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민섭] 대리사회(2016)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16. 12. 4. 20:36

본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 작가님께서 펴낸 <대리사회>가 지난 목요일에 도착했데 오늘 다 읽었네요. 디자인을 보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연두색 표지에 각 챕터 제목과 삽화 배경으로 등장하는 카카오앱색 노란색 무늬, 원고 사이사이에 옥스포드 노트에 쓴 일기처럼 등장하는 짧은 수필들까지 와이즈베리라는 출판사의 정성이 많이 들어갔더군요.

 

책의 내용들은 지방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이미 접했던 내용들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1936년 '레프트북클럽'이라는 출판사의 원고청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듬해 조지 오월의 기념비적인 르포르타주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란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다음 스토리펀딩에 참여하여 이 책을 예약한 덕분에 대리운전에 대한 르포르타주가 세상에 나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뿌듯하네요. 게다가 저자 서명이 들어간 초판 1쇄본을 얻을 수도 있었고요.

 

이 책이 온전히 대리운전업계에 대한 르포르타주만은 아닙니다. 지방시의 후일담인 부분과 더 폭넓은 주제에 대한 수필로 보이는 부분들도 중간중간 등장하지요. 모쪼록 이번 <대리사회>가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이 책은 내가 써나갈 글의 서론과도 같다.'고 한 김민섭 작가님의 야심이 펼쳐져 나가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읽고난 소회를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권한을 정하지 않은 대리권 수여시 권한행사의 범위가 보존행위 등(민법 제118조)에 국한되는 것은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고(에어컨 설치기사님, 가전 A/S기사님 등) 이 부분은 점차 사실인 관습으로 채워질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폐된 차주의 차안에서 처음 만난 사이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리운전기사님들께서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 시트와 사이드미러 등의 조정 등의 행위를 당당하게 행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운전에 필요한 쾌적한 오감의 유지를 위해 방귀와 트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동(또는 작업)환경 통제권도 확보하셔야 하고요 ^^; 대리운전기사라는 업을 자신의 누군가를 위한 일회적인 대리행위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선택한 생업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한 요구사항이 아닐까요?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서 잠시 피팅을 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면 차주가 불쾌하실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대리운전업이 법률상 단순 자유업으로 분류될 뿐이어서 여객운수업 체계에 들어가지있지 않은 공백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일회적인 만남에서 매번 이러한 관계설정을 해야하는 부담이 큰 점은 이해하지요. 참고로 대리운전도 법체계에 포섭하자는 논의가 지난 제2004년 제17대 국회 때부터 있었고(http://naph.assembly.go.kr/billDisplay.do?billId=028906, 정의화 전 국회의장께서 대표발의), 제20대 국회에서도 2016. 8. 22. 자로 원혜영의원이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하여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http://naph.assembly.go.kr/billDisplay.do?billId=PRC_O1H6Q0J8Y2I2U1M7P2F2O5J9G1O3I3). 원혜영 의원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읽어보니 대리운전업계가 '약 3,800개 업체, 약 8만명 이상의 운전자가 일평균 47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네요.

 

책의 화두가 '대리'인데 대리운전행위는 법적으로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여 성립'하는 도급계약이고, 수급인인 대리운전기사님에게 원활한 업무수행을 하도록 차주가 기사님께 목적지까지의 이동에 필요한 운전행위 부분에 대해서 대리권을 설정해준 것이라고 보아야합니다. 이 부분이 뭉뚱그려져 있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보니 차주의 대리운전 청약에 따른 대리기사의 승낙으로 성립하는 자유로운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따른 것이고, 양자간의 역학관계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가변적인 일뿐 갑을 관계는 아닙니다. 저자님께서 양자의 입장을 다 서술하시기는 하셨지만 아무래도 대리운전기사의 입장이다보니 내용상 대리운전기사쪽으로 치우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