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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렬] 복학왕의 사회학(2018)

독서일기/교육

by 태즈매니언 2018. 11. 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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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어느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님이 작년 2월 학회지 <한국사회학>에 게재했던 논문 <'복학왕'의 사회학: 지방대상의 야이기에 대한 서사 분석>을 풀어내고 내용을 보충한 책이다.

dBpia에서 한 때 가장 많이 조회한 논문 1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로 끌어당기는 제목과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라는 부제때문에 보게 됐다. 덕분에 시대와 수험제도상의 행운, 부모님빨이라는 사회경제 자본의 덕을 본 수혜자의 입장에서 기안84가 비틀어서 희화화한 원형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건 <지배받는 지배자>처럼 한국사회에 대한 사회학 분석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꼭 지방대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일류가 아닌 이들이 오순도순 안온하게 고여있는 조직이라면 어디든 적용 가능하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곳들이면. 마을만들기/한민족 운운하며 공동체주의라기보다는 유사가족들 사이에서 핥아주기에 빠져 있으면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반도체를 매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출하리라 당연하게 기대하는 일부 좌파들도 아직 기안대 재학중인 것 같고. --;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다. 대학이 가진 공동체로서의 가능성에 기대하는 것 같던데 자신들의 제자들에게 지사립을 계속 다니고, 이왕이면 사회학을 제대로 공부해보라고 하는 게 옳을까? '사회학적 상상력'이 무슨 원동력이 될까? 그 단어는 그냥 '자존감'으로 바꾸면 될 것 같던데.

나는 내 조카가 지사립에 입학한다면 폴리텍대학이나 한국승강기대학같은 곳을 추천할 것 같다. 사회가 주입하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주입하는 공간들을 최대한 피해다니면서, 칸 아카데미나 유툽을 통해 흥미를 찾아보고, 프로그래밍이든, 미장이든 '경험'과 '기술'을 배우고, 이왕이면 직업의 지리학에 따라 더 생산성있고 발전하는 도시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왜 잘 안맞는다는 사실을 한 번 확인한 이들에게 다시 '지식'이라는 전장에서 싸우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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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쪽

 

나는 지방대생 부모와 지방대생 졸업생을 연구하면서 세대 전쟁 담론이 서울 내지는 수도권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획득한 자료를 통해 볼 때, 지방에서는 정치경제적 차원의 세대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문화적 차원의 세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80쪽

 

지방에는 가부장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데 이 아버지가 권위는 내세우는데 경제적 능력이 변변찮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 죽어라 일만 한다. 성실하고 바르다. 비록 대화는 안 되지만 이런 가부장을 보고 자녀 세대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여기에다 가부장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생계에도 뛰어든 억척스러운 가모장도 있다. 이렇게 부모가 먹고사는 데 바쁘다 보니 서울과 달리 사교육을 제대로 시키지도 못한다. 자녀는 지방대에 들어가게 된다. 그 이후 지방대생의 삶은 가족이나 유사 가족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가부장을 부정하지 못하고 그 품 안에서 살아간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근대적 자아는 커녕 서울에서 나타나는 왜곡된 개인주의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중략) 시민사회가 아니라 가족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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