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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가이트너/김규진, 김지욱, 홍영만 역] 스트레스 테스트(2014)

독서일기/경제학

by 태즈매니언 2015. 10. 1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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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엔 노느라 책을 펴지도 않았다. 페친을 통해서 추천받았고 사놓은지도 한 달이 되어가는데 잡아보지도 못했던 책이었다. 결국 장거리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완독했다.  벤 버냉키 전 FRB의장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를 얼마 전에 읽었던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 


피에트라 리볼리 교수가 <티셔츠 경제학>을 쓰게된 이유가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교 교정에서 반세계화 집회를 하던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서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1998년 대학 새내기시절 스스로는 머리가 깨어있다고 생각했고 나름 걸러서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크나큰 착각이었다. 그 때문에 경제학적 사고에 대해서 계속 불편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고 미시와 거시 경제학을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겉핥기로만 접한듯 싶었다. 스스로 그걸 깨닫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고 이 책덕분에 항상 경제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얼마나 강한 구약성서적 도덕률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나의 사과를 경제학이 받아줄 지 모르겠지만.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티모시 가이트너를 힘들게 한 무수한 오해와 비난들이 한창 큰 불을 끄느라 정신없는 그를 얼마나 지치고 때론 낙담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고보니 짧은 생각으로 그런 비난에 동참했던 내 지난 몇년 간의 생각이 떠올라서 민망할 때가 많더라. 본인도 잘 모르면서 당당하게 아는 체 하는 어설픈 똑똑이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이 책은 오롯하게 자기이야기(경험담)이기 때문인지 정말 쉽게 읽힌다. 평범한 사람인 내가 신출내기 재무부 공무원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고 미국의 재무장관이 어떻게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해나가는지 그의 어깨 뒤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널리 공유해준 티모시 가이트너와 같은 사람이 미국의 저력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평생 재무부에서 일했고 자신을 월가의 하수인처럼 취급하고 없는 월가 경력까지 덧씌우는 사람들에게 평생 시달린 사람이 재무부장관 퇴직 후 바로 월가에서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왜 하필 그 길을 선택했는지 의구심이 좀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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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전형적인 불황이나 국지적인 위기에서라면, 기업들은 자신들 잘못의 결과를 감당해야 하며,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투자자들 역시 그래야 한다. 그러나 정말 시스템적인 위기에 위반자들을 징계한다면서 주요 기관이 쓰러지게 되며, 채권자들에게 탕감을 수용하라고 강제한다면, 불난 집에 기름 붓기가 된다. 이러한 정책은 부도와 원금 탕감이 더 발생할 것이라는 신호가 되어서, 채권자들에게 '무차별 런'을 하게 만든다. 다음에는 취약한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건전한 기관도 위험해지는데, 그 이유는 패거리가 달려가는 상황에서는 무차별 취급으로 인해 '옥석 구분'이 발붙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정의이다. 현재 분노해있는 대중들에게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보복이 매력적일지 모르나, 재앙 속에서 해야 할 진정한 도덕적 과업은 재앙을 끝내는 일이다. 정책 목표는 일부 방화범들이 정의의 채찍을 피해 가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 내는 것이어야 한다. 


77쪽


나는 루빈 장관에게는 한국이 불타게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루빈 장관에게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나 필요하다는 호소가 먹히지 않았다. 장관은 "우리가 성공 가능성이 있는 계획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비켜서서 한국이 불타게 두는 것이 완벽하고 적절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법도 있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자 했다. 그러나 내가 기꺼이 지적하듯, 완전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략)

위기가 고조되던 중에 다마토 의원의 제한조치가 만료되었기에, 우리는 국제 공조를 구성하면서 더 직접적인 역할을 맡았다. 우리는 미국 재무부와 타국들로부터 200억 달러의 2선 방어자금을 포함하여, IMF 역사상 유례없는 550억 달러를 투입하도록 지원하였다. 멕시코는 위기 당시 유례없는 금액이었던, IMF 할당액의 거의 7배를 대출받았으나 한국은 할당액의 19배를 받았다. 이것은 서머스의 발상이었다. 그는 개입 중에 IMF에게 더 큰 금액을 신속하게 대출하라고 설득함으로써, 규칙을 효율적으로 바꾸었다. 


