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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범]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2011)

독서일기/한국사

by 태즈매니언 2016. 5. 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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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었던 책 중에서 최악이다. 평소 이런 악평을 쓰더라도 마지막 페이지의 마침표까지 다 읽고 쓴다. 하지만, 이 책은 읽으면서 계속 내 정신이 오염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절반쯤은 혹시 상태가 좋아지는 부분이 있는지 눈으로 빠르게 훑으며 읽었는데 끝까지 논조가 안바뀌더라.


대중역사서이니 논문이나 학술서 쓸 때 만큼의 엄밀성을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 페이지마다 쏟아지는 악의적인 조롱과 저주로 가득찬 저열하고 천박한 문장들은 학부 새내기가 쓴 대자보보다 못했다.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들은 가끔 나올 뿐인데, 그나마도 지엽적인 사례뿐이고 데이터나 일차자료 인용은 거의 없다. 중근세사에 대한 책에서 뜬금없이 수시로 나오는 현재 대한민국에 대한 온갖 주절거림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는데, 시국에 대한 칼럼을 모은 책인지 조선시대 선비에 대한 책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기존 일국사 중심의 한국사 서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도 못했고.


나도 조선시대 사대부에 대한 주류 국사학계의 인식이 과도하게 좋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건 정말 아니다.


글을 정말 못쓰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책을 읽는 대중들은 차근차근 설득시킬 가치도 없고, 그냥 고삐나 채찍으로 몰아가는 짐승처럼 다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글이란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을 과연 학자며 교수라 할 수 있을까? 입닫고 글 한 줄 안쓰는 무지렁이가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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