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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박성관 역] 지식의 단련법(1983)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6. 12. 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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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친님의 추천이었는지 기억이 안네요. 제가 소설을 쓸 일은 별로 없지만 보고서는 앞으로 계속 써나가야 하기 때문에 저널리스트인 다치다나 다카시씨의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별로 두껍지도 않긴 했지만 예상보다 짧은 30분밖에 안걸리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1983년도에 1년간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아서 펴낸 책인데 그걸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2009년에 번역해서 발간했거든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스크랩법과 문구용품들에 대한 세세하지만 무쓸모한 설명을 읽느니 산타크로체님의 블로그를 보는게 훨씬 도움이 되지요.(예전 저널리스트들이 제대로 취재하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는 충분히 전달되긴 했습니다.) 이렇게 날린 부분이 절반은 됩니다. 게다가 무의식 운운하는 부분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신뢰성이 떨어져 보이는 부분도 휙휙 넘겼고요.

 

다치바나식 속독법을 썼다면 이 책도 아예 사지 않았어야 했고, 샀더라도 몇 페이지 읽어보고 바로 던져버렸어야 하는 책이지만 나름 가치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수십년 동안 기자로서 취재해오면서 인터뷰나 정보의 가치를 판단해온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노하우들은 유용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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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쪽

 

독서는 정신적 식사다. 자신이 읽을 책 정도는 스스로 골라 스스로 사고 늘 곁에 두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101쪽

 

읽어나가는 중에 읽을 가치가 없는 시원찮은 책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책은 바로 읽기를 중단하고 버린다. 그래도 애써 산 것이니 뭐니 해서 쩨째한 근성을 발동하여 무리하게 다 읽으려고 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좋다. 돈을 손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마저 손해보게 된다. 앞으로 허접한 책을 사지 않을 수 있기 위해 지불한 수업료라고 여기고 깨끗이 버리는 게 낫다. 물론 앞서도 얘기했지만 차근차근 읽지는 않더라도 책의 마자믹까지 페이지를 넘겨보는 과정은 거친 다음 버리는 게 좋다.

 

122쪽

 

다른 사람으로부터 알맹이 있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상대로부터 들어야 할 것을 미리 알아두는 일이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경우의 당연한 전제인지라, 뭐 특별히 주의를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관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아무 것도 없고 그 나머지는 대부분 지엽적인 테크닉론이다.

 

125쪽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묻는다는 것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질문할 때는 반드시 그 문제에 대해 자신도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140쪽

 

'정중하게 정곡을!'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게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경험을 쌓으면 '정중하게 정곡을!'이 가장 좋다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해될 때까지 묻는다.

 

193족

 

문체는 옷이다. 문체에 의해 표면을 장식할 수는 있어도 실질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문체는 즐기는 대상이지 그로부터 정보를 끌어내는 대상은 아니다. 문장을 요약하면 문체는 사라지지만 정보는 남는다.

 

198쪽

 

보충 작업과 잘라내기는 병행하기보다는 따로 하는 게 좋다. 이 순서가 대단히 중요하다. 잘라내기가 목적인데 보충을 한다는 건 목적에 역행하는 일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잘라내기와 보충은 전혀 다른 목적 하에 이뤄지는 행위다. 잘라내기는 양적인 삭감, 보충은 질적인 향상이 목적이다. 질의 수준을 변화시키지 않고 잘라내는 것은 가능하니까, 일단 질적 향상이 추구될 여지가 발견되면 우선 그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가능한 질을 향상시켜두고 나서 가능한 한 질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양을 줄여가는 것이다.

 

199쪽

 

사람은 타인의 것은 객관적으로 신속하게 가치판단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것에 대해서는 그게 참 안 되는 존재다. 그러니까 잘라내기는 다른 사람의 글을 잘라내면서 연습하는 게 좋다.

 

215쪽

 

프로 취지기자가 3차 정보 이하의 정보원을 접할 경우, 그 때 그는 누가 1차 정보의 소유자이고, 누가 2차 정보의 소유자인가를 최대한 알아내는 일을 한다. 즉, 3차 정보 이하의 정보원은 오로지 진정한 정보의 소재를 알기 위해서만 이용하는 것이다.

 

218쪽

 

정보 음미의 기본은 그 정보의 출처를 생각하는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몇 차 정보인지를 생각해보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정보를 그 정보 제공자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우리지널 정보원으로부터 그 정보 제공자에게 정보가 흘러들기까지의 프로세스 전체를 상상한다든가, 따져 묻는다든가 해서 그 프로세스에 뭐낙 의심쩍은 부분은 없는지, 정보전달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숙고해 본다. (중략) 또한 그 정보 제공자가 왜 그 정보를 제공해주는가, 그 동기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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