수준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게 싫었다. 내가 천재도 아닌데 언어의 핸디캡까지 짊어지고 현지학생과 경쟁할 자신도 없었고 깔아주는 열등생 생활을 감당하고싶지 않았다. 그걸 감수할만큼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지도 못했고. 이 책을 통해 겁많은 내 선택으로 인해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체험담들을 귀동냥했다.

 

잘 모르지만 삼성그룹이 투자한 성균관대학교의 비약적인 발전의 바탕에는 금전적인 투자 외에도 이 책에서 분석하는 미국 대학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들을 도입했기 때문일 것 같다. 우리나라의 학벌체제와 간섭하기 좋아하는 교육부때문에 제동이 걸려서 인지 그 발전속도는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에 비해 인상깊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대학들이 워낙 굼뜨다보니 두드러져보이긴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혹시 자식이(생긴다고 치면) 꽤 똘똘해서 공부 좀 한다싶으면 어떻게든 미국 유학을 권하고 뒷받침해줄 것 같다. (말해봤자 들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물리치료사, 배관공같은 로컬 기반 기술직업을 선택하거나 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 공대아니면 네가 벌어서 가라고 을러대기는 하겠지. 자녀교육비 지출이 가뜩이나 투입 대비 성과의 편차치가 큰데다 타이거 맘 밀집도가 워낙 높다보니 교육이 점점 B/C가 떨어져가는 선택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빌린 책이라 메모할 부분들이 좀 많다. 책의 주요내용은 제1장과 에필로그에서 충실히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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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미국 대학이 세계적인 지배력을 가지게 된 역사적, 구조적 원인으로 정부의 막대한 지원, 탈중심적인 경쟁 체제, 사람과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 선도자의 이점 등을 들 수 있다.

 

77쪽

 

강릉대학교 조명석 교수는 학벌 문제로 인해 제자들을 취직시키기도, 국내 명문 대학원에 진학시키기도 무척 힘들었다. 학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미국 명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강릉대 학생들은 미국의 인텔 연구소,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굴지의 기업에 취직하였다.

 

92쪽

 

유학생들이 수업에서 겪는 이러한 어려움은 1~2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아지지만 이번에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한계를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유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여러 전략들을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대로 적응을 한다. 예를 들어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미리 질문을 준비하거나 연습하는 전략을 세운다. 한편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는 같은 학급의 친구나 한국 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와 동시에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고 한국에 있을 때처럼 자신이 수업을 주도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중략) "한계를 인정하고 핸디캡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미국 학생들과 교수들의 기준에 못 미치는 자신의 위치를 숙명론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94쪽

 

특히 경제적인 문제와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유학생에게 조교 생활은 미국 학생들이 실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등록금이 비싸고 비자 지위로 인해 캠퍼스 밖에서 일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대부분 조교 자리를 원하게 된다. 즉 재정적인 이유로 외국인 학생은 조교직을 할당받으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큰 압박을 느낀다.

 

96쪽

 

유학생들은 언어 문제 때문에 통상 강의조교가 연구조교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교수가 수업을 가르치면, 그것을 바탕으로 강의 조교는 주당 3시간 정도 학생들의 토론 수업을 이끌거나 문제를 풀어주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토론 위주라 해도 사실상 일주일에 3시간씩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야 한다. 이 때 유학생 대부분이 난생 처음으로 영어 강의를 하게 되는데, 이는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원어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언어 구술 능력 때문에 미국 학부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강의조교의 권위는 자연스레 도전받게 된다.

 

141쪽

 

미국은 지원할 때까지는 학교가 갑이지만 일단 invitation(최종면접심사를 위한 초대)을 주고 나면 그 때부터는 지원자가 갑일 가능성이 높아요. 방문에 필요한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지원해주는 건 당연하거니와 가급적 제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주려고 하죠. 대부분 학과장급인 Search Committee Head가 직접 자기 차를 몰고 공항으로 마중나오거든요. 미국대학은 지원자들 중 서너명을 뽑고 나면 이 서너 명이 우리 학교만 지원한 게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보이지 않는 다른 학교와의 싸움이죠. 한국은 영원히 학교가 갑이죠.

 

156쪽

 

한국 대학의 학과는 교수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교수 한 명이 대외적으로 학교를 대변하고 상징하는 사람으로서 일반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필요가 있다. 대학생과 그들의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인들이 해당 교수의 연구 업적을 상세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수진의 학벌이 그 학과의 수준을 대변하게 된다. 즉, 명성이 높은 대학의 출신자들이 더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167쪽

 

한국 대학의 문화적, 조직적 특성들은 교수 임용 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임용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후보자의 공개 발표와 면접은 짧은 시간에 급박하게 이루어지며, 평가자들은 갑의 위치에서 학문적으로 심도 있는 소통을 하지 못한다. 또한 정량 평가 중심의 평가를 할 경우 후보자의 잠재성과 연구의 심층적인 이해보다는 논문의 수와 학벌에 치중하게 된다. 학벌은 미국과 달리 학부 학벌과 대학원 학벌이 이중적으로 작동하게 되고, 학부 학벌의 인맥과 맞물려서 종종 학벌정치로 비화되기도 한다.

