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 스터드웰/송승하 역] 아시아의 대부들:Asian Godfathers(2007)

독서일기/동아시아

by 태즈매니언 2016. 7. 23. 01:07

본문

존경하는 페친들의 추천을 받아 인상깊게 읽었던 <How Asia Works(아시아의 힘)>을 썼던 언론인 조 스터드웰. 워낙 깊은 인상을 받아 그가 전에 쓴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다. 조 스터드웰이 펴낸 <Asian Godfathers>를 국내 출판사는 영어제목이 Asian Rich Report였던 것처럼 번역본 표지 디자인을 뽑았더라. 책은 더 잘 팔렸겠지만 원제가 책 내용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이 책이 출판되고 벌써 9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로 동남아시아 정치의 변동과 재계의 위상도 당연히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여전히 탁월하고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독재시절의 산업화세력과 신자유주의세력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한국의 소위 좌파 혹은 진보진영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우월감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입장이라 안타까운 마음에 공부를 위해 시간을 조금만 할애해줬으면 싶은 마음이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일수록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다룬 이 책을 열심히 탐독하길 권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나라는 모든 아시아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그 중에서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에 국한된다. 읽는 내내 흥미로운 책이었지만 대항해시대 이후의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해 아쉬웠지만 저자는 최선을 다해서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책 자체가 이 여섯 나라(홍콩특별구도 나라로 치자)를 다루다보니 여섯 나라의 주요 기업가들과 독재자 혹은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서술이 한페이지에서도 나라를 넘나든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낯선 이름과 회사이름때문에 고생했지만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내 이해가 많이 넓어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세 가지 오판(?)을 수정할 수 있었다.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남아시아를 장악한 중국계 이주민들의 문화적 요인과 화상 네트워크의 역할, 둘째, 수입대체산업화라는 잘못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에 제조업의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되고나서 과거의 질곡에서 해방되어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는 인식, 셋째, 홍콩과 싱가포르는 자유방임주의에 가장 가까운 경제정책을 취했고 영국의 법률과 금융시스템 및 공정한 상거래 관행을 확립하여 역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성취할 수 있었다는 인식이었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 여섯 개 국가 GDP의 상당부분을 지배하는 성공적인 기업가들의 성취의 역사이자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정치시스템을 유지보수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 스터드웰은 지금까지 작동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체계의 동남아시아의 '기술없는 산업화'의 신기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대부들에 눌린 '소외받은 다수'들에게 기회와 가능성을 부여하는 정치시스템의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다음 책인 <How Asia Works>에서 지적한 공정한 토지재분배에 따른 가족농 육성-수출중심의 제조업 장려-제조업을 지원하는 SOC나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정책의 트라이앵글을 구축해야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박정희와 유사한 군부독재자가 아니고서는 난망해 보인다. 다른 대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 대안을 못찾더라도 깊은 고민의 과정이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베트남의 상황이 좀 궁금해지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