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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심 니콜라스 탈렙/이건 역] 행운에 속지마라(2004)

독서일기/경제학

by 태즈매니언 2017. 2. 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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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페친님을 통해서 나심 탈렙의 <블랙 스완>을 읽고 충격을 많이 받았었죠. 그런데 그 분께서는 <행운에 속지마라>를 더 추천하셨습니다. 절판이라 계속 못구하다가 개정판이 작년 연말에 출간되서 샀습니다. <안티프래질>은 사놓고도 못 읽고 있는데 두툼해서 엄두가 안나네요.

초판과 개정판 모두 번역자가 이 건 교수님이셨군요. 나심 탈렙의 설명이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라 두서없이 왔다갔다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한데 문장은 쉽고 간결합니다. 이 건 교수님 말씀대로 번역은 독자를 위한 것이지 원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독성있게 잘 번역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블랙 스완에서 서술된 아이디어들이지만 좀 더 개인사적인 이야기와 아이디어의 원류 위주로 설명하고 있어서 <블랙 스완>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땐 좀 장황하고 현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계량경제학에서 출발해서 통계학, 인지과학(과학철학), 인지심리학, 진화생물학 등에 대해서 본인이 읽어온 책과 경험한 것들을 간결한 지혜로 풀어놓고 있는데 결국 '인간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우리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기 때문에 금융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모두까기의 대가인 나심 탈렙이 제일 싫어하는 세 부류가 MBA 출신 금융인, 언론인, 일반인 서평쟁이인 것 같은데 제가 바로 세 번째 부류라 뜨끔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서평은 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서평을 쓰는 사람의 지적 수준을 드러낼 뿐이라는 독설이 맞는 말이라 ㅠ.ㅠ

저자가 유이하게 존경(인정보다 더 높은 수준)하는 사람이 칼 포퍼고, 그의 사상을 구현한 조지 소로스인데 저는 칼 포퍼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기회가 되면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빌려읽지 마시고 사놓고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매일 실제 경험을 통해서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고 있는 나심 탈렙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책을 다시 읽으며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는 효과는 있으니까요.

여담으로 중등과정 수학교육의 핵심 목표가 미적분의 기초를 이해하는 것에서 확률의 기본을 이해하는 걸로 바뀌는 것이 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되고요.

참고로 이 책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적어도 인용한 로젠 로즈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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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쪽

얼마 전 나는 식당에서 이 책의 초고를 읽어준 트레이더 로렌 로즈와 식사를 했다. 우리는 동전을 던져서 밥값을 계산할 사람을 정하기로 했다. 내가 져서 돈을 냈다. 그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자기가 확률적으로 절반을 냈다고 말했다.

81쪽

빌려온 지혜는 틀리기 쉽다. 그럴듯한 논평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상식은 18세까지 습득한 오해의 종합체에 불과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85쪽

수학은 사고의 도구이지, 계산의 도구가 아니다.

100쪽

소음과 정보를 구분하자면, 소음은 언론에 비유할 수 있고 정보는 역사에 비유할 수 있다.

147쪽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아니라 돈이다.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얼마를 버느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이익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 발생하는 이익 규모다.

287쪽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며 훈계할 때 가장 화가 난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314쪽

충족을 추구하는 사람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대개 충족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그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미리 정해놓았고, 충족을 얻는 순간 멈출 줄 안다. 목표를 달성해도 욕망을 계속 키워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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