 

172쪽

 

항공우주분야의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항공우주공학자들은 우주선발사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보다 접근하기 쉬운 이론적인 문제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홍교수는 미국에서 배운 첨단 우주공학은 한국 기술이 발전하고 나서 미래에나 유용할 것이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한다. "나중에 쓸모 있을 수도 있겠죠. 한 20년 후에..."

 

174쪽

 

미국 유학파 한국 지식인들이 프론티어 연구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의 여섯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연구의 시간적 지식격차, 열등한 연구 환경, 파편화된 인정 시스템, 집중할 수 없는 연구문화, 학문 공동체의 폐쇄성과 타율성, 그리고 학문적 열정의 쇠락. 이 요소들은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독창적이고 우수한 연구를 생산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탁월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극도로 힘들기 때문에 미국 유학파 지식인들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나 방법론을 한국적 맥락에 적용시키거나 미국 연구자들이 경쟁적으로 다투는 문제를 회피하여 덜 중요한 문제를 다루게 된다.

 

179쪽

 

미국의 우수한 실험실에서 연구해왔던 장교수는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연구시설과 연구인력이 미흡해 첨단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맞는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우수한 연구 결과를 냈던 지방 대학의 장교수는 과연 앞으로 몇 년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연구 시설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수준이 기대만큼 높지 않아 연구의 속도와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어논문을 써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맡길 수 없어 자신이 다 쓰고 있으며, 우수한 Post-doc이 없기 때문에 교수가 직접 반복해서 실험을 가르쳐야만 했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 교수들은 더 좋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한다.

 

182쪽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교수가 연구비를 따오면 수업을 면제해주는 buyout(수업 매수)제도가 있어 연구에 집중하고 싶은 교수는 이 제도를 활용한다.

 

183쪽

 

2014. 6. 기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하는 전체 등재학술지는 총 2,089종이다. 이에 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영문 저널 인덱스인 SCI급 저널은 8,613종이다. 등재지는 한국 연구자들이 출판하는 반면, SCI급 저널은 전세계 연구자들이 출판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등재지는 상당히 많은 수다. 이는 수준이 낮은 논문이라도 학술지에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187쪽

 

SCI급 영문 저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공 계열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계열로도 점차 번져나가고 있다. SCI급 저널을 발행하는 학회가 명성을 얻는 경향이 있고, 학계에서의 가시성과 파급력을 인정받는다. 학계에서 그 학회나 연구 모임이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SCI급 영문 저널을 발간하는 것이다.

 

188쪽

 

우수한 연구자는 능동적인 동시에 수동적이어야 한다. 능동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기 위해 다른 연구자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데 있고, 수동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 있다. 연구자의 수동성은 곧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여유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194쪽

 

'학자의 건달화'는 유교적 위계 문화와, 연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문화로부터 기인한다. 한국 대학에서 권위는 학문적 우수함보다는 나이와 직위에서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연구자를 실력으로 평가하는 문화를 저해한다.

 

195쪽

 

종교적 현상으로서의 대가는 존경과 열정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탁월한 제자는 이들의 길을 따라간다. 이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학자들은 맹목적이다. 그 길만이 최고라는 환상이 없는 학자는 성공하기 어렵다. 탁월한 선생 또는 대가와의 접촉은 학문자본의 전수뿐만 아니라 학문적 열정의 고양과 연결된다. 따라서 학문적 열정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성 안에서만 유지도니다.

즉 짧고 단기적인 만남보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서 계속 고양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집합 흥분'이 없는 '탁월한' 학문 공동체는 존재하기 어렵다.

 

209쪽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리더쉽 아래 1997년 MBA 학위를 가진 20여명의 외국인을 고용하여 회장 직속으로 '미래전략그룹'을 만들고 삼성그룹의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당시 이는 파격적이었으며 삼성그룹의 직원들, 다른 국내 대기업, 그리고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었다.

 

215쪽

 

한국과 미국의 기업 문화 충돌은 사람들의 태도, 습관, 가치관뿐만 아니라 기업이 작동하는 작업 환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공 팀장이 말하듯 미국의 산업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방대하며 각각의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반면 한국은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일이 떨어지든지 처리해야만 하기에 일반적으로 두루두루 아는 사람을 원한다.

