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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이미정 역] 빅숏(2010)

독서일기/경제학

by 태즈매니언 2016. 12. 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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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티아 센 교수의 <자유로서의 발전>을 읽다가  포기하고 집어들었습니다.(읽기를 포기하고 뒤에 무슨 내용들이 있나 훌훌 넘기는데 그 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을 더 쉽게 풀어서 펴낸 책이라는 역자 설명에 아연실색..)

 

영화로 재미있게 보고나서 페친님들로부터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도 읽어보라는 조언을 받았던 차라 빌려왔던 책인데 이 책은 거의 포기한 책의 네 배 속도로 읽었네요. 아무래도 영화에서 생략했거나 다르게 묘사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영화가 시간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던 풍부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듣고보니 왜 이 책도 보시기를 권하셨는지 알겠더군요. 특히 마이클 루이스씨가 닥터 마이클 베리를 정말 세심하게 관찰하고 묘사해서 읽으면서 그에게 푹 빠져들었네요. 닥터 마이클 베리가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된 밑천을 마련하게 된 에피소드는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ㅋㅋ

 

이 책을 통해서 보험회사인 AIG가 어떻게 엄청난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연루가 되었는지, 영화에서 도매급으로 바보취급 당한 것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적절하게 자기 포지션을 취하고 정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유용한 소득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깊이 존경하는 페친님께서 이 책(혹은 영화?)가 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 마디하셨는지 조금은 알겠더군요. 반복되어온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는 환경에서는 광기와 패닉, 붕괴의 사이클은 없을 수가 없지요. 창이나 돌도끼 싸우다가 탄성에너지를 이용하는 활의 등장, 후장식 소총, 미니에 강선, 철도를 통한 수송 등 기술의 변화가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와중에 대량살상과 어리석은 패배자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기술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책의 말미에서 워싱턴의 무능한 규제담당자들과 자기네가 문제를 야기했으면서도 자기네들이 뭘 파는지도 몰랐던 문제해결에 투입된 월가의 고위직들에 대한 강렬한 적의가 느껴지던데, 그 멍청이들이 CDO에 대한 신용부도스왑 상품을 고안해내서 유동시켰기 때문에 바벨탑이 아예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고, 벤 버냉키와 티모시 가이트너는 저자의 우려와 달리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미국 국민들의 세금을 날리기는 커녕 높은 수익률도 보답했으니까요. 그리고 악의 축으로 지목된 월스트리트의 월가 시스템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고 단조로운 상품을 취급해서 서브프라임사태 때 위기를 모면한 우리나라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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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쪽

 

골드만삭스는 마이클 베리와 AIG를 중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마이클은 위험한 트리플B등급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구매하기 위해 2.5%를 골드만삭스에 지불했고, AIG는 그와 동일한 채권들, 즉 합성CDO로 전환되어 트리블A등급을 받은 상품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판매하기 위해 0.12%만 골드만삭스에 지불했다. (중략) 사태가 진정됐을 때 골드만삭스는 어떤 위험부담도 없이 총수익에서 약 2%를 받아내 그 모든 수익을 당당하게 장부에 올렸다.
(중략)
마이클이 구매한 보험은 합성CDO에 포함되어 AIG에 넘어간 것이었다. AIG가 골드만삭스에 판매한 약 200억달러 구모의 신용부도스왑이 골드만삭스에는 위험 없는 4억 달러의 수익이 되었다.

 

202쪽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무척 혼란스러웠죠. 그런 용어를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까 왜 그렇게 이해하기가 어려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용어 자체가 이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죠." 찰리가 말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시장은 명확해야 하는 것을 모호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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