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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역]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2015)

독서일기/농림축산

by 태즈매니언 2016. 3. 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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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겸 르포작가인 우치자와 쥰코씨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돼지 세 마리를 키우고 도축장에 출하해서 고기로 먹기까지의 일 년 동안을 기록한 르포르타주이다. 참고로 저자는 10년 동안 국내외 도축장을 취해해서 <세계도축기행(2007-국내미번역)>을 출판하기도 했단다. 꼭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주는 제목이다. 


저자는 시골 폐가를 빌려서 요크셔종 돼지 Shin, 삼원교잡종이고 축산농가에서 가장 선호되는 LWD  Yume, 듀록종 돼지 Hide 세 마리를 1년간 키웠다.(일반적인 축산농가는 180일만에 출하한단다.) 처음부터 키워서 잡아먹을 계획이었고, 허락을 받아 지인들의 이름을 그 돼지들에게 붙일 정도로 좀 깨는 면이 있다. 


이 책을 통해 돼지의 교미부터 출산 - 예방접종 - 꼬리자르기와 송곳니 뽑기(수컷은 거세 추가) - 이유기(離乳期) - 자돈기(仔豚期) - 비육기(肥肉期) - 도축 - 해체 - 등급판정 - 요리까지 식용으로 가축화된 돼지의 일생을 잘 알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전업축산 농가는 7천 가구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책이 없다면 이들 양돈가와 관련업계 사람들 외에는 돼지가 어떻게 태어나서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두 시간 동안 돼지 스물다섯마리를 교배시키고, 수퇘지를 자위시켜서 인공수정용 정액을 뽑아내는 기술과 노동강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내가 어디서 읽어보겠나.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글들은 충분히 접했다면 이렇게 왜 양돈업이 가정에서의 한두마리 기르는 부업에서 지금과 같은 자본 과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바뀌었는지를 소비자들의 선호(preference)를 중심으로 음미해볼 필요가 있고, 이 책은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어릴 적 내 시골 친가와 외갓집은 마당이 있고 부엌은 부뚜막인 전통적인 기와집이었다. 둘 다 측간(화장실)은 집에서 가장 먼쪽에 있었고 재래식이어서 나무 발판 아래서 꼬물거리는 구더기도 볼 수 있었다. 친가의 경우에는 널찍한 측간 한쪽에서 돼지를 길렀기에 화장실 갈 때마다 요란하게 꿀꿀거리는 돼지울음 소리에 쫄며 볼 일을 봐야했었다. 그 돼지는 시든 푸성귀, 잔반, 고구마껍질 이런걸 참 잘 먹었다. 좀 짓궂었지만 심심하면 쿨쿨 낮잠자고 있는 돼지의 방방한 핑크빛 엉덩이에 작은 돌을 던져서 맞춰 깨우기도 했었고. -_-; 80년대만 해도 시골집에서 1~2마리씩 돼지를 키웠던 걸 기억하는 사람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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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쪽


타무리 씨 말에 따르면, 돼지도 2년 정도 지나면 사람 손의 자극에 익숙해져서 정자의 양이 준다고 한다. (중략) 이 농장에서는 인공수정용 정자를 일정 기간 채취한 후 돼지들이 차츰 이 틀을 질려할 때 진짜 암컷과 교배할 수 있는 교배용 돼지로 승격(?)시켜준다. 


90쪽


돼지는 3kg을 먹으면 1kg이 찐다. 예를 예컨대 도축 전 체중이 115kg인 돼지라면 먹이를 345kg 먹었고, 도축 후 70kg의 고기를 얻었다면 분뇨를 980kg 배출했다는 의미다. 


164쪽


파리는 똥에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하면 구더기가 된다. 구더기는 똥 속에 들어있는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러시아 우주국은 이 점에 주목했다.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배설물을 분해하고 우주식을 자급자족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257쪽


돼지의 평균체중을 약 110kg으로 잡는다고 한다. 거기서 머리와 발을 절단하고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적출해 지육이 되면 약 75kg, 지육에서 다시 뼈를 발라내고 여분인 지방과 콩팥을 제거했을 때 54kg. 이 것을 부분육이라고 한다. 그리고 근육이나 지방, 안쓰는 부위 등을 제거하고 소량으로 나누거나 슬라이스해서 거의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상태의 고기가 정육이다. 그것이 약 51kg. 


51kg의 정육은 목심(4kg), 앞다리(12kg), 안심(1kg), 등심(9kg), 삼겹살(9kg), 뒷다리(16kg) 부분으로 나눠진다.  (중략) 일반적으로 슈퍼에서 파는 분쇄육을 제외하고 목심, 안심, 등심, 그리고 삼겹살 이 네가지를 식육업계에서는 'table meat'라고 부른다. 남은 앞다리와 뒷다리는 분쇄육으로 만들거나 소시지나 햄 등 가공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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