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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김난주 역] 소설가의 각오(1993)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7. 6. 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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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나는 길들지 않는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세 권 모두 유쾌하고 가볍게 읽었지만 마루야마 겐지라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이 책만 한 권 보면 되겠더군요.(올해 3월에 <세계폭주>라는 에세이가 한 권 더 번역되었습니다.)

 

1968년부터 1991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보니 중복되는 내용들이 좀 많긴 하지만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여성관과 동성애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지만 다른 부분들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경청할만 내용들이 많네요.(전작을 읽으면서부터 이런 남자가 도대체 어떻게 결혼을 했나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시면 그 의문을 푸실 수 있습니다. ㅋㅋ)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픈 문장들이 많아 좀 길게 인용해 봅니다. 이제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읽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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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선악, 혹은 옳고 그름의 구별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요즘에는 증오나 분노의 대상도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따라서 사상이나 신념 같은 잣대를 무리하게 만들어 세상을 재어보며 즐길 마음도 일지 않는다. 누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는 무심함이 한층 강해졌다.

 

139

 

타인의 삶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트집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정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체험이나 행동의 범주를 넘어서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설령 소설가라해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246

 

젊은 시절부터 주위에 언어의 성을 높이 쌓아놓고 그 환상의 테두리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서려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하여 코멘트를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94

 

좋지 않은 형태로 서로를 길들이는 아마추어 집단. 내뱉는 말은 차원이 높은데 그들이 쓰는 글은 한심하리만큼 차원이 낮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335

 

자연은 반드시 필요한 것만을 효율적으로 섭취하며, 불필요한 것은 배제한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며, 마침내 열매를 맺고 새끼를 낳는다. 우리가 자연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 집중력과 지구력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조금이나마 나은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려 한다면 단조롭고 평범한 나날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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