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분들의 독서목록에서 자주 봤었고 평도 괜찮았던 책이다. 문장 자체의 가독성은 좋은데도 읽으면서 영 흥이 동하지 않아 2주일 만에 겨우 다 읽었다. 그것도 얼른 해치워버리고 다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다 읽고 나니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모시도라)>가 생각난다. 피터 드러커의 <Management>를 누구나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속에 잘 풀어서 설명해놓은. 잘 팔릴만한 책이었고 술술 읽혀서 꽤 인기가 좋았던.
차이점은 이 책은 쓰는 과정에서 이용한 책이 여러 권이라는 점.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뇌신경학의 여러 성과물들을 뽑아서 버무렸다. 모델이 되는 두 남녀의 생애 타임라인 중 적절한 시점에 이들 이론들을 소개한다. 이 책을 픽션으로 봐야할지 논픽션으로 봐야할지 애매한데 픽션처럼 흥미진진한 논픽션이라는 표현은 정말 빼어난 논픽션에게만 허용되는 최고의 찬사라서 이 책에 붙일 수는 없다.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최신의 성과들을 잘 이용했다지만 캐릭터는 지극히 평면적이고 전형적이라 종이인형처럼 느껴진다. 결혼생활의 위기부분 중 일부만 감정이입이 되더라. 인용하는 저작들 중 내가 읽었던 책들도 좀 되는데 요약이며 편집이 원래 그 이론을 주창한 저자의 책에 있을 때보다 광채를 잃고 신문기사의 고루한 인용문구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인용된 이론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일지 모르겠지만. 내게 이미 읽었던 걸 엉성하게 모사하며 지루하게 풀어놓는 작가로 찍힌 데이비드 브룩스는 앞으론 찾아보지는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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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쪽
소웰은 다음과 같이 썼다. "모든 무놔는 단지 정적인 '차이점'으로 찬양받으려고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는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 더 좋거나 더 나쁜 방식이 드러나는 와중에 서로 경쟁한다. 이 때 더 좋거나 더 나쁘다는 것은 관찰자의 관점이 아니라, 해당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험한 세상살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망은 품으면서 바라볼 때의 관점이다."
363쪽
예를 들어 만일 누가 당신을 찾아와서 다가오는 봄 어느 날에 옥수수를 파종하는 게 좋을지 묻는다고 치자. 당신은 과학자에게 찾아가서 물어볼 수도 있고, 기상 자료를 조사할 수도 있고, 과거 자료를 참조할 수도 있고, 위도와 경도 상의 지점을 추적하면서 최적의 기온대와 날짜를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에서 전승되는 민간 지혜에 따르면 옥수수는 떡갈나무 잎이 다람쥐 귀만큼 커질 때 파종해야 한다. 그해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이 이 원칙은 옥수수를 파종할 최적의 날짜를 농부에게 가르쳐줄 것이다.
이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지식이다. 이 지식은 다양한 역학을 통합하고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 이 지식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 속에서 조화와 리듬을 차아내기 위해 정밇게 관찰하고, 느슨하게 상상하며,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 것을 비교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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