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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워드/김병화 역] 문구의 모험(2014)

독서일기/미시사

by 태즈매니언 2016. 1. 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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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Adventures in Stationery. 


이런 훌륭한 책이 있었을 줄이야. 나는 문구에 관심이 없어서 돈들여 사지도 않고 있는 걸 대충 쓰는 사람이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제임스 워드'의 첫 책이라는데 범상치 않아 기억해뒀다가 다음 책도 꼭 사볼 예정.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는 도구들이 어떻게 발명되었고 개선되었는지 시대적 배경들까지 풍부하게 섞어서 잘 알려주는 책이었다. 문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시라면 꼭 보시라. 문구도 양초처럼 일상품에서 낭만적인 소품으로 용도가 변하가는 시점이기에 문구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기 딱 좋다. 


내 학창 시절에 병에 담긴 수정액의 출현 - > 꺼꾸로 들고 용수철로 작동하는 꼭지를 눌러 사용하는 수정액 -> 압력감지 테이프를 오타에 덧씌우는 수정테이프의 3단계 발전을 직접 겪었다. 이런 기술 발전을 보면 요새 여러번 언급했지만 어줍잖은 정치인이나 사상가보다 이런 발명가나 엔지니어들이 훨씬 위대하게 보인다.


난 A4 용지의 가로세로비율을 처음 알았다. pencil의 어원이 페니스와 같다니. 168쪽에 나오는 수정액을 발명한 벳 맥머리에 대한 이야기도 꼭 찾아보시라. 애버그네일의 <절도의 기술(Art of Steal)>이 번역되어 나오면 한 번 보고 싶네. ㅎㅎ


참고로 이 책의 목차는 이렇게 되어 있다.

- 클립과 핀, 볼펜과 만년필, 종이, 연필, 지우개, 홍보용 문구들, 기념품, 교실의 물건들, 형광펜, 접착제, 포스트잇, 스테이플러, 서류함, 문구의 미래  


아래의 인용들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메모한 거라 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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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9세기 후반 핀이 존재하고 있던 생태계를 바꾸고 새로운 종, 즉 종이 클립이 등장하게 만든 사건이 셋 있었다. 무엇보다도 종이 클립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클립이 제 기능을 발휘할 만큼 탄성을 가진 강철 절사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했다. 둘째, 이런 철사 클립의 가격이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산업화의 부산물인 관료주의가 급성장해야 했다. 



66쪽


파커 조터(Parker Jotter)는 1954년 1월에 출시되어 지금도 판매되는 제품이다. (중략) 결정적으로 이 펜은 잉크가 새지 않았다. 푸시버튼을 눌러서 펜을 꺼내거나 집어넣을 때마다 글씨 쓰는 끝 부분이 90도 회전해서 글씨를 쓰는 동안 어느 한쪽만 불균등하게 닳는 일을 방지해준다. 


95쪽


SG캐피털이 몰스킨 사를 사들였을 당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그들이 공책의 포장방식을 두어 가지 바꾸면서 "중국에서 인쇄되고 제본됨"이라는 작은 쪽지가 추가된 것이다. 제조국 표시가 갑자기 등장하는 바람에 몰스킨이 제조지를 중국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런데 사실 처음부터 몰스킨의 제조지는 중국이었다. 단지 그 제품 어디에도 그런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을 뿐이다. 몰스킨의 인터넷 토론방과 팬사이트에서 사람들은 새 몰스킨의 품질이 뭔가 열등해졌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몰스킨이 제조지를 중국으로 옮긴 뒤로 모든 공책이 약간 달라졌다. 표지는 느낌이 다르고, 제본도 좀 더 빡빡해졌고, 냄새도 뭔가 이상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진짜' 몰스킨을 사재기하려고도 했다. (중략) 사람들은 중국산이면 무조건 저급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중국은 종이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고 오랫동안 세계의 제지 산업을 이끌어온 곳이다. 


112쪽 


리히텐베르크의 문제 조건을 충족시키는 반쯤 마술적인 비율은 1;루트2다. 이 비율로 만든 종이 한 장을 절반으로 자르면 원래 종이와 똑같은 비율의 종이 두 장이 생긴다. 그 기원은 적어도 1000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볼로냐 점토판에 그려진 네 종류의 종이 규격 가운데 둘은 1:1.42의 비율로서 거의 정확하게 이 비율을 따른다.)


147쪽


이베이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에버하드 파버의 원조 제품을 구매하는 블랙윙 열광자들이 저지르는 아이러니는 그들이 연필 한 자루를 사용할 때마다 그들이 사랑하는 바로 그 대상을 소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략) 연필깎이는 문자 그대로 연필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그것을 죽이기도 한다. 내가 알기로는 결혼도 그렇다. 


152쪽


1822년 기계식 연필의 특허를 처음으로 얻는 사람은 런던에 살던 엔지니어 존 아이작 호킨스와 은세공사 샘슨 모던이었다. 그들은 '영원히 심이 뾰족한 연필(Everpointed Pencil)'을 생산하는 사업을 벌였다. (중략)대략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토쿠지 하야가와가 개발한 기계식 연필의 이름은 '하야가와 에버레디 샤프펜슬(Ever-Ready Sharp Pencil)'인데 결국 간단하게 샤프펜슬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180쪽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아마 20세기의 가장 성공한 사기꾼 중 하나일 것이다. 1960년대 초반 그는 여러 개의 가짜 신분을 사용하면서(파일럿, 의사, 변호사) 위조 수표로 수백만 달러를 현금화했고 결국은 체포되어 12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2002년 그의 자서전인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으로 영화화되면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애버그네일 역을 맡았다. 출소 후 그는 범죄자로서의 화려한 삶을 청산하고 은행과 기업체에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을 조언해주었다. 그는 이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전문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252쪽


카터스 하이라이터(Hi-liter)는 성공작이었고 미국에서 계속 많이 팔리고 있다. 그 펜은 다양한 색상으로 나와 있지만 형광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전체 판매량의 85%를 차지한다.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노랑은 다른 어떤 색깔보다도 쉽게 눈에 띈다(적록색맹인 사람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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