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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쾨펠/김세진 역] 바나나 -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2008)

독서일기/농림축산

by 태즈매니언 2015. 11. 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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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과일. 전체 작물로도 밀, 쌀, 옥수수의 3대 주곡작물에 이어 전세계 4위의 작물이 바나나라는 사실을 귀동냥했었다.  대부분 도시에서 몇 시간 거리의 인근지역에서 공급해왔던 소규모 과일농장과 도매상 수준이 아니라 최초로 '과일산업'을 태동시킨 과일이라고 들었고. 주곡이 아니라 그런지 이런 중요한 작물에 대해서 제대로 다룬 책을 못봤는데 이 책을 발견하고 냉큼 집어왔다.

 

바나나가 나무가 아닌 풀이라는 건 알았지만 '생강목'의 일종으로 berry 종류라는 것은 몰랐다. 전세계에서 상업적으로 팔리는 거의 대부분의 바나나가 '케번 디시'라는 한가지 품종인 것도 처음 알았다.  바나나 화물선이 최초의 냉장설비를 갖춘 선박이었으며 숙성지연을 위한 CA저장법(Co2와 O2의 비중을 조절하여 과일의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보관법)을 최초로 사용한 것도 바나나란다.

 

Boston Fruit -> United Fruits > Chiquita로 이어져 온 바나나 기업에 의한 침탈의 흑역사는 차라리 나라를 미국의 식민지로 바치는게 더 나았지 싶을 정도였고. 하지만 그렇게 원가를 혁신한 덕분에 소비자들은 이렇게 저렴한 바나나를 먹을 수 있었다니(미국인 1인당 연간 100개 가량 먹는단다.) 소비자 잉여는 도금한 금박처럼 얇게 펼쳐있고, 열악한 근로조건과 농약으로 인한 피해, 바나나회사에 매수된 부패한 정부로 인한 질곡은 소수의 바나나 생산국에만 집중되어 있다. 나 스스로 한다발에 3천원만 넘으면 '뭐 이리 비싸?' 하면서 바나나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손쉽게 기업가들과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 및 관료들을 남의 일처럼 비판하는게 과연 정당할까? 적어도 불임과 만성질환을 초래하는 독한 농약을 안친 유기농 바나나 정도는 구매하면서 뭐라고 해야지. 다만, Banana Republic이라는 브랜드가 중남미에 놀러가는 백인들이 옷입는 스타일에서 따왔다니 옷장에 한 벌도 없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절대 사 입거나 구경하는 일도 없을듯.

 

컨테이너에 원조식량을 실어서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빈국에 난민을 위한 식량을 보내는 방법의 비효율성을 고려할 때 그들이 사는 동네에 심어서 식량을 거둘 수 있는 바나나 품종과 재배법을 보급하는 것이 식량난에 대한 좋은 해결책으로 보인다. 씨를 맺지 않아 꺾꽃이 식으로 번식하기에 유전적으로 단일할 수밖에 없는 바나나의 특성을 고려할 때 파나마병, 싱가토가, BXW처럼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 인한 바나나의 흑사병들에 맞서 유전자개량 바나나가 유일한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 댄 쾨펠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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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바나나는 나무에 달려 있는 동안에는 녹색이다. 그러나 나무에서 떼어내면 곧바로 익기 시작한다. 열매를 따는 순간 단순한 구조의 탄화수소인 에틸렌 가스가 분비된다.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초록 바나나는 거둔 지 7일이면 갈색 반점을 띤 노란 바나나로 변한다. 익기 전 바나나를 이루는 대부분의 성분인 녹말 역시 당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나무에서 따기 전의 바나나에 들어 있던 과당은 1%쯤이다. 수확, 운송을 거쳐 팔린 바나나가 부엌 조리대 위에서 갈색으로 변할 때쯤, 과당 함량은 80%에 육박한다.

 

98쪽

 

프레스턴은 바나나 냉장선에서 한 푼이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세련된 색깔로 도장한 대백색함대는(태양을 반사하는 흰색을 써서 냉장 비용을 절감했다.) 열대지방으로 가는 길에 선박여행 손님을 태웠다. 선박들은 단 며칠이면 감쪽같이 화물선에서 호화유람선으로 변신했다. 승객용 선실마다 냉장 선창과 곧바로 연결된 특수 환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113쪽

 

19세기 온두라스 일대의 미국 출신 용병들을 '필리버스터(Filibuster)'라고 불렀는데, 이는 '해적','약탈자'를 뜻하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131쪽

 

1928년 10월 콜롬비아에서 바나나 기업이 이제껏 맞닥뜨렸던 것 중 최대 규모의 노동쟁의가 일어났다. 3만 2천명의 노동자가 파업한 것이다. 그들은 의료서비스와 너무나도 당연한 화장실 시설을 요구했다. 동시에 UFC 소유 점포에서만 쓸 수 있는 회사 발행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현금으로 임금을 달라고 했다. (중략) 12월 6일 시에네가 도시 광장에 바나나 노동자들이 모였다. 코르테가 바르가스 장군은 광장 모퉁이 지붕마다 기관총 한 대씩 총 네 대를 배치했고, 5분 안에 구역을 깨끗이 비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군대는 파업 참가자를 1,000명 이상 사살했다.

 

208쪽

그로 미셸을 대신한 캐번 디시의 쉽게 물러지는 특성으로 인해 바나나 업계에 상자포장법이라는 혁신이 도입되었다. 무수한 시험을 거쳐, 스탠더드는 우유상자보다 좀더 큰 것이 바나나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상자 하나에는 바나나 18kg을 담을 수 있었다. 바나나를 상자에 담으려면 농장에 포장공장을 만들어야 했다. 이렇듯 준비 단계가 지방으로 분산되자, 트럭에 실어 도로를 통해 바나나를 운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이 같은 발전이 이뤄지면서 UFC가 바나나 사업을 시작하면서 열었던 중앙아메리카의 철도 시대는 결국을 막을 내리게 되었다.

 

296쪽

 

바나나의 경우는 독점 종자를 개발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연구자들은 대부분 공공기관의 후원을 받으며 상업적 이익보다는 기아 구제를 목표로 일한다. 베나나 게놈 프로젝트 과학자들은 그들의 연구에서 나온 모든 유전자 변형 바나나는 공적 재산으로 남아야 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생명공학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듯 GMO 바나나가 야생에 퍼져 발생한 돌연변이로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재앙이 닥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바나나는 번식을 안하기 때문이다. 식용으로 만들어지는 바나나에는 당연히 종자나 화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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