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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배석] 금속의 세계사(2015)

독서일기/미시사

by 태즈매니언 2017. 1. 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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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세계사>란 제목과 ‘인류의 문명의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라는 부제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책입니다. 제1저자 김동환 박사님은 호주에서 국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사설연구소와 컨설턴트로 활동하시는 분이고 제2저자 배석님은 금속공학 박사님으로 대기업 연구소에서 부품&소재 연구 실무를 하시는 분이더군요.

 

처음에 훌훌 넘겨보니 입말로 썰을 푸는 느낌의 책이라 박대정심한 정통 학술서로 입문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약간 고민했네요. 뭐 제가 금속의 역사를 알아서 일에 써먹을 것도 아니라 그냥 이 책으로 충분하다 싶어서 그냥 읽었죠.

 

이 책을 보니 터키와 레반트, 이란과 이라크 징역이 고대사의 타임캡슐인 것 같아 한 달 이상 길게 가보고 싶은데 언제쯤 갈 수 있을는지. 루브르의 중근동 유적을 처음 봤을 때도 엄청나게 충격 받았는데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고고학이나 역사박물관 정도는 가볼 생각입니다.

 

가벼운 필체로 써내려간 이 책이 괜찮았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원소주기율표를 배우면서 가지게 된 고정관념과 달리 기원전까지 인류가 사용했던 금속이 겨우 일곱 가지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줬기 때문이었습니다.

 

고고학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접경지대의 텔 타프 유적에서 발견된 송곳을 통해 약 7천년 전에 발견(화학적으로 추출)된 것으로 확인한 최초의 금속 ‘구리’부터 ‘납(기원전 6500년)’, ‘은(기원전 5000년)’, ‘금(기원전 4700년)’, ‘주석(기원전 3300년)’, ‘철(기원전 2100년)’, ‘수은(기원전 1500년)’의 순서로 발견된 일곱 가지 금속을 소위 ‘고대 금속’이라고 부른다네요.

 

그 다음에 발견된 금속은 거의 2천년 가까이 흐른 후에 발견된 비소(AD 1250)이고 다음은 아연(AD 1400)이라고 합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라부아지에 이후에서야 지금 쓰이는 많은 금속들이 화학적으로 발견되었고요.

 

금속의 정의도 중학교 기술이나 공업시간에 배웠을텐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접했습니다. “열이나 전기를 잘 전도하고, 펴지고(전성) 늘어나는 성질(연성)이 풍부하며, 특수한 광택을 가진 홑원소 물질. 수은을 제외하고는 상온에서 고체”를 금속이라 불러야 한다네요.

 

전 그동안 최초로 목탄을 통해서 강철을 제련해낸 집단이 힛타이트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터키의 카만-카마휘위크 유적지 발굴 정보를 통해서 힛타이트인들이 정착하기 500년 전에 이미 아나톨리아 고원에 강철 야금술을 습득한 집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재미있는 잡지식도 많습니다. 요새 금수저 담론을 불러일으킨 영어 관용구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표현이 세르반테스가 쓴 <재치있는 시골귀족 돈 키호테 데 라만차> 중 산초 판사의 대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또, 입자가속기에서 수은을 이온화하여 아광속으로 가속시키고 베릴륨과 충돌시키면 수은의 원자핵이 부서지면서 개중 0.01% 이상이 금의 원자핵으로 변한대요. EU의 거대강입자가속기를 2만년 넘게 계속 돌리면 금 한돈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섬짓한 사실인데 형광등에는 수은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장의 공기 기준치보다 최대 400배나 높은 수은 입자가 꽉 들어 차 있다고 합니다. 수은 증기는 무색, 무취, 무미라서 인지할 수가 없다고 하니 형광등은 절대 깨지 말고 꼭 분리수거 하세요. (이래서 형광등 분리수거함이 따로 있었군요. 어릴 때 폐형광등으로 칼싸움하고 팍팍 깨면서 놀았던 기억 나는데...)

 

그나저나 이집트 신왕국의 람세스2세가 이끄는 청동기로 무장한 2만 군대와 강철로 무장한 힛타이트의 무와탈리 2세의 3만 5천 군대가 시리아 왕국의 패권을 두고 맞붙은 ‘카데시 전투’의 광경이 어땠을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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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우리나라도 이미 2004년 12월에 1원 동전과 5원 동전의 발행을 중단했다. 그 때문에 1원 단위 값에는 반올림이 적용된다.

 

59쪽

 

지구화학자 클레어 페터슨은 그런란드 지역에서 눈 속의 납농도를 조사한 결과 GM이 유연휘발류를 생산하기 시작한 1923년 이전에 쌓인 눈 속에서는 납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데 반해, 그 이후 눈 속의 납 동나가 꾸준히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중략)
그의 끈질 노력으로 1970년 미국에서 청정대기법이 제정되었고 1986년에는 드디어 유연휘발유의 판매가 금지되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미국인의 혈중 납 농도가 무려 80%나 감소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200년 <네이션>은 “우리 몸 속의 납 농도는 한 세기 이전 사람들보다 625배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62쪽

 

오늘날에도 여전히 화장품에는 미량의 납 성분이 들어간다. 특히 립스틱은 납의 함유량이 높은 편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여성들은 평생 최고 3kg 가량의 립스틱을 먹거나 흡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93쪽

 

은은 650가지 이상의 세균을 죽일 수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은에서 발생한 이온은 세균의 세포벽 안에 들어가 세포막을 손상시킨다. 또 세균의 단백질 성분에 변화를 일으켜 세포의 활성화를 막는다. 이 과정에서 결국 세포는 파괴되고 만다. 다만 은은 어디까지나 향균제다. 세포분열을 하는 세균에게만 통할 뿐, 애초에 세포벽이 없는 바이러스는 무찌를 수 없다.
(중략)
강한 항균력과 다르게 독을 감별하는 은의 능력은 그다지 탁월하지 않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은은 독성 물질은 황화합물과 반응한다”라고 해야 빈틈없이 안전한 상식이 된다.

 

146쪽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는 그의 대표작 <노동과 나날>에서 인간의 역사는 1. 황금시대, 2. 은시대, 3. 청동시대, 4. 영웅시대, 5. 철시대라는 연속된 다섯 시대로 나뉜다고 말하고 각각의 시대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청동기와 철기 시대구분이 이렇게 오래 전부터..)

 

209쪽

 

인기 좋은 금속의 비결은? 그냥 철의 역학적 성질 그 자체다. 우선 매장량이 많다 보니 값이 꽤나 저렴하다. 게다가 성형이 쉽고, 다른 원소나 금속과도 잘 어울려 합금 만들기가 용이하다. 덕분에 철의 경도와 강도를 쉽고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결정철’의 인장강도를 10, 경도는 3이라고 했을 때 탄소, 규소, 니켈, 몰리브덴으로 합금한 ‘오스폼드 강’의 인장강도는 2930까지, 경도는 1200까지 높아지게 된다. 순철에다가 0.035~1.7%의 탄소를 첨가하면 갑자기 1천배 이상으로 강하고 질긴 강철도 변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납으로 금을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수준의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55쪽
환경부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전국의 어린이(만6세)부터 청소년(만18세) 1820명을 대상으로 체내 유해 물질 농도와 환경 노출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수은 농도는 1.93데시리터였고, 청소년의 수은 농도는 1.90데시리터인 것으로 나왔다. 이는 캐나다보다 7배나 높고 독일보다는 무려 19배나 높은 수치다.
(수은 광산 개발금지와 2020년부터 수은사용제품 제조 및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2013년 미나미타 협약은 아직 미발효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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