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0.917>은 빙산에서 수면 위로 나와있는 소위 빙산의 일각은 0.083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제목을 따왔다. 그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개선방안에 대한 책이다. 관찰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4인의 형사법 대학교수들의 입장이지만 건조하지 않고 처음부터 에필로그까지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절절 흐르는 뜨거운 문장의 책이다.
이 책은 금태섭변호사나 김두식교수의 책처럼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법을 공부하고 법원,검찰,경찰,변호사의 사법시스템의 직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와닿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 다음으로는 법을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것 같고.
책에서는 익숙한 주제들도 많이 다룬다. 법원행정처의 권한, 재판절차의 지연, 양형의 문제, 특별검사제의 무용성, 고소사건의 과부하, 중수부 폐지론, 경찰대의 폐지 또는 연수기관화... 이런 소재들은 다른 데서도 들어본 수준에서 이야기를 펼친 정도였다. 책의 분량상 차분히 다루지 못하고 지나간 부분들도 눈에 띄었고.
하지만 자치검찰제가 초래할 문제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가지는 문제점과 허상, 정보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한 분석은 법공부를 하고 있는 햇병아리에 불과한 내게는 신선한 내용들이었다. 특히 사법시스템에서 경찰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문제는 법원, 검찰, 경찰 그리고 이런 사법시스템을 얼기설기 짜놓은 주제에 수시로 뒤흔다는 정치권이 사법시스템을 좌우하는데 변호사들은 올망졸망한 자영업 식당들처럼 사법시스템의 개혁에 그다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확인한 게 반년뒤 일단 변호사가 되려고 아둥바둥하는 내 입장에선 씁슬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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