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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페이건/김정은 역] 위대한 공존(2015)

독서일기/농림축산

by 태즈매니언 2016. 11. 1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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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The intimate bond라..번역판 제목도 괜찮고요. 브라이언 페이건 교수님의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많이 배웠던 터라 이 책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책이네요.


이 책은 가축이 된 동물인 개, 염소, 양, 돼지, 소 당나귀, 말, 낙타를 다룹니다.(그런데 페이건 교수님은 돼지는 간략히만 언급하고 넘어가시고, 닭은 거의 안다루시더군요. 이미 <치킨로드>라는 책이 있어서 그러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느 동물들에 대해서는 여타 인류학이나 생태학 책들을 통해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당나귀(고대의 픽업트럭)와 낙타(사막의 배)가 얼마나 유용한 동물이었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이나 <슈렉>에 괜히 당나귀가 나오는 게 아니었지만 시골 살면서도 당나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지라.

 

책은 두 가지 포인트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데 첫번째가 인간과 가축이 된 동물과의 관계의 양상을 되짚어 보는 내용이라면, 두번째는 인간과 가축이 된 동물과의 관계가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입니다. 특히 전 신석기혁명을 농업으로 인해 인류의 정착생활이 시작되었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인간이 가축떼를 거느리게 되면서 동물을 관리하기 위한 영구 정착지, 동물에 대한 소유권(혼인 등 여러 관계를 맺는 징표로 사용될 수 있는 처분권을 포함하는), 상속의 문제, 목초지의 통제와 방목권, 와 같은 것들이 필요했고, 역사의 방향타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책을 읽기 전해는 인식하지 못했네요.

인류가 농업을 시작했더라도 잉여생산력 자체가 형편없었던 시절에 가축이라는 수단이 없었더라면 과연 유력자가 출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홍기빈씨의 <소유는 춤춘다>을 읽었을 때처럼 재산법의 근간이 되는 소유권의 연원을 생각해보게 되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 <아바타>나 <늑대와 춤을>에 등장하는 수준으로 동물들과 친밀한 유대를 맺으며 공준하는 생태주의적인 삶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려면 인간들이 축력과 바이오매스 외에 모든 현대적인 에너지원을 포기해야 실현가능할 듯 싶은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그러한 고단한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설령 생태학적인 한계로 인해 그러한 삶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인구는 지급의 십분의 일이나 될까 싶습니다.게다가 저도 인간 족속인지라 인간 노예 30명의 가치가 훈련된 말 한 마리와 등가로 교환되었던 힛타이트와 같은 시대에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여담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가축화된 동물들에 예외없이 적용되는 '여분의 수컷들 솎아내기'가 있던데 인간 수컷으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그리고 한무제 때 장건이 대완국(우즈베키스탄의 페르가나계곡)에서 발견한 한혈마(汗血馬)가 기생충에게 피를 빨리는 고통때문에 여느 말보다 더 질주했던 말이라니..적토마에 대한 환상이 확 깨졌습니다.(혼자 망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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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쪽

 

결국 가축은 강력한 사회적 수단이었다. 매우 단시간 내에, 새로 사육을 시작한 가축 무리에서 나온 여분의 수컷들은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특히 마을 축제에서 산 채로, 혹은 도살되어 의미 있는 선물로 쓰였다. 나날이 불어나는 가축 떼를 보유한 사람은 사회적 지위와 덕망을 얻었고, 가축은 살아 있는 재산이 되었다.

 

여기서 재산은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가축과 그 가축이 풀을 뜯는 목초지의 상속도 민감한 문제였다. 사냥감과 달리 동물은 집과 목초지처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유형의 자산이었다. 땅에 대한 소유권은 부계 또는 모계를 따라 다음 세대가 물려받았다. 상속 과정은 확고한 규칙으로 자리 잡고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땅의 소유권과 방목권은 처음부터 세심하게 보호되었다. 특히 먹성 좋은 가축이 주변 경관을 얼마나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사람들은 이 문제를 더 확실하게 대처했다.

 

312쪽

 

가장 유명한 경주마는 이클립스(Eclipse)다 1754년에 컴벌랜드 공작인 윌리엄 오거스터스 왕자가 교배한 무적의 경주마는 18회나 우승을 차지했고, 경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250km를 걸었다. 이클립스는 17개월 동안의 경주마 생활을 마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종마가 되었다. 이후 이클립스의 새끼들이 자라 350~400마리가 경주에서 우승마가 되었다. 오늘날 영국 순혈마의 약 95%가 이클립스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346쪽

 

1860년 무렵에는 저렴한 강철이 대량 생산되면서 승합마차가 선로 위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보다 마차의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다. 이제 말은 더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고 3~10배 더 많은 사람을 운반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철도의 표준궤가 마차의 궤간에서 유래했던 연유를 이제야 제대로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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