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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지트 베너지,에스테르 뒤플로/이순희 역]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2011)

독서일기/경제학

by 태즈매니언 2016. 9. 1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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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약간 낚시성이다. 원제는 Poor Economics. 아비지트 베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라는 MIT의 개발경제학자 두 사람이 구매력기준으로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빈곤선 이하의 10억의 사람들에 대해 연구한 성과를 대중서로 저리한 책이다. 베너지는 그 자신이 어린시절 인도 캘커타의 가난한 뒷골목 출신이고, 뒤플로는 프랑스 고등사범 출신으로 29세에 MIT에서 테뉴어를 받았단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무료 예방접종을 맞히지 않는 이유, 상수도가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의 염소정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 말라이아를 예방하는 모기장, 유아기 자녀를 위한 구충제 복용을 챙기지 않는 이유 등등 가난한 사람들의 비합리성과 짧은 시야를 비판하는 논거로 쓰일만한 상황에 대해서 행동경제학적 가설과 이에 대한 무작위 대조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설명해준다.

 

하지만 번역판의 제목과 달리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수십년 동안 빈곤퇴치를 위해 정책가들과 경제학자들이 시도했던 여러 가지 시도들 대부분이 그리 효과가 없었음을 알게된 측면이 크다. 마이크로 크레딧의 한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올해 읽은 <아시아의 힘>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결국 빈곤의 덫을 탈출하게 하는 최고의 방도는 안정적인 급여를 지급하여 빈곤층들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해주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난 수출제조업을 육성하여 무의미한 영세자영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최고가 아닐까? 마이크로 크레딧으로 자기 장사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고용창출도 소비층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들 영세자영업자들이 '기업가'로 한단계 도착하는 건 거의 가망이 없어 보이니. 결국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불균형 수출제조대기업 육성책에 대해서 당시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이렇게도 바뀐다.) 뭐 실적으로는 이미 증명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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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쪽

 

사람들이 미래의 꿈을 품는 데는 안정감이 필수조건이다. 미래의 삶이 크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노력하기보다 현재에 안주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자기 사업이 망할 수도 있따고 생각하면, 애초에 자녀에게 교육 투자를 하지 않는다.
(중략)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사람은 미래를 위해 돈을 투자할 수 있고 당장 돈을 빌리는 데도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직업이 안정적이면 자녀가 큰 결격 사유 없이 학교에 진학하기도 쉽다.

 

316쪽

 

소액금융기관의 대표나 사회적 취약 계층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10억에 이르는 맨발의 기업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업가'를 혼동하고 있는 것일까? 자영농과 자영업을 하는 인구는 10억이 넘지만 이들은 대개 다른 대안이 없는 탓에 소규모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 그들에게 사업 육성에 필요한 재능이나 기술, 모험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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