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훈] 공무도하(2009)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15. 4. 22. 01:55

본문

 

 

김훈씨가 2009년에 펴낸 장편소설 <공무도하>

최표의 <고금주>에 옛 조선 땅의 뱃사공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지은 노래로 전하는 <공무도하가>에서 딴 제목이다. 늙은 미치광이 남편을 쫓아 물에 몸을 던진 아내의 심정이 이 소설에서 변주되어 드러난다.

 

해망경찰서 정보과장 강민경감으로 대변되는...조직의 충실한 더듬이 역할을 하는 성실한 공무원들, 진실을 파헤치지만 기사화하지 못하고 늦은밤 골방에서 속삭이는 말로 풀어놓을 때가 많은 사회부 기자 문정수, 메마른 땅의 오아시스처럼 사람다움에 굶주린 목마른 이에게 야참을 먹이고 재우는 여자 노목희.

...

대표주자격으로 도드라지게 묘사된 인물인 박옥출과 한국사회에서 박옥출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기 밥벌이를 해나가는 한국의 무수한 장삼이사들. 이들이 손쉽고 만족스런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장철수와 후에, 오금자.

김훈은 자신의 반평생에 걸친 기자 생활을 통해 체험한 한국사회에 대한 쓴물을 삭혀 담근 간장처럼 이 책을 써냈다. 지금은 나도 이 악다구니 안에서 살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십년 후에 책장에서 꺼내 읽었을 때 십년 전의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였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타임캡슐같은 책이라는 것을 알겠다.

 

고려가 몽골의 침입에 전국토를 유린당한 오십년 세월동안을 살아왔던 일연스님이 일흔 살 노구를 이끌고 그 야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무너져버린 세상의 역사를 쓰고자 했던 마음과 소설가 김훈이 2009년 이 소설을 쓰고자 했던 마음은 매우 비슷해보인다.

 

--------------------------

41쪽

 

기우는 해에 끌리는 쪽으로 빛들은 떼지어 소멸했고 소멸의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서 신생과 소멸을 잇대어가며 그것들은 어두워졌다.

 

161쪽

창야에서 사람들은 남들과 같은 말을 하고, 말의 흐름에 동참함으로써 안도했고, 그 안도감 속에서 소문은 소문의 탈을 쓴 채 믿음으로 변해갔다.

 

206쪽

노목희는 그 공식적인 문장에서, 드러나기를 원치 않고 과장되기를 원치 않으며 다만 전달되기만을 바라는 선의를 느꼈다. 디자인은 장식이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따라서 진실의 일부라고 타이웨이 교수는 추신에 적었다.

 

241쪽

그들의 말 속에서 방조제 이전의 삶은 늘 평화롭고 충만했다. 그래서 매립으로 잃어버린 그 평화와 충만을 보상액수에 모두 포함시켜서, 그들은 펄에 코를 박고 살아온 해망의 갯가를 떠나려 하고 있었는데, 액수가 커질수록 소송은 지연되었고,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은 이제 두어 마리 남은 철새처럼 해망의 갯가에서 서성거렸다. 횟집 주인들은 그 엉거주춤을 스스로 '보상병'이라고 불렀다.

 

296쪽

검사는 해저 고철을 무주물로 판단했다. 해저의 포탄 껍데기와 탄두는 자연현상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므로 국유재산인 매장광물로 볼 수 없고, 폭격기에서 포탄을 쏘고 난 후 그 잔해에 대한 소유권을 폭격 주체에게 인정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점유이탈물로 볼 수도 없다는 판단이었다. 또 극동군사령부 대변인 성명이 폭격 잔여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뜻이 없음을 밝혔고, 해저 고철을 국가소유로 규정한 법령은 그 후에 공포되었으므로 장철수가 인양한 고철 45톤은 물고기나 날아다니는 새나 펄에 묻힌 조개처럼 무주물이며, 그 소유권은 선점자에게 귀속하는 것이라고 검사는 회신했다.

 

316쪽

강경감은 경찰에 들어온 후 정보계통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경찰이 입수한 정보들 중에서 보전할 가치가 없는 것들을 기자들에게 흘려주고, 기자들로부터 경찰 지휘부의 인사이동과 정책 판단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