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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쉬르데주/권지현 역] 한국인은 미쳤다!(2015)

독서일기/경영(외국)

by 태즈매니언 2016. 8. 1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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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 유명한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구한말 <야성의 절규>로 유명한 잭 런던의 조선 여행기를 읽었던 느낌으로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일류 대기업인 LG전자의 임원(LG전자 400인의 원로원 격인 임원 중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에리크 쉬르데주의 르포르타주 기사를 읽는 느낌이었다. RPG 게임의 팬픽과 같은 바르바로이 출신의 영웅서사시를 읽는 기본이 들기도 했고.(누가 바르바로이인지 역공하면 할 말이 없다. --;)

 

여느 르포와 다른 점은 기사를 쓴 기자는 프랑스인이지만 기사에서 호되게 까이는 대상들이 나와 같은 성실한(?) 한국인이라는 점?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얄팍한 책이었지만 이런 책은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우물안 개구리인 나같은 사람에게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귀중한 책이었다. 특히 저자가 비판적 사고훈련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이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던 것 같다. 私人의 사인됨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

 

한국과 한국인을 욕하면서 칭친하는 묘한 책을 읽는 기분을 한번 맛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항상 삼성전자에 비해서 뭔가 어설프게만 보였던 LG전자가 이렇게 오퍼레이션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무슈 쉬르데주씨에게 한국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외에 다른 직장들은 당신이 겪었던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긴 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러자니 나같은 장삼이사 나부랭이도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 할 말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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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쪽

 

한국인 동료의 업무 기록에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으로 평가받을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 방식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은 생산과 관리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계량화할 수 있다는 말은 각 작업에 비용이 들었고 평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출장 중인 부장의 수첩이나 A/S부서가 재고로 가지고 있어야할 인쇄회로 개수에도 그냥 넘어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53쪽

 

누가 승진했고 누가 해고되지 발표하는 것은 엘지의 문화가 아니다. CEO가 명단을 쭉 읽고 나면 호명되지 않은 사람은 해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방식이다. 절묘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승진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 사람의 아픔은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중략)
생산, 경영, 마케팅 부문에서 한국 기업은 구체적인 실적이 중시되는 왕국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나 정서는 파고들 틈이 없다. 사원 개개인이 성취해야 할 명백한 목적, 효과적인 관리시스템, 수치화된 목표 달성을 위해 기계처럼 가열차게 굴러간다. 어붐를 설명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장광설은 필요 없다. 업무의 수행자가 따로 있고, 업무의 결정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85쪽

 

예를 들어 나는 식사 도중 사장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금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밥 먹을 때 떠들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허락을 받지 못햇을 때에는 밥상머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 말이다. 프랑스에서도 보수적인 가정에서는 여전히 이런 교육을 시키지만 공적인 영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에서 행해지는 의식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가족의 틀에 넣으면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그것은 강압적이라기보다 교육적이다. 장담하건데, 서양인이라면 그런 의식드을 참아내기 매우 힘들 것이다. 최소한 그런 의식들이 어떤 문화적 뿌리를 가졌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90쪽

 

(LG전자 400인의 임원단 승진심사를 위한) 면접은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나는 미친놈처럼 숫자와 표를 벼락치기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2004년 1/4분기 세탁기 지분율이나 25~30세를 겨냥한 초콜릿 스마트폰의 비보조 인지도, 남품업체의 결제 기일을 단축해서 현금흐름을 증가시키는 방법 등을 1초도 주저하지 않고 곧장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98쪽

 

(LG전자 임원 400인 클럽 신규 승진자를 위한) 수업 시간표가 우울한 분위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수업은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해서 밤 9시 30분에 끝나고,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수가 끝나면 엄숙한 수료식에서 엘지전자 부회장이 직접 우리에게 수료장을 전달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무 살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시험을 보고 나면 졸업장을 받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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