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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이재호 역] 거래의 기술(1987)

독서일기/경영(외국)

by 태즈매니언 2017. 2. 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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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대 천조국 황상께서 1987년 직접 쓰신 이 책을 안볼 수야 없지요. 더구나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크게 성공한 부동산 디벨로퍼의 경험담을 읽고 싶기도 했습니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갑니다. 스웨덴 이민자 출신이라 선명한 금발이었더군요. 아버지를 통해 부동산 디벨로퍼에게 필요한 조기교육도 아주 제대로 받았더라구요. 저라면 작고한 트럼프의 형처럼 무척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개성도 그렇고 문체도 그렇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반대 타입이라 재미있습니다. 둘이 어쩜 이렇게도 안맞는 타입인가 신기할 정도로요.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보다 심하게 보였습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저돌적이면서 머리도 좋은 데가 속이는 것도 능력이라고 보는 스타일이라 절대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솔직한 타입이라 이 책을 읽고나니 꽤 호감이 생겼습니다. 자신의 성공의 본질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자기객관화'가 된 사람이라 싫다거나 밉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요. (제가 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 불법체류자거나 이주노동자라면 상황이 다르겠지요. --;)

성공한 수컷들과 쭉빵 미녀들이 모인 레 클럽(Le Club)에 가입할 때의 일화가 제일 인상깊더군요. 참고로 트럼프는 당시 클럽에서 만났던 쭉빵미녀들에 대해 대부분 보통 수준의 대화도 이어갈 수 없는 머릿속이 텅 비어있거나, 반쯤 미친, 대부분 애완동물과 다름없는 존재였다고 평합니다.(대선기간 회자된 온갖 막말의 고향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동업 계약을 앞두고 파트너의 이사회 멤버들에게 공사 현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일의 진척도이 늦자 도시 내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불도저와 덤프트럭을 2에이커 남짓 현장에 투입시켜 뭔가를 하는 척 했다는 일화에서는 UN군 묘지 방문단을 앞두고 보리싹을 심어서 뗏장을 입혔던 고 정주영 회장이 생각났습니다. ㅎㅎ

최고의 물건에 집착하는 것처럼 인사에 대한 원칙도 단순하더군요. 경쟁 회사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을 빼내 와 그들이 받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급료를 지불하고 그들의 업적에 따라 보너스와 기타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침.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요.

어느 페친님께서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니 내색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저는 트럼프가 싫어했던(머리가 좋으니 가끔은 점잖게 안그런 척 포장도 합니다.) 센트럴파크 사우스 100번지 건물 세입자들, 행정위원회 조직, 컨설팅업체, 여론조사기관, 에드 콕 뉴욕시장, 울먼 아이스링크 공사를 발주한 공무원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울먼 아이스링크 공사 발주와 실패로 끝난 시공에 소요된 6년과 15개월의 사업실패 백서 작성기간을 생각해보면 허가를 받은 날부터 4개월만에 공사를 끝낸 트럼프의 추진력에 쾌감이 들기도 하고, 공룡같이 굼뜬 공공조직의 일처리한 답답함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청 경관이나 건축인허가 담당 공무원, 공사발주와 대금지급 공무원들을 기업인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민간의 대행자들에게 트럼프에게 돌아간 것같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확보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트랙 레코드에 따른 차후 공사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는 맞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뉴욕시가 발주하는 공사에서 트랙 레코드에 따른 일률적인 입찰평가 가점 산정지침을 과연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성공은 트럼프가 인선하는 각료들이 작은 트럼프처럼 일하는 지에 달렸다고 생각됩니다. 트럼프는 자기가 임명한 부하들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기는 타입이긴 한데 그가 임명해야 하는 직책들은 사기업의 대표나 임원이 아니라 공공의 자리이니까요. 과연 미니미들이 기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공공조직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자신도 선거에서 이긴 것 외에 공공조직에서 성공을 만들어 본 적은 없는데 말이죠.

그리고 트럼프가 군사학교에서의 중고교시절 해병대 상사출신 시어도어 도비어스 선생님을 대했을 때의 모습이 그가 지금 러시아의 푸틴에게 호감을 보이고 존중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확실히 노련한 사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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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쪽

나는 그를 다루는 방식을 터득했다. 그 방법이란 내가 그의 권위를 존중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리는 것이었다. 도비어스는 나를 억지로 우협하지 않았다. 미묘한 균형이 지속된 셈이다. 힘이 센 사람들이 보통 그렇듯이 도비어스도 약점을 발견하면 뒤통수를 노리는 습관이 있었다. 반면 상대방이 강하지만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눈치재면 상대방을 남자로서 대접했다. 사고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간파한 뒤 우리는 아주 친해졌다.

114쪽

차를 팔고 싶을 때 5달러를 들여 닦고 광을 내고 반질반질하게 만들면 400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중략) 부동산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잘 관리된 건물은 형편없이 관리된 건물보다 훨씬 가치가 나가기 마련이다.

166쪽

중요한 협상을 하려면 최고위층과 만나야 하는 법이다. (중략) 고용인은 타인의 거래를 위해서 싸움을 하려들지 않는다. 고용인은 자신의 임금 인상이나 혹은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위해서는 기꺼이 싸운다.
그러나 고용인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은 자기가 모시고 있는 보스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고용인은 타인과의 협상에서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

342쪽

나에게는 위원회라는 것은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위험 부담을 회피코자 만드는 조직으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았다.

372쪽

수년 동안 정치인들과 만나면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움직이도록 보장하는 것은 언론 또는 더 특정적으로 꼽는다면 '언론에 대한 공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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