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을 통해 이제야 알게 된 작가 필립 로스. 몇 달 전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읽고 마음에 들었던 차에 손바닥만한 판형에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이 마음에 들어 사놨던 걸 한참을 묵혀두다가 이제 읽었다.
책을 덮고난 지금 다시 표지를 보니 'everyman'이라는 제목과 크로키로 그린 초로의 남자의 옆모습 모두가 정말 완벽하다. 아직 상반기도 다 안지났지만 일단 올해의 책 후보에 올려둔다.
필립 로스는 이 소설을 통해서 그가 86페이지에서 인용한 척 클로스의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가는 말이 갖는 무게를 전혀 과장하거나 으스대는 기색이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특별하다고 할 사건은 전혀 없어보이는 담담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 덕분에 내가 그동안 선택해온 누적들에 의해 앞으로 펼쳐질 인생들을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년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가 'everywoman'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되는데 두 작품에 흐르는 분위기는 대조적이라 비교해보면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둘 다 분량도 많지 않고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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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쪽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당신 같은 거짓말쟁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은 수모를 겪게 돼. 그러다보면 마침내 당신도 그 사람들을 전보다 하찮게 여길 수밖에 없어.
162쪽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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