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어느 디씨이용자가 올린 구치소일기 연재물을 보고서야 행집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되었다. 오늘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민형사 소송으로 백여건 피소된 경험이 있는 소송전문기자 주진우기자의 소송에서 살아남는 경험담에 대한 이 책을 빌려왔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변호사 휴업 중인 내게도 분명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할 이유도 없으니.
역시 기자의 책이라 단숨에 다 읽었다. 소송에 대해서 백전노장인 사건당사자가 직접 쓴 책이라 그런지 여러 명의 변호사가 나눠 쓴 <쫄지마 형사절차>보다 전달력도 확실히 더 좋았다.
특히 변호사의 역할이 보다 큰 민사소송보다 당사자의 역할이 중요한 형사소송에 대한 부분들에서 깨알같은 팁들이 많았다. 형사재판에 얽히거나 얽힐 가능성이 있는 분들은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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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쪽
영장실질심사는 크고 높은 벽이다. 뛰어넘기가 만만치 않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무섭다. 그만큼 중요하다. 영장실질심사는 모든 재판 과정 중 준비가 가장 많이 필요한 단계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는 사건을 한 번에 파악한다. 단시간에 검사의 말과 피고인의 말 중 어느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를 검증한다. 사실상의 1심이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이고, 그 결과는 1심 선고와 직결된다. 여기서 불구속이 나오면 나중에 1심에서도 구속될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반대로 구속되면 유죄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부의 판결은 결정적이다. 영장 담당 판사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유능한 에이스 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법부 내에서 그 권위를 상당히 인정받는다. 따라서 그들의 판결은 본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단 구속되면 '죄가 있으니까 구속됐겠지'라는 선입견이 전방위적으로 작용한다. 심지어 변호인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206쪽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검사의 공소내용을 보고 질문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당사자가 판사에게 직접 대답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사건을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반드시 이틀 정도는 예행연습을 거쳐야 한다. 사실상 1심이라 생각하고 변호사와 예상 질문을 뽑아서 연습해야 한다. 그 어떤 면접보다 백배는 중요하니 모든 자원을 여기에 쏟아부여야 한다.
230쪽
빨리 구속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였다. 사람을 말려 죽이는 데는 재판만 한 것이 없다. 재판이 잡히면 한 달에 한두번씩 계속 끌려다녀야 한다. 1년 가까이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신청하고 난 뒤 실제로 재판이 열리기까지 세 달 정도 걸린다. 하루나 이틀에 재판을 몰아서 하고, 재판 당일 선고가 바로 떨어진다. 재판을 빨리 끝낼 수 있다면 악마라도 만날 수 있었다.
241쪽
성폭력 사건일 때는 변호사들이 판사에게 딸이 있는지 아들이 있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판사에게 딸이 많으면 처벌이 무겁게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지난 5년간 재판에서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아니라 구속된 실형 비율은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재판보다 두 배나 높았다. 국민참여재판을 결심했다면 내 논리를 쉽게 풀어줄 변호사가 필요하다. 특히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 말할 줄 아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말 잘하는 변호사, 정말 드물다.
279쪽
'수원의 비밀'이 있다. 뉴스를 잘 보면 각종 간첩단, 정치적 공안사건은 주로 수원지방법원에서 많이 다른다. 판사들에게 수원지법은 성공과 좌천의 바로미터다. 승진해서 서울로 입성하느냐 그냥 지방으로 도느냐를 가르는 심판대다.
303쪽
아무리 경험 많은 지명수배자, 기소중지자도 경찰을 보면 움찔하게 되어 있다. 불심검문을 피하는 방법은 경찰에게 다가가 먼저 길을 물어보는 것이다. 절대 신분증 내놓으라는 소리 안 한다. 오랫동안 수배 생활을 한 조직폭력배가 쓰던 수법이다.
316쪽
왜곡된 언론보도에 대응하는 공식은 일단 단호하게 정정 보도를 청구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담당 기자는 물론 부장, 국장, 사장에게 소장을 날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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