 

229쪽

 

이팀장은 MBA를 다녀온 사람은 "모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자신과 같이 MBA를 준비했던 사람은 10명이 넘지만 실행에 옮긴 사람은 단 2명이라며, 다른 사람들은 높은 학비와 생활비, 즉 기회기용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239쪽

 

정교수가 된 이후에도 왜 그렇게 연구를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M교수는 '문화'때문이라고 대답하면서, 연구를 게을리하는 교수는 철저히 무시당하는 미국 대학의 분위기를 언급했다. 열심히 연구하지 않는 교수의 말은 설득력이 없으며 대학원생도 오지 않는다. 연구 업적이 없는 교수는 실험실을 내놓으라는 압력에 시달리며, 수업을 더 많이 배정받는다. 성과주의 때문에 연구 실적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해마다 달라진다.

 

240쪽

 

미국 대학에서 차별이나 무시가 없었냐는 질문에 M교수는 간접적으로 친분이 있는, 유색인종으로서 미국의 장관까지 오른 공직자의 말을 빌려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나는 너무 바빠서 그것을 알지 못했다."

 

249쪽

 

미국 대학에서는 조교수를 임용한 다음 통상 6년 동안의 업적을 평가해서 종신교수직 수여 여부를 결정한다. 6년의 기간은 일종의 수습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시기다. 미국의 테뉴어 제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구, 강의, 서비스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테뉴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과 달리 정량적 기준이 없고 질적 기준을 중심으로 정성적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은 조교수들을 오랫동안 불안하게 만든다.

 

251쪽

 

조교수에 대한 테뉴어 심사는 학과, 단과대, 대학본부의 세 단계에 걸쳐서 진행된다. (중략) 조교수에 대한 이러한 강도 높은 검증은 한국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은 새로 들어온 교수에게 많은 지원을 하는 동시에 철저한 검증을 실시한다. 미국 대학은 한국과 달리 정년이 없고 죽을 때까지 직책이 보장되기 때문에 대학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미래 자원을 종신교수에게 투자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강도 높은 검증은 대학의 미래를 위해서 당연한 것이다.

 

254쪽

 

미국 대학의 신임교수는 강의와 서비스의 부담을 줄여주는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학교와 학과에 따라서 세부적인 제도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임 교수에게는 강의 시수를 줄여주고 학교의

행정적 일을 되도록 시키지 않는다. 한국 대학에서는 조교수가 과중한 수업 부담과 잡다한 학교 행정일을 맡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가 지배하는 한국 대학에서 조교수는 부려먹는 대상이지 보호해야할 존재가 아니다.

 

257쪽

 

연구를 조직하는 리더쉽 역시 한국 대학과 대비되는 점이다. 미국 대학에서 학과장과 학장은 한국 대학과 달리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다. 한국 대학에서 학과장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맡는 보직이며, 학장은 일종의 명예직이다. 미국 대학에서 학과장과 학장은 학과와 단과대의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며 자원을 배분하는 실질적인 권력자다. 미국 대학의 학과장과 학장에게는 절대적인 권위가 주어지고 그만큼 책임을 묻는다. 이들은 학문적으로도 대단한 성과를 낸 사람들인데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사용하는 권력에 대한 정당성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278쪽

 

한국의 직장에서는 상사와의 '깊은 관계'가 요구되고, 미국에서는 동료와의 '넓은 관계'가 요구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직장 내에서 업무에 필요한 사람을 찾아 정보를 요청하고 그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미국식의 넓고 얕은 관계 맺기에 한국인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291쪽

 

미국은 한국에 비해 땅이 넓고 혼잡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추어

져 있다. (중략) 특히 한국 여성들은 이런 삶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한다. 레크레이션 시설이 좋아 저렴한 가격에 레져를 즐길 수 있어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정시 퇴근이 보장되고 회식이 없는 직장 문화 덕분에 아내는 남편의 과음이나 일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스트레스의 근원 중 하나인 시월드라고 불리는 시댁은 태평양 건너에 있다.

 

301쪽

 

버턴 클라크는 세계 연구 중심대학의 비교연구에서 19세기말까지만 해도 미국 대학의 수준은 형편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진지한 연구자들은 유럽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 수가 1만 명에 달했다. 이들 유학생들은 규모가 작고 수준이 낮은 미국 대학을 '모기떼'라고 비아냥거리며 언젠가 미국 대학이 유럽 대학처럼 '독수리'가 되기를 꿈꾸었다. 이후 여러 우호적인 역사적 상황들과 미국 지식인들의 기나긴 노력으로 미국 대학은 모기떼에서 독수리로 비상할 수 있었다. 미국 대학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대학으로부터 헤게모니를 빼앗아왔듯이 지식 생산의 권력관계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비록 전체적으로는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가 작동하지만 분야마다 대학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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