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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서평쓰는 법(2016)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7. 1. 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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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쓰는 글은 서평인데 정작 제가 유용한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책은 이제야 읽게 되네요. 유유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손바닥 만한 문고판이라 갖고 다니면서 편하게 읽었고요. 저도 문고판을 잘 안 읽지만 이런 문고판으로 나오는 책들이 많은 나라가 책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저력 있는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판사 유유에서 펴낸 책들의 목록을 보니 독서에 대한 책이 <단단한 독서>, <책 먹는 법> 두 권이나 더 있고 글쓰기에 대한 책들도 매우 많네요. 요즘 세상에 잘 안팔릴 것 같은 책들이지만 필요한 책들 같아서 응원해주고 싶은 출판사입니다.

 

저자 이원석씨는 1부에서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합니다. 이원석씨는 서평의 본질을 책에 대한 직접적인 정서의 반응을 언어로 표현한 독후감과 구분하여 책에 대한 메타성찰이라고 구분합니다. ‘메타성찰이라는 표현은 개별자인 독자가 딛고 서 있는 자리인 선이해(先理解)가 없는 해석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지요. 물론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37) 뚝 잘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에는 저자의 삶,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독서는 책의 이야기에 독자의 이야기가 맞대응하는 것으로, 두 이야기가 만나 하나의 고유한 이야기를 형성하는 것이고요. 이 부분에서 제가 그간 올린 읽은 책에 대한 후기들은 독후감 또는 요약이 대부분이었고 서평이라고 할 만한 글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페북에서 접하게 된 수준 높은 독서가들의 서평을 보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메타성찰의 부재가 가장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서평을 쓰는지 생각해봤는데 CBS의 정혜윤 PD님이 서평집 <삶을 바꾸는 책읽기>에서 했던 말이 적확한 표현이네요.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바꾸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힘 있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 아닐까요.” 수줍고 조심스러운 제가 세상의 지식들과 지혜들을 접하고, 배운 것들을 좀 더 잘 기억하고 제 삶에 붙이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는책과 피도 살도 안되는 책을 구분할 정도로 배제의 표식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저의 선택과 옹호의 표식이 잠재적 독자군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역할을 하는 건 부수적인 효과네요.

 

저자는 서평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가벼운 서평이 특정한 책의 독서를 제안하는 것이라면, 무거운 서평은 특정한 책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제안하는 것일 터입니다. 이미 읽은 책을 서평자의 해석을 따라 다시 읽어 보기를 권유하는 것이 후자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제가 쓴 서평들은 거의 가벼운 서평이군요. 당연히 가벼운 서평도 유용하지만 무거운 서평이 주는 울림은 제 관점을 바꾸고 세계관을 확장시켰던 경우가 많아 항상 고맙습니다.

 

저자 이원석씨는 2부에서 서평쓰는 법을 세 장으로 나누어 조언합니다. 첫째로 무엇을 왜 읽을 것인가?’라는 서평의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무엇을 읽더라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다만 좋은 서평을 쓰려면 왜 읽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읽는 책의 숭배자이자 비판자가 되는 양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강조합니다. 사랑한 자가 미워할 수 있고, 숭배자만이 배교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정확하면서도 섬세한 비판은 그만한 애정을 들인 자만이 가능하다고 표현(75)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약과 감상에 그치는 독후감이 마구잡이 비판을 구사하는 서평보다 낫긴 하군요.

 

둘째로 저자 이원석씨는 서평을 구성하는 요소요약평가로 나눕니다. 요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표현이 정말 좋아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책에 대한 매료가 책에 대한 반박에 앞서고, 논지에 대한 이해가 주장에 대한 비판에 선행하며, 저자에 대한 공감이 저자에 대한 공격을 예비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요약은 공정한 평가의 전제가 됩니다.

요약은 성실한 독서에 따른 이해의 결과요, 증거입니다. 요약은 서평의 본질은 아니지만, 요약 없이 서평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80)‘

 

평가부분은 평가의 의미를 공시적 맥락화’(책이 놓인 현재의 상황-책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기), ‘통시적 맥락화(지식 체계의 역사 속의 자리매김)’, ‘비교를 통한 맥락화세 가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요소로는 제목’, ‘목차’, ‘문체’, ‘지식과 논리’, ‘번역평가’, ‘작품 속으로의 이입을 언급하고 있고요. 저는 책을 읽는 중간에 미아가 될 때도 목차를 다시 보는 습관이 없었는데 앞으로 고쳐보려고 합니다. ‘지식과 논리와 관련해서는 다이제스트 형식의 책들로 간접적으로 섭취하고 넘겨버린 책들을 떠올리면 뜨끔합니다.

 

셋째로 서평의 방법은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말들이 많습니다. ’일단 생각하라. 지금 바로 글을 써라.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아라. 고치고 또 고쳐라. 좋은 서평을 참고하라.‘ 등등. 책상에 붙여놓고 계속 되새김질 해야겠습니다.

 

손바닥 만한 문고판으로 170페이지 가량인 책인데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서평을 쓰려고 해보니 평소보다 더 어렵네요. 아마도 지금까지 취미생활로 독후감 써온 과 달리 일종의 훈련을 하는 느낌으로 쓰기 때문이겠죠. 책읽기를 사랑하고, 아주 먼 훗날에 스스로 책을 써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서평쓰기를 시작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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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무엇인가에 매료된 적이 없는 사람이 그것에 대한 의미 있는 비판을 할 수는 없다. - 이정우, <탐독> 2006, 299쪽에서 재인용

 

100

 

좋은 서평은 바른 맥락 속에 책을 자리매김합니다. 하나의 책을 다른 책과 연결해 특정한 자리를 찾아 주는 것이 서평의 역할입니다. 특정 분야의 서적에 대한 전문가의 서평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55

 

적절한 인용은 창문과 같이 적절한 빛을 비춰 줍니다. 하지만 서평을 원만하게 작성하려면, 멋진 인용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멋진 표현보다는 책의 정수를 찾아야지요. 인용이 과하면 서평이 스스로 서지 못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 한 줄도 인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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