282쪽


오바마 후보는 으회 내에서 민주당 표를 모아서 TARP를 지원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었고, 부시의 구제금융 시책에 반대할 기회를 포기하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전임 후버 정부가 대공황의 고통을 덜어내는 조치에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취임 후에 전임자와 극명한 대조가 되도록 만들었는데, 오바마 후보는 정치적으로 교활하지만 사회적으로 대가가 큰 그러한 전례를 따르지 않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관할 하에서 경제를 구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지원하였는데, 이로 인해 그가 변화를 추구한다는 메시지는 선명성이 덜해졌다. 



419쪽


우리는 아직도 "오바마 대통령이 방화범들을 구제했다."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악셀로드와 로버트 깁스 언론비서관도 백악관 회의에서 "미국인들이 정부에 분노하는 것은 우리가 은행에 수천억 달러를 주었기에 이해할만 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들에게 "오바마 정부는 주요 은행에 신규 자ㅓ금을 준 적이 없다."고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우리가 월스트리트에 돈을 퍼주었다고 인식했을 정도면, 그게 아니라고 구별해 줄 서민들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금융시스템 및 경제가 안정되고 있었지만, 전혀 인식하지 못하던 좌익과 우익, 정부 감독자들은 보너스와 구제금융에 대해서 우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427쪽


언론도 이 점은 인정하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위기가 마치 스스로 끝난 것처럼 소극적으로만 사실을 보도한 경우가 많았다. 나는 TARP를 감독하던 여러 중복된 감독기구들이 "정부의 투자가 납세자들을 막대한 손실에 노출시킨다."라는 경고를 하다가는, 얼마나 신속하게 "정부가 납세자에게 충분한 이익을 나타내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돌아섰던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449쪽


맥코넬 의원은 계산이 밝은 정치인이고, 그의 신념과 방식의 여러 가지가 나에게는 불편하였으나, 매력적으로 솔직하였다. 그는 금융개혁, 특히 우리의 개혁 비전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는 대중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명분에 반대하는 전투에 자신의 당직자들을 연루시킴으로써 '월스트리트와 부자들 편'이라는 공화당의 이미지를 심화시킬 위험을 안을 이유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금융 개혁에 관련하여, 공화당 의원 중 5~10인의 표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우리 당은 무엇이든지 당신에게 반대한다. 그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모든 정책은 나중에 걱정하면 되었지만 금융개혁만은 즉시 입법해야 했다. 최악의 금융위기는 지나갔고, 대통령은 위기가 얼마나 두렵고 파괴적이었는지를 미국인들이 망각하기 전에 법안에 서명하기를 원했다. 


580쪽


2009년 초 IMF는 미국정부가 금융권을 복구하는 데에 거의 2조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위기 대응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지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3년 말 현재 1,660억 달러의 수익을 납세자에게 돌려 주었다. 


608쪽


이상적으로 정부는 은행들이 패닉을 벗어나고 나면 민간자금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서, 대출을 비싸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차입이 절망의 신호가 될 정도로 너무 비싸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만약 금리가 너무 높으면 차입에 따르는 낙인효과를 우려하여, 은행은 자산을 매각하고 대출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는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파괴적인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자는 위기지원에 너무 많은 조건을 붙여서 그 효과를 저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612쪽


스트레스 테스트의 목표는 민간투자자들이 금융시스템의 자본을 재편성할 개연성을 최대화하여 납세자의 궁극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형편없는 자본구조를 가진 업체는 기존 주주에게 가장 불리한 자본 희석을 당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귬융시스템에 정부의 장기간 개입 잠재성을 제한하면서, 금융시스템이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적인 구조조정을 가